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오늘은 밥대신 시 한편 지어봤어

< 눈송이 >

by 현채움 Mar 28. 2025
아래로



_


바쁘게 서로의 손목 발목을 붙잡고 흘러가는

눈 한송이를 붙잡고 물었습니다

어디로 가느냐고

너무도 숨 가쁘게 가는

그들의 목적지가 어디일까 궁금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는게 틀림없습니다

친구따라 가족따라 날아가던 눈송이는

지나치던 사람에게 붙잡혀

그만 그들의 손을 놓쳐버렸습니다

그리고는 들은 물음에 대답할 새도 없이

자신이 흘린 눈물에 녹아 사라졌습니다

대답을 듣지 못한 사람은 계속해서 눈을 잡아댔고

대답을 하지 못한 눈은 연신 슬픔의 눈물만 녹여냈습니다

눈들의 목적지는 어디였을까

궁금증 하나로 서있던 내게 부딪혀

수만개의 눈이 사라졌습니다

아직도 그들이 어디로 향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제와서 보니,

별로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저 함께여서 즐거웠을

눈송이들에게 미안했습니다

목적지가 중요한게 아닌데,

내게 듣고 싶었던 답을 그들에게 떠밀었습니다

나는 눈물 어린 옷을 닦아내지 못하고

다친 눈들이 스며들어 마음을 추스릴 때까지

조용히 자리를 지켰습니다

대신 언젠가 그 옷을 다시 입고

구경시켜주기로 약속했습니다

나의 삶을, 내 길을 함께 나아가 보자고

그렇게 다짐했습니다

나는 그렇게 눈송이가 가던 길을

나지막히 따라 걸어갑니다

어디로 가느냐고,

더이상 묻지 않습니다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