사람들은 공학자처럼 생각하지 않는다

공학자가 인문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

by 영초이

여유로운 주말 낮, 여자친구와 예쁜 카페를 찾았다. 화창한 날씨와 분위기에 취해 근사한 사진을 남겨주고 싶어졌다. 가방에서 야심 차게 준비한 DSLR 카메라를 꺼내 전원을 켠다. 빛이 너무 강한 탓에 조리개 값을 조절하고, 셔터 스피드와 ISO 감도, 화이트 밸런스까지 최적의 조건을 맞추느라 30초가 흘렀다. 그는 단 30초 만에 완벽한 세팅을 끝내고, 드디어 완벽한 구도로 셔터를 눌렀다. 하지만 카메라 너머의 상황은 달랐다. 기분 좋게 웃으며 포즈를 잡던 여자친구의 입꼬리에는 이미 경련이 일기 시작했다. 결국 빨리 좀 찍어라는 날카로운 핀잔이 돌아왔다.

이것이 공학자의 기능적인 완벽과 사용하는 순간이 충돌하는 지점이다. 그는 광학적 수치를 최적화하는 기술적 공정에 몰두했지만, 그 사이 사진에 담겨야 할 여자친구의 설렘과 카페의 평화로운 공기는 이미 차갑게 식어버린 것이다.




공학자는 대부분 제품 설계를 할 때, 기능적인 부분을 강조한다. 이 부분을 조절할 수 있으면 더 나은 결과물을 낼 수 있을 것 같은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제품에 또 하나의 버튼을 달아놓는다. 방금 전 예시도 같다. 고성능 카메라를 설계할 때 언제나 더 많은 제어 버튼을 고민한다. 빛의 양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조리개 값, 셔터 스피드, ISO 감도, 화이트 밸런스 등 엄청 많은 제어조건들이 있다. 이 수십 가지 변수를 사용자가 세밀하게 다룰 수 있을 때 비로소 뛰어난 도구가 완성되었다고 느낀다. 그러나 이런 복잡한 기능들은 내가 카메라 취미를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학자들에게는 모든 수치를 소수점 단위로 제어할 수 있는 제품이야 말로 분명 자부심의 대상이다. 실제로 연구장비들도 그렇게 구매를 한다. 많은 조건들을 바꿀 수 있어야 하고 프로토콜이 복잡해져야 좋은 장비처럼 느껴진다. 이른바 손맛이 좋은 장비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용자는 그 복잡한 역학 관계를 배우고 싶어 하지 않는다. 사용자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다. 찰나의 순간을 셔터 한 번으로 눈에 보이는 것보다 조금 더 아름답게 담는 것이다. 공학자가 더 많은 버튼을 제공할 때 사용자는 한 번의 버튼 클릭으로 나온 결과물을 기대한다.


오늘날 스마트폰 카메라가 고가의 DSLR을 위협하는 이유는 광학 성능의 절대치 때문이 아니다. 사용자가 고민할 필요 없이 그냥 잘 나오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사용자는 학습보다 본능에 충실하다. 직관적으로 이해되지 않으면 금세 흥미를 잃는다.




공학의 세계는 철저히 인과관계와 효율성에 기반한다. 1을 입력하면 1이 나와야 하고, 가장 짧은 경로가 정답이다. 하지만 인간의 행동은 감정과 습관, 그리고 사회적 시선에 지배받는다. 사용자는 아무리 기능이 훌륭해도 조작이 번거롭거나 디자인이 투박하면 과감히 그 기술을 외면한다. 논리로 무장한 기능이 감성이라는 벽을 넘지 못하는 이유는 인간이 본래 비합리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점은 사용자가 단순히 불편함을 참지 못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들은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고의 결과를 얻길 원한다. 이 간극 앞에서 공학자들은 종종 왜 이 좋은 기능을 안 쓰지? 라며 사용자의 미숙함을 탓하곤 한다. 하지만 사용자에게 매뉴얼이란 읽지 않기 위해 존재하는 종이 뭉치일 뿐이다. 약봉투 속 설명서를 끝까지 읽는 사람이 우리 주변에 몇이나 되겠는가.


그럼에도 사용자가 사진 품질에 불편했을 때, 왜 이렇게 사용하지 않느냐? 고 묻는 것은 공학자의 오만이다. 사용자가 길을 잃었다면 길을 복잡하게 만든 공학자의 잘못이다. 오히려 우리는 이 지점을 반겨야 한다. 사용자의 불편함이야말로 기술로 보완해야 할 진짜 숙제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스마트폰 카메라가 초점을 맞추고 구도를 제안하며 알아서 보정까지 해주는 것처럼 말이다.


최고의 공학기술은 역설적으로 그 존재가 느껴지지 않는 기술이다. 안경을 쓴 사람이 안경의 무게를 잊고 세상을 보듯, 기술은 사용자의 목적과 행동 사이에서 투명하게 사라져야 한다. 그냥 아름다운 순간이 있으면 핸드폰을 켜고 가이드에 맞춰서 사진을 찍으면 된다.


여기 이쁘다. 잠깐 저기 가서 서봐.


공학자가 빠지기 쉬운 가장 위험한 함정은 나의 상식이 사용자의 상식일 것이라는 착각이다. 내가 만든 코드와 회로는 정직할지 모르나,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은 복잡하고 모순적이며 때로는 변덕스럽다. 성공하는 공학자는 카메라의 조리개 값뿐만 아니라, 의자에 앉아 있는 여자친구의 표정과 맥락을 읽는다.


공학 기술은 사용자가 기술의 존재조차 잊은 채 편안함을 느끼는 순간에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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