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임종기에 접어들었다고 판단될 경우, 유보가 가능한 치료 중에는 수혈도 포함된다. 다른 연명치료와 마찬가지로 수혈 역시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근본적인 질환을 치료하지는 못하지만, 생명 연장에는 일정 부분 도움을 주는 처치다. 따라서 환자의 생존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판단되면, 다른 연명치료와 함께 추가적인 수혈을 중단하기로 결정할 수 있다. 다만, 대부분의 임종기 상황에서는 수혈만을 단독으로 유보하거나 중단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는 수혈 자체가 환자에게 큰 고통을 주거나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는 경우가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술실과 더불어 중환자실에서도 수혈은 빈번히 이루어진다. 출혈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위장관 궤양 등에 의한 장출혈이나 외상에 의한 출혈이 주된 원인이다. 출혈로 인해 저혈압이 발생하면 즉각적인 대처가 필요해 중환자실로 전동되고, 지혈술이 시행되는 동시에 손실된 혈액을 수혈을 통해 보충하게 된다. 그러나 출혈이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심해지면 환자의 생명이 위태로워지기도 한다.
감염이나 심각한 외상으로 인해 파종성 혈관내 응고(DIC: Disseminated Intravascular Coagulation)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는 혈액 내 지혈을 담당하는 물질들이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체내에서 혈전이 생기는 동시에 지혈 기능은 저하되어 출혈이 일어나는 심각한 질환이다. 이 경우에는 혈장과 혈소판 등 지혈에 필요한 성분을 수혈하게 된다. 그러나 파종성 혈관내 응고가 악화되면 아무리 수혈을 해도 호전되지 않고, 온몸에서 출혈이 발생하여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파종성 혈관내 응고가 시작된 시점은 환자가 임종기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출혈, 감염, 외상 등이 심화되어 파종성 혈관내 응고가 시작되면 혈액 내 지혈 기능이 저하되고, 혈관 안에서 혈전이 형성된다. 막힌 혈관으로 인해 주요 장기의 혈액 공급이 차단되며 세포 괴사가 시작된다. 이는 다발성 장기 부전을 일으키고, 파종성 혈관내 응고가 더 악화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수혈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우리 몸의 여러 곳에서 미세한 출혈이 발생하고, 동시에 혈관 안에서 혈전이 형성되며 적혈구, 혈소판 등이 소모되어 없어지기 때문이다.
환자의 회복 가능성이 희박하고 상태가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경우, 어느 시점에서는 수혈 중단을 고려하게 된다. 환자에게 지속적으로 수혈을 이어가는 것이 직접적인 해가 되지는 않을 수 있지만, 그로 인해 수혈이 필요한 다른 환자들에게 제공될 수 있는 혈액 자원이 불필요하게 소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적절한 시점에 수혈이 이루어졌다면 비교적 쉽게 치료가 가능했을 환자들이 혈액 수급 문제로 인해 위험한 상황에 놓이는 사례도 존재한다.
중중환자실에서는 수혈만을 단독으로 중단하는 경우가 흔치는 않지만, 제한된 자원을 꼭 필요한 환자들에게 공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임상적으로 의미 없는 수혈은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환자의 존엄을 지키는 동시에, 의료 자원의 공정한 분배를 위한 중요한 결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