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치료중단등 결정 이행서 (3): 승압제

by 남경훈

중환자실에서 중단 가능하거나 유보가 가능한 연명치료 중 승압제라는 항목이 있다. 승압제라고 하는 것은 노르에피네프린, 에피네프린 등과 같이 혈압을 상승시켜 주는 약물들을 통칭하는 것으로, 저혈압이 발생하였을 때 우리의 심장을 더 강하게 뛰게 해 주고 혈관들을 수축시킴으로써 혈압 상승을 일으켜 주요 장기에 혈액 공급을 원활하게 도와주는 약물들이다.


저혈압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우리 몸의 주요 장기들은 산소 및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고 기능이 떨어지게 되며, 그것이 악화되면 심장마저 멈추게 되어 심정지가 발생하게 된다. 혈압이 너무 낮아 주요 장기가 괴사하고 이에 환자의 생명이 위험해지는 상황을 쇼크라고 부른다. 쇼크는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으나 중환자실에서 흔한 쇼크의 원인은 출혈, 패혈증, 심장의 문제이다.


쇼크의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수혈, 수액, 승압제 등으로 저혈압을 교정하면서 동시에 쇼크의 원인을 찾고 빠르게 교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치료 시간 동안, 저혈압으로 인한 주요 장기의 손상을 최대한 막으려 노력해서, 이후 환자가 생존하였을 때 후유증이 남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문제는 환자의 쇼크가 악화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대부분의 상황은 원인이 교정이 되지 않아 발생한다. 그리고 악화가 지속되어 어떠한 임계점을 넘으면 수혈과 승압제를 아무리 많이 써도 쇼크가 지속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가끔씩은 너무 고용량의 승압제가 손가락 끝과 같은 곳에 괴사를 일으키고 주요 장기 또한 허혈이 발생하여 다발성 장기부전이 발생한다. 다발성 장기부전이란, 우리 몸의 대부분의 주요 장기가 기능을 상실한 상태를 뜻한다.


다발성 장기부전이 발생하면, 투석 같은 기계로 그 장기의 기능을 대체해야만 환자는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쇼크의 원인이 교정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승압제의 효과로 그리고 기계의 힘으로 생명이 연장되는 상태는 임종기로 판단된다. 따라서 이때부터 중환자실의 치료는 말 그대로 연명 치료가 된다. 환자의 기저질환은 치료가 안 되는 상태로 약물과 기계의 힘만으로 생명이 유지되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였을 때, 만약 가족들이 환자를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면 나는 승압제 및 연명 치료를 중단하기를 가족들에게 권유한다. 더 이상의 생명의 연장은 환자에게도 가족들에게도 좋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정도 상황에서는 환자의 신체 상태도 너무 많이 손상되어 지속적인 연명 치료는 그것들을 가중시킬 뿐이다.


승압제는 임종기에서 대부분 가장 마지막까지 유지되는 연명치료 중 하나이다. 하지만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 생명의 연장만을 목적으로 사용되는 승압제는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자연스러운 삶의 마무리를 지연시킬 뿐이다. 이 시점에서는 의료진과 가족이 치료 방향을 재정의하고, 불필요한 연명을 줄이는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 임종기에서의 승압제 중단이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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