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네제 파스타

사랑하는 사람과 만든 한 접시, 영혼까지 채워준 맛

by 나미

리키는 요리를 참 좋아했다. 그리고 잘했다.


스페인에서는 시장마다 가득한 신선한 재료들 덕분에, 그의 요리는 언제나 작은 축제 같았다.
양파와 토마토, 올리브유가 그가 손에 쥐는 순간 다른 생명을 얻었다.


“볼로네제 파스타는 원래 이런 재료가 들어가야 하는데… 오늘은 약식으로 해볼까?”
그의 말에는 언제나 장난기 어린 미소가 따라붙었다.


하지만 나는 안다.

약식이라고 해도 그의 손끝에서 나오는 맛은 언제나 특별했다.




리키가 양파를 다듬을 때, 주방에는 칼이 도마에 닿는 경쾌한 소리가 똑, 똑, 똑 울려 퍼졌다.
얇게 썬 마늘은 올리브유에 살짝 볶이며 구수한 향을 뿜었다.
양파가 팬 위에서 투명하게 익어갈 때쯤, 리키는 다진 소고기를 넣었다.


“고기는 겉만 살짝 태울 듯이 구워야 맛이 살아.”

지글지글 기름과 고기가 만나 터지는 소리, 진한 고기 향이 공기 중에 퍼졌다.

그는 나에게 스패튤라를 건네며 말했다.

“나미, 소스는 네가 저어줄래?”

팬 위에서 토마토소스가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고, 그 사이사이로 허브 향이 스며들었다.

바질과 오레가노, 약간의 치즈가 어우러져 주방은 마치 작은 이탈리아가 된 듯했다.


리키는 한쪽에서 파스타 면을 삶았다.

“면은 조금 덜 익혔을 때 꺼내야 해. 그래야 소스랑 다시 버무릴 때 딱 맞아.”

면이 적당히 익자 그는 재빨리 팬으로 옮겼다.

버터와 치즈를 넣고 저을 때, 고소한 향이 한껏 피어올랐다.

버터가 녹으며 면발 하나하나를 감싸고, 붉은 볼로네제 소스가 면에 스며들었다.




“됐어. 이제 먹어보자.”


그가 한 접시에 파스타를 돌돌 말아 담아내며 내 앞에 놓았다.


포크로 면을 감아 한입 들어 올렸다.

면발 사이사이에 촘촘히 묻은 소스, 녹아내린 치즈가 살짝 늘어지며 부드럽게 반짝였다.


ChatGPT Image 2025년 7월 18일 오후 05_43_41.png


후루룩—

첫 한입이 들어가자 부드럽고 깊은 풍미가 입안을 가득 채웠다.
토마토의 산뜻한 산미, 올리브유의 고소함, 소고기의 감칠맛, 그리고 허브의 향이 서로 부드럽게 얽혔다.

“음~” 저절로 새어 나오는 감탄.

리키는 맞은편에서 포크를 돌리며 나를 바라봤다.

“이거… 진짜 영혼까지 따뜻해진다.”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만든 요리 한 접시가 주는 위로는, 그 어떤 고급 레스토랑의 코스 요리보다도 크고 진했다.

그날의 주방, 퍼지던 향기, 그리고 웃음소리가 우리 마음을 채웠다.
사랑으로 완성된 한 끼.


그것이 영혼의 허기까지 채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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