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임종기에 접어들고, 환자의 가족들이 연명 치료 중단 혹은 유보를 결정하면 ‘연명 치료 중단 등 이행서’를 작성하게 되고, 이를 시행하게 된다. 임종기라고 판단되는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심폐소생술의 유보 결정이 옳은 경우가 많다. 중환자실에서 악화되어 발생하는 심정지 상황에서 행해지는 심폐소생술은 환자의 임종을 되돌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연명 치료, 즉 인공호흡기, 투석 등은 이야기가 조금 복잡하다. 이번에는 인공호흡기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우리가 숨을 쉴 수 있는 것은 우선은 호흡근(횡격막 및 흉근)의 힘으로 폐에 공기를 들이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후, 폐에 들어간 공기는 작은 폐포 단위에서 ‘가스 교환’의 과정을 거친다. 혈액에 산소가 들어가고 몸에서 만들어진 이산화탄소를 빼내는 과정이다. 이렇게 폐를 거쳐진 모든 혈액은 심장으로 가고, 심장이라는 일종의 펌프를 통해 온몸에 산소를 전달한다. 우리 몸의 모든 세포는 충분한 산소가 있어야 생명 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떠한 원인으로든 폐로 공기가 들어갔다 나오지 못하고 가스 교환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의학적으로 '호흡부전'이라고 부른다. 호흡근에 문제가 발생해 폐에 공기가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와 폐자체의 문제가 발생한 경우로 크게 생각할 수 있다.
호흡근이 문제가 되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근무력증이 있다. 대부분의 근무력증(근육에 마비가 오는 질환)이 악화되면 최종적으로 횡격막 같은 호흡근까지 침범하여 폐에 충분한 공기가 공급되지 않는다. 호흡근이 원할하게 일을 하지 못해 폐와 폐포로 들어오는 공기가 없으니 가스교환이 되지 않아 뇌와 주요 장기에 산소 공급이 제한되고 이산화탄소도 몸에 쌓이게 되며 환자는 의식을 잃으며 위험해진다.
폐 기능의 문제로 호흡부전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질환이 폐렴이다. 폐렴이란 바이러스, 세균, 곰팡이 등으로 인해 폐의 일부분 혹은 전체에 염증이 생기고 부어, 해당 부위에서 가스 교환이 되지 않는 감염증이다. 폐의 심한 염증은 폐를 눅눅하게 혹은 딱딱하게 변화시키는데, 이런 경우 정상적인 호흡근의 힘으로는 충분한 공기를 들이마시기 어렵다. 그리고 폐에서 가스 교환의 성능이 떨어지게 된다.
인공호흡기는 호흡부전이 발생하면 적용할 수 있는 하나의 선택지이다. 인공호흡기는 공기보다 높은 농도의 산소를 높은 압력으로 기도를 통해 폐로 불어넣는 기계로, 호흡근의 힘이 약해졌거나 폐의 탄성이 줄어 스스로의 힘으로는 폐로 충분한 공기를 들이마실 수 없는 경우 높은 압력으로 숨을 불어넣어 문제를 해결한다. 또한 폐의 가스교환 기능이 떨어져 산소 공급이 제한되면 공기보다 높은 농도의 산소를 공급하여 이를 보충한다.
하지만 인공호흡기는 약화된 호흡근의 힘을 강화한다거나 폐질환 자체 혹은 폐의 염증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 오히려 호흡근을 사용하지 않게 됨으로써 그 근육들이 쇠약해지고, 강한 압력의 전달로 인해 폐포가 찢어지거나 상처를 입어 그로 인한 후유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인공호흡기는 왜 적용하게 되는가? 우선은 환자가 호흡부전이 발생했지만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 원인을 찾고 치료를 시작하기까지의 시간을 벌기 위해 적용할 수 있다. 또한 심한 폐렴, 폐부종, 패혈증 등으로 인해 호흡부전이 발생한 경우 이러한 회복 가능한 질환들에 대해 충분한 치료 기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시작할 수 있다. 이처럼 인공호흡기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는 않지만,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의 시간을 벌어주는 장치로서 생명 유지, 즉 말 그대로 ‘연명’을 시켜주는 기계이다.
스티븐 호킹처럼 근육에 문제가 생겨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면서 수십 년을 살아가는 경우도 있다. 뇌졸중처럼 뇌에서 숨을 쉬라는 신호를 호흡근으로 보내는 신호 체계에 이상이 생긴 경우에도 인공호흡기를 적용할 수 있다. 각종 회복 가능한 질환으로 인해 호흡부전이 발생한 경우 일시적으로 그 고비를 넘기기 위해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는 것도 중환자실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다.
하지만 회복이 불가능한 말기 질환을 가진 환자라면, 인공호흡기를 시작해서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인공호흡기의 적용은 신체적 고통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인공호흡기를 폐에 연결하기 위해서는 입을 통해 기도에 엄지손가락 굵기의 튜브를 삽입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환자는 입을 다물 수 없고, 튜브로 인한 통증을 견뎌야 한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대부분의 환자들은 맨 정신으로는 견디기 힘들기 때문에 마약성 진통제와 신경안정제를 지속적으로 투여하여 반쯤 잠든 상태를 만든다.
따라서 대부분의 인공호흡기 환자들은 질환, 약물 등으로 인해 의식이 흐려져 그것의 중단을 스스로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말기질환이나 초고령 환자의 경우, 인공호흡기를 사용함으로써 호흡근이
쇠약해져 인공호흡기 없이는 더 이상 생명을 유지 못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며 남은 생애를 인공호흡기에 연결된 채 침상 위에서만 보내게 되기도 한다. 환자 본인의 결정으로 이러한 상황을 받아들인 것이라면 괜찮겠지만, 환자의 대리인이 이러한 선택을 대신했다면 침상에 누워 있는 삶을 살아야 하는 환자의 마음은 어떨지 생각해 봐야 한다.
인공호흡기가 필요해지는 시점에서 의사들은 환자의 기저질환, 평소의 건강 상태, 호흡부전의 원인, 인공호흡기의 적용 예상 기간 등을 생각해 보고 정말로 환자에게 도움이 될지를 판단한다. 개인적으로는 초고령이거나 말기 질환을 가진 환자에게 인공호흡기를 적용하는 것은 그로 인해 얻는 이득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환자의 생명은 인공호흡기를 적용하는 동안 연장될 수는 있지만, 환자는 그동안 의식이 없고, 결국 대부분은 기존의 질환이나 호흡부전을 일으킨 질환이 악화되어 사망하게 된다. 환자가 삶의 마지막 순간에서 불필요한 고생만 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시작할지 말지, 유지할지 중단할지에 대한 선택은 무척 어려운 문제이다. 때로는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치료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환자에게 견디기 힘등 고통과 후유증을 남기는 치료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상황에 따라, 그리고 환자의 생각에 따라 인공호흡기는 도움이 되는 치료가 될 수도 있고, 의미가 없는 치료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환자들은 평소에 연명 치료, 특히 인공호흡기 치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가족들과 나누어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