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이 가구는 여기에 매치하고, 이건 저기 두면 되겠다.”
디자이너인 리키는 늘 감각이 남다르다. 입는 패션부터 인테리어까지, 그의 손길이 닿는 곳은 어디든 새로운 스타일로 재탄생한다. 그래서 리키와 이케아를 가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미니멀, 미드 센추리, 스칸디나비안… 서로 레퍼런스를 공유하고,
소품 하나까지 의견을 나누며 우리의 공간을 만들어가는 과정.
이케아는 그런 우리에게 천국 같았다.
다양한 소재와 디자인, 합리적인 가격. 예술이 있는 삶이란 이런 것일까—함께하는 순간이 우리에게 소소한 행복을 가져다준다.
그날은 소파를 보러 간 날이었다.
나는 좌식 생활에 익숙했지만, 바닥에 앉지 못하는 리키에게 소파는 필수였다.
귀엽고도 실용적인 디자인을 찾아 하루 종일 돌아다닌 끝에 드디어 우리의 취향과 예산을 만족시키는 소파를 발견했다.
소파를 낑낑거리며 차에 싣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곧바로 조립을 시작했다.
뚝딱뚝딱—나사 돌리는 소리, 포장지를 뜯는 소리, 간간이 터지는 웃음소리가 거실에 가득했다.
완성된 소파를 놓자마자 거실이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바뀌었다.
“이참에 우리 거실 구조도 다 바꿔보자.”
즉흥적인 리키의 제안에 나도 신이 났다. 가구를 이리저리 옮기며 우리는 작은 이사를 치른 듯한 기분을 느꼈다.
“마치 새로 이사 온 것 같아!”
“진짜!!”
하이파이브를 하며 웃었을 때, 잊고 있던 허기가 불시에 몰려왔다.
“리키야, 이사한 날 뭘 먹어야하는지 알아?”
“햄버거?”
“아니, 짜장면이야!”
“아아! 블랙빈 누들?”
유튜브에서 한창 짜파게티가 바이럴되던 시절 떠오른 리키의 대답에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비슷해, 근데 이건 더 본격적이야. 시켜줄까?”
“좋아!”
이윽고 도착한 배달 봉투.
짜장면 곱빼기 하나, 보통 하나, 서비스 군만두까지.
“이건 왜 이렇게 양이 많아?”
“곱빼기라고, 천원만 더 내면 양이 두 배야.”
“그런 게 있어? 한국 진짜 먹는 거에 진심이다!”
리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는 짜장면 봉지를 양손으로 잡고 능숙하게 흔들었다.
슥슥슥— 면발과 춘장이 부딪히며 나는 소리가 군침을 자극했다.
“이게 바로 한국식 스킬이야. 면과 소스를 제대로 섞으려면 이게 최고야.”
리키도 따라하며 웃었다.
“그래 이래야 제맛이지!”
포장지를 벗기자, 윤기가 흐르는 검은 짜장이 면을 촘촘히 감싸고 있었다.
젓가락으로 잘 비벼 첫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 면발은 반짝이며 춘장의 구수한 향을 품었다.
후루룩—
입에 들어오는 순간, 고소한 춘장과 쫄깃한 면발이 완벽히 어우러졌다.
“음~” 감탄이 저절로 새어 나왔다.
리키도 첫 젓가락을 후루룩 들이키더니 눈을 크게 떴다.
“오… 재밌는 맛이다! 달콤하고, 고소하고, 양파랑 고기까지 씹히는 게 완전 다르네.”
“그렇지? 이사한 날 짜장면은 언제나 특별한 맛이야.”
노란 단무지를 곁들여 한입, 흰 양파를 춘장에 찍어 또 한입.
한입 한입마다 달라지는 조화에 입안이 즐거워졌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입가에 짜장 소스가 묻은 것도 몰랐다.
“하하, 나미! 너 입 좀 봐!”
“앗!”
리키가 휴지를 건네며 재밌다는 듯 웃었다.
“와… 금방 배가 부르네. 근데 이거, 기운 많이 쓴 날에는 진짜 제격이다.”
“맞아. 짜장면은 좋은 사람과 특별한 날에 먹으면 더 맛있어.”
리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도 좋은 사람과 특별한 하루.
그리고 짜장면으로 완성된 우리의 집과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