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 결정법에 따르면, 투석은 중단 혹은 유보가 가능한 연명의료 중 하나로 명시되어 있다. 투석이란 신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기계를 통해 혈액 속 노폐물과 과도한 수분을 제거하여 그 기능을 대체해 주는 치료이다. 신장(콩팥)은 우리 몸의 노폐물과 수분을 소변으로 배출해 주는 주요 기관으로, 이 기능이 떨어지면 체내에 독성 물질이 쌓이고 전해질 불균형이 초래되어 구역질, 구토, 피로감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심한 경우에는 부정맥이나 심정지로 이어질 수도 있다. 또한 수분 배출이 원활하지 않으면 전신이 붓고, 내장기관까지 부종이 생겨 소화 장애 등 여러 합병증이 발생하게 된다.
중환자실에서 신부전(신장 기능 상실)은 주로 저혈압 상태가 심해져 쇼크가 발생했을 때 나타난다. 신장은 소변을 생성하고 노폐물을 걸러내기 위해 많은 혈류량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패혈증, 대량 출혈과 같은 쇼크 상황이 발생하면 신장으로 가는 혈류량이 급감하고, 이에 따라 산소와 영양분이 부족해져 신장 세포가 손상된다. 특히 당뇨병을 앓고 있거나 이미 신장 기능이 저하되어 있던 환자들은 이런 상태에서 더 쉽게 급성 신부전을 겪게 된다.
다행히 신장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더라도 투석이라는 치료 방법이 있다. 투석은 혈액을 몸 밖으로 빼내어 기계에서 노폐물과 수분을 걸러낸 후, 깨끗해진 혈액을 다시 몸속으로 넣어주는 과정이다. 중환자실에서의 투석은 대부분 신장 기능 이상을 일으킨 원인 질환을 치료할 때까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된다. 예를 들어 위장 출혈로 인한 심한 저혈압 때문에 신장 손상이 발생한 경우, 출혈이 멈출 때까지 일시적으로 투석을 시행한다. 평소 만성신부전으로 투석을 받고 있던 환자들이 중환자실에 입원한 경우에도 기존과 마찬가지로 투석을 계속 받을 수 있으며, 대부분의 중환자실에서는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환자의 상태가 점점 악화되어 회복 가능성이 없고 임종이 가까워졌다고 판단되는 경우, 다른 연명의료처럼 투석 또한 중단이 가능하다. 신장이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투석을 중단하게 되면, 체내에 노폐물과 수분, 전해질이 점차 축적되며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다. 실제 임종이 임박한 환자들에게는 투석만 단독으로 중단하는 경우보다 인공호흡기, 혈압상승제 등 다른 연명치료를 함께 중단하면서 투석도 함께 종료하는 경우가 더 일반적이다.
한편, 만성신부전 환자들 중에는 본인이 명확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 다양한 이유로 투석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평소 신장 기능이 거의 유지되지 않는 상태에서 겨우 일상을 영위하던 환자가 감염 등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되었을 때, 의학적으로는 투석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환자가 “나는 절대 투석은 하지 않겠다”라고 스스로 거부한다면, 의료진은 그 결정을 존중한다. 그리고 때로는 이런 위기 상황에서도 투석 없이 고비를 넘기는 경우도 실제로 있다.
이처럼 다른 연명치료와 마친가지로 투석 또한 단순히 생명을 연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치료를 통해 환자가 어떤 삶을 살게 될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특히 스스로 거동하지 못하는 고령 환자의 경우, 투석 치료는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요양병원에서의 기계적 삶으로 이어질 수 있다. 투석은 주 3회, 회당 3~4시간씩 지속적으로 받아야 하며, 움직임이 어려운 환자를 투석실로 이동시키는 것 자체가 가족에게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투석은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치료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다른 연명의료와 마찬가지로, 그 이익과 부담을 충분히 따져보고 결정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모든 치료가 그렇듯, 투석 역시 ‘할 수 있으니 하는 치료’가 되어서는 안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그 치료가 얼마나 환자의 삶의 가치와 방향에 부합하는가이다. 연명치료로 생명을 이어간다고 해서 반드시 삶의 의미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결정이든, 그 중심에는 항상 ‘환자 자신’이 있어야 하며, 그 결정이 존중받을 수 있는 환경과 문화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연명의료 결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