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 3 한도현

2부 속도 철도 없던 시절

by Hello

퇴근시간 혜경의 무거운 발걸음이 고깃집 문앞에 닿았다.

이 길이 영영 끝나지 않아 도착하지 않았음 하는 말도 안되는 상상 끝에

혜경은 벌써 식당 앞이다.


"여어~어서와, 교무부장이랑 내 오른팔들 불렀네. 송지은이는 같이 안왔나?"


혜경은 억지 웃음으로 화답했다.


"학교 생활이라는게 말이야~결국엔 직장생활이라고! 꺽..~허허허"


술이 한잔 두잔 들어가자 기분이 좋아졌는지 발그레 한 볼 사이로 더럽고 솔직한 말들이 쏟아져나온다.


"술한잔 따라바~ㅎㅎㅎ"


"뭣하고 있어~! 교감선생님 말씀 못들었어?"


소위 교감의 오른팔이라는 사람들, 같은 교사라 이름 붙이기도 싫어지는, 선배라는 이름으로

도와주는척 결국은 괴롭히는데 앞장서는 앞잡이 같은 놈들..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좁디좁은 시골 골목길 사이에, 희미한 가로등 하나.. 그 길만큼이나 혜경의 마음도 좁아지고 희미해지고 있다.

조금 더 있다 들어가고 싶은데 그럴 용기도 없는 자신이 싫다...

발을 톡톡 틱틱.. 거리는 혜경앞에 낯익은 얼굴이 나타난다.


"혹시 저 기억하세요?"


그는 혜경의 관사에 무단침입 사건이 있었던날, 관사로 출동 나왔던 경찰관, 한도현이었다.

그의 얼굴을 잊을 리 없는 혜경이다. 얼마전 일이여서가 아니라,

쥐구멍코너까지 몰렸던 자신이 안도감을 느꼈던 그 따뜻한 목소리, 편안하고 든든한 그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아.. 기억해요~그때 감사하단 말씀도 제대로 못드렸네요. 제가 워낙 정신이 없어서..

그땐 정말 감사했습니다."


"저.. 제가 원래 남의 일에 참견하고 그런 사람은 아닌데, 제가 앉은 테이블이 그쪽 앉아계신 테이블 바로 뒤에

있다보니, 이야기 소리도 들리고 관심을 안가지려고 해도 저도 모르게 듣게 되더라구요."


"아.. 전 괜찮아요. 참다보면 좋은 날 오겠죠~회식이 다 이런거죠 뭐."


"아니죠. 아까 언뜻 들으니 대화도중에 상대를 특정하긴 좀 애매한 욕설도 자주 나오고,

무릎꿇고 술 따라 달라는 말도 들었는데, 힘든 일 격고 얼마 되지 않아서 이런 모습 보니까 참견을 안할 수가 없네요."


"아아아아아니예요. 말씀은 감사합니다."


교감은 너무 취해서 자신의 오른팔들에게도 똑바로 더 잘하라는 독려와 욕설을 해대며 회식은 끝이 났다.

이상하게도 아무 사이도 아닌 도현이, 혜경의 뒷 테이블에 앉아 있다는 것 만으로도 큰 위안이 됐다.


식당에 막 도착했을때처럼 두렵거나 떨리는 마음이 많이 가라앉았다.


혜경도 집으로 돌아가려는 그 순간, 도현이 나타났다.


"저도 이제 막 자리가 끝나서 돌아가는 길인데,

시간이 너무 늦어서 어두운 길 지날때까지만 동행해드려도 될까요?"


"그래주실 수 있어요? 사실 오늘 몸도 마음도 좀 고단했었어서요."


"혜경씨.. 맞지요? 많이 지쳐보여요."


"제 이름 기억하시네요. 네! 저 오늘 좀 우울합니다. 하하"


"상대방이 나보다 상급자거나 우위에 있는 사람일때, 내가 부당하고 힘든 대우를 받아도

보통의 사람들은 원인을 자신에게 찾으려고 많이 하는거 같아요.

그래서 괴롭힘 받은 피해자들이 오히려 자신을 망가뜨리고 숨어버리고 하기도 하는데

그건 그 사람 잘못이 아니라 상급자가 잘못한것인데 용기를 내기가 쉽지 않죠."


".....용기를 냈다가 저들은 다수이고 저는 소수인데 저만 오히려 더 힘들어질까봐 그렇죠."


"오히려 저렇게 겉으로만 소리가 요란한 사람들이 사실은 더 겁보인 경우가 많아요.

혜경씨가 혹시 너무 참기 힘들어진다 싶으면요. 어제 경찰 남자친구가 집에 데려다 주려고 같은 식당에 있었는데 보다보니 너무 화가 나서 다 녹음도 해놓고 직장내 갑질로 가만 안있겠다고 한다고 나이랑 경력이 좀 있는 입은 무거운 그런 선배교사에게 한번 말해봐요. 밑져야 본전이다 싶은 마음으로요."


"그래도 될까요? 교감선생님한테 직접 말하는건 엄두도 안나지만 학교에 교감선생님 친구 분 와이프인 중년선생님이 계시거든요. 제수씨 제수씨 하면서 겉으로는 살갑게 지내는것 같았는데 그 중년 선생님은

나이 어린 선생님들 괴롭힌다고 엄청 싫어하시더라구요."


"그분한테만 저렇게 말해놓는것도 좋은것 같아요. 근데 혜경씨 본인도 많이 힘들었다고 사실대로

말해두면 좋을거 같구요."


"근데 저는 걸리는게, 진짜 남자친구가 아닌데 들키면 어떻하죠?

그리고 저 때문에 혹시라도 피해가 갈까봐요."


"후훗, 저도 아무한테나 그러라 하는건 아니예요. 제가 도와주고 싶어서 그러는거에요."


"오늘 너무 힘든 날이었는데, 정말 위안이 되네요. 혹시 저 연락처 좀 알 수 있을까요?

혹시나 교감선생님이 남자친구 통화하고 싶다고 한다거나 그러면 어떻해요 ㅠ"


"혜경씨가 먼저 물어본거예요. 제 연락처 ㅎㅎ"


교감생각에 머리가 아픈 와중에도 보였다, 저 남자의 무표정 속에 씰룩 웃는 모습이


그렇게 혜경은 도현이라는 사람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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