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면체사랑 - 4부

일도의 회고

by 일도

4부 - 시간은 흘러만 가는 것인가


우리는 미래를 알지 못한다.

어느 날 멀쩡하던 이가 갑작스레 숨을 거두기도 한다.

죽음은 예고되지 않는다.

그의 이마에 ‘오늘 죽는다’는 문장이 새겨져 있지 않기에,

우리는 그가 떠난 후에야 알게 된다.

아, 그의 미래는 거기까지였구나.


일도의 미래는 이미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의 눈에는 먼 곳이 보이지 않는다.

시야는 점점 좁아지고, 삶은 조금씩 기울어져 내려간다.

그와 함께 같은 배를 탄 명희.

소울메이트로 살아온 그녀는 이제 두 딸과

곧 태어날 막내딸까지 셋을 품고 이 가라앉는 배 위에 있다.


반면 석준의 미래는 상승 곡선을 그린다.

그는 과거의 아픔을 발판 삼아 기초를 단단히 쌓았다.

그 결과 삶은 점차 위로 향하고 있다.

그 역시 모든 걸 알 수는 없지만, 시야는 비교적 넓다.

그와 함께 걷는 정희, 그리고 두 아들.

그들의 미래는 어쩌면, 지금보다 더 밝은 쪽으로 열릴지 모른다.


일도와 석준은 마치 두 개의 선분처럼 서로 다른 방향을 달리지만,

그래프는 늘 교차점을 향해 나아간다.

어느 시점, 그들은 서로를 만난다.

급격히 오르다 내려오는 선과, 깊은 바닥을 찍고

다시 떠오르려는 선이 서로를 스쳐 지나간다.


그때가 언제일까.

시간은 그저 앞으로만 흘러가는 걸까.


만약 그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일도는 과거의 선택을 다시 반복할까?

그는 아마 그러지 않을 것이다.

하강 곡선을 반복하고 싶은 사람은 없으니.


그러나 석준은, 아마도 자신이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며 말할지도 모른다.

“그 선택은 옳았다”라고.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되돌릴 수 없다면, 바꿀 수는 있을까?


일도가 방향을 바꿔 보려 했다고 해서

그의 곡선이 상승으로 돌아설지는 알 수 없다.

삶에는 때로 ‘총량의 법칙’이 존재하듯

선택을 달리 했다 해도 그의 그래프는 하향곡선이 그려질 것이다.


그렇다면 일도는 내려가야만 했고,

석준은 올라가야만 했던 운명이었을까.


시간은 흘러간다.

그러나 그 흐름의 어딘가에서

두 곡선은 다시 한번, 어쩌면 마지막으로

서로를 교차할지 모른다.

흘러가는 시간이 멈추어지는 순간이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연재
이전 21화다면체 사랑 - 3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