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속도 철도 없던 시절
혜경의 하루는 그날 이후로 달라졌다.
관사는 더이상 무서워서 살 수 없게 되었고
아주아주 작지만 혜경 몸 하나 누일만한
아담한 아파트에 월세로 들어갔다.
버티는데까지 버티보다 타시도로 전출가버리자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힘겹게 버티던 혜경에게
하필이면 직장생활 중에 한번쯤은 꼭 만나본다는
진상 관리자까지 나타나고 말았다.
혜경의 학교에는 새로운 교감이 부임했다.
퇴근시간..
혜경이 퇴근하려도 교실을 나가려는 순간
교실 벨이 요란하게 울린다
“정선생, 오늘 시간외 올려”
“저 남아서 할일이 남아있지 않은데…
제가 왜 야근을…“
“일이 안남아서 야근을 못하겠다?!
그럼 내가 일을 만들어주면 되겠네!“
“…네?”
“내일 수업 보러 갈거니까 공개수업 준비해!”
“집에서 준비하면 안될까요?”
“긴말 하게 토날지 말고 지금 시간외 올려!”
이런 황당한 일은 하루이틀이 아니었다.
어떤날은 학급게시판을 내일 아침까지 다 바꿔놔라
또 다음날은 신문활용교육 계획서를 만들어라
그러다가 급기야 학교 전체 리모델링 사업을 구상해라
……………혜경처럼 신규교사는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어려운 일들이었다.
그렇게 한 일주일쯤 지났을까
혜경의 교실로 교감이 찾아왔다.
“너 아무리 신규라지만 이렇게까지 눈치가 없냐..!”
”…….“
“너 내가 시간외 야근 많이 하게 해줘서
시간외수당 많이 벌었지? 그거 누가벌게 해줬어?
내가 벌게해줬잖아. 그럼 밥한번 사야지“
“………….아……”
“니가 도통 알아듣지를 못하니까 내가 어쩔수없이
직접 말해주는거야~우리학교에 지금 밥 안산사람
너랑 송지은이랑 둘이잖아! 그래서 너네 둘이 이렇게
힘든거다 이말이야!“
“언제 살까요?”
“말 나온김에 내일사! 너는 내가 말해주는 식당으로
오기만 하믄 된다! 나는 생고기에 소주가 좋으니까
한우사랑으로 내일 6시까지! 송지은이도 알아듣게 말했으니까 내가 니네 배려해서 둘이 같이 사라고 해준거다~으이구~~“
“네..”
“아휴 이런걸 내가 하나하나 가르쳐줘야되겠냐!”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아니 옷장안이라도.. 어디로든 도망쳐버리고 싶었다.
갈곳이 없다.
치사하고 더러워도 내일 밥을 사주러 가야되겠지
사회생활이 다 이런거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