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모든 시험을 통화한 라크. 그리고 얻은 보물 들

by 현상

순간, 용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그러나 곧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네 용기를 시험해 주마, 하찮은 인간아.”


용이 불을 내뿜기 시작했다.

라크는 몸을 방패 뒤에 숨기며, 불을 막았다.

하지만 불길은 너무나 강력해서 온몸이 타는 것 같았다.


용은 오른쪽 앞발로 라크의 방패를 힘껏 찼다.

라크는 방패와 함께 날아서 벽에 부딪혔다.

온몸이 아파왔다.


라크는 숨을 헐떡이며 방패를 꽉 움켜쥐었다.

벽에 부딪힌 충격으로 등줄기가 욱신거렸고, 팔꿈치에서 찢어진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라크는 이를 악물었다.

‘포기할 수 없어… 아직 끝난 게 아니야.’


용이 입꼬리를 비틀며 다시 한번 불길을 머금었다.

라크는 재빨리 몸을 굴러 옆으로 피했다.

불길이 그가 있던 자리를 집어삼켰고, 돌 벽이 녹아내리는 듯한 열기가 느껴졌다.


숨을 고르며 라크는 방패 너머로 용을 관찰했다.

눈앞에 어머니의 책에서 읽었던 문장이 떠올랐다.

‘그의 불은 아무도 막을 수 없다.

이빨과 발톱은 날카롭고, 비늘은 칼로 뚫을 수 없다.

그러나 약점은 있다…’


‘약점… 약점이 어디지…’

라크는 입술을 깨물었다.

눈을 치켜뜨고 용의 움직임을 세밀히 관찰했다.


그 순간, 용이 고개를 돌릴 때, 거대한 뿔 사이 중간에 아주 얇은 틈이 보였다.

그리고 그 틈 속에 희미하게 빛나는 붉은 점, 심장과 연결된 ‘핵’이었다.

본능적으로 라크는 그것이 약점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저걸 찌르지 않으면 끝이야…!’

라크는 다리의 힘을 주었다.

심장은 빠르게 고동쳤고, 손은 미세하게 떨렸다.

하지만 그는 두려움을 꾹꾹 눌러 담았다.

“할 수 있어… 나에게 가르쳐준 모든 것을 쓰자.”


용이 포효하며 마지막 돌진을 준비했다.

거대한 몸체가 앞으로 몸을 숙이고, 강철 같은 발톱이 바닥을 파고들었다.

라크는 방패를 움켜쥔 채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는 옆으로 굴러 빠르게 용의 측면으로 파고들었다.


방패를 집어 던지고 칼을 거꾸로 쥐었다.

그리고 숨을 멈췄다.

마침내 뿔과 비늘 사이, 붉게 빛나는 핵이 완전히 드러난 순간.

라크는 몸을 날려, 온몸의 힘을 담아 두손으로 검을 찔러 넣었다.

정확히, 깊게.


순간, 용의 눈이 크게 휘둥그레졌다.

포효 대신 깊고 낮은 울림이 공간을 채웠고, 그 거대한 몸이 서서히 무너지듯 쓰러졌다.

비늘 하나하나가 은빛으로 빛나더니 허공으로 사라졌다.


라크는 무릎을 꿇고 헉헉 숨을 몰아쉬었다.

온몸이 아팠고, 땀과 피로 뒤섞여 있었다.

그러나 그 눈빛은 꺼지지 않았다.

라크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훌륭하도다. 너는 첫 번째 관문을 멋지게 통과하였다.

너에게 첫 번째 보물을 주겠다.”


라크의 앞에 말이 나타났다.

검은색 털 사이에 붉은색 털도 섞여 있었고, 멋진 갈퀴와 긴 꼬리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마의 중간에 붉은 점이 있었다.

“아! 당신이군요. 용….”

라크가 소리쳤다.

“네 맞아요. 주인님. 저는 주인님이 남은 두개의 관문을 통과하도록 도울 거예요.

관문을 모두 통과한 이후에는 주인님을 모실 거예요.”


라크는 놀란 눈으로 말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목숨을 위협했던 그 거대한 용이 이제 눈앞에서 말의 형상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그리고 별 언어로 대화가 가능한 말이라니…


“주인님, 제 이름을 지어 주세요.”

라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미소를 지었다.

“그래, 너의 이름은 ‘페가팔로스’라고 하자. ‘용의 용기’

줄여서 ‘페로’라고 부를게.”


페로는 기쁜 듯 앞발을 구르며 말했다.

“무척 마음에 들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라크는 손을 내밀며 부드럽게 말했다.

“그리고 나를 주인님이라고 부르지 말고, 그냥 라크라고 해. 그게 나의 이름이야.”


라크는 궁금한 듯 물었다.

“그런데 페로, 이제 넌 영원히 말 모습으로 있는 거야?”


페로는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달리는 말이 될 수도 있고, 하늘을 나는 말이 될 수도 있고, 필요하다면 다시 용의 모습으로도 변할 수 있어요.”

그 순간, 페로의 등에 거대한 날개가 돋아났다.

그리고 잠시 후, 순식간에 라크와 싸웠던 그 거대한 용의 모습으로 변해 눈앞에 섰다.

라크는 놀라움과 감탄이 뒤섞인 얼굴로 페로를 바라보았다.


조금 걸어가니 또 다른 문이 나타났다.

라크의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제 등위에 타세요.” 페로가 이야기하였다.

라크는 설레는 마음으로 페로에 몸을 실었다.


두 번째 문이 열렸다.

거기에는 전투의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작은 언덕 맨 위에 라크가 페로를 타고 서 있었고 양측간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냥 대충 봐도 적이 우리보다 열 배는 많아 보였다. 페로는 아무 말도 없었다.

우리는 언덕을 빙 둘러싼 작은 성에 의지하고 있었다.

적이 물러나고 있었다.

하지만 완전한 후퇴가 아니라 전열을 정비하려는 것이었다.


그때 장교로 보이는 한 사람이 다가와서 절망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장군님. 적의 공세를 겨우 물리쳤습니다.

이제 퇴각을 할지 아니면 계속 여기를 지킬 지 장군님이 결정해 주셔야 합니다.

병사들은 많이 지쳤고 우리는 이제 식량도 거의 떨어졌습니다.

우리는 모두 지쳐 있습니다.”

“적의 다음 공격 예상 시간은 언제인가?” 라크가 물었다.

“아마 네 시간 이후 공격할 것 같습니다.

해가 떨어지고 어둠이 내린 후 그들은 병력의 우위를 앞세워 다시 공격할 것입니다.”

“알겠네. 나가보게. 내가 곧 지침을 줄 테니…”

라크는 그 장교를 내보내곤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때 페로가 살짝 말했다.

“라크 두 번째 시험은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이에요.”

“하지만 나는 지금 조금 전 왔다가 간 장교가 한 이야기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어.

그리고 철수 시간까지 감안하면 내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시간은 채 두 시간이 안 되는 것 같은데…

대략 봐도 우리 병력은 오천, 그리고 적은 오만이 넘는 것 같은데…”


라크는 책을 열어 담겨 있는 병법서를 빠르게 넘겨보았다.

“페로 내가 너를 타고 우리와 적의 진지를 살펴볼 수 있을까?”

“물론이죠.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랍니다. 자 타세요.”

“정확하게 보기 위해서는 하늘에서 봐야 해. 페로 부탁해!”

순간 페로의 등에서 날개가 나오고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라크는 페로위에서 전체적인 것을 보고 종이와 연필을 꺼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우리 군의 배치, 적의 군사 배치, 그리고 병사들이 머무는 간이 막사와 건물 등…

여러 장을 그렸다.


그리고 있던 곳으로 돌아와서 그 그림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잠시 후 라크는 막사 밖에 있는 병사를 통해 장교들을 모두 데려오라고 말했다.


“자 나의 전략은 정해졌소. 지금 우리의 기마병이 얼마나 있소?”

“오백 명 정도 있습니다.” 라크의 물음에 한 장교가 대답했다.

“그중 정예병 삼백 명을 추리시오. 내가 직접 이끌 것이오.

한 시간 이내 출발해야 하오.

그리고 불을 낼 수 있는 장비들도 충분히 준비해 주시오.”

장교들은 모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자 이것을 보시오.”라며 라크는 직접 그린 그림을 펼쳤다.

“나는 오늘 적들의 보급 창고가 매우 허술하게 방비 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소.”

라고 하며 라크는 작전을 설명하였다.


장교들은 여러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하자, 라크는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오. 지금 후퇴를 하면 우리 모두 몰살을 당할 것이오.

우리가 도망갈 수 있는 길은 북쪽밖에 없는데 이미 그들은 이곳에 상당수의 병력을 배치해 놓았소.

우리가 살길은 적이 생각지도 못하는 전술을 구사하는 것밖에는 없소.”

라크의 말에 장교들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막사 밖으로 나갔다.


페로가 살며시 이야기하였다.

“아니 그런 것은 어디서 배웠어요?”

“나의 스승 카이르가 틈만 나면 병법에 관해 이야기해 주었어.

그리고 데보르 산으로 오는 내내 시간이 날 때 병법서를 읽었어.”


‘그렇다 해도 이런 빠른 시간 내에 해결책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

시뮬레이션으로 돌아가는 두 번째 관문에서 이것은 가장 어려운 사례 중 하나인데.’

페로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라크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 페로 가자.”

페로에 올라탄 후 라크는 삼백 명의 기병을 보고 말했다.

“오늘 우리 모두가 죽을지 살지는 지금 작전에서 우리의 성공 여부에 달려있다.

제군들 모두 나를 따르라.”

라크와 기병들은 적들이 알지 못하게 조용히 움직였다.

동쪽 성벽 문이 열리고 그들은 앞에 있는 숲으로 들어갔다.


숲의 어느 지점에 다다르자 달리기 시작했다.

조금 있다 적군의 보급창고 앞에 다다랐다.

병사들은 일제히 불화살을 날리기 시작했다.

붉은 불꽃이 타올랐다.

보급창고를 지키던 병사들은 모두 혼비백산해서 도망갔다.


그리고 우리 성을 향해 달려갔다.

공격하고 있던 적들은 그들의 보급창고에서 나오는 불꽃을 보고 기마대가 뒤에서 나타나기 시작하자 도망가기 시작했다.

성안에서 우리의 병사들도 쏟아져 나왔다.

우리 병사들의 승리의 함성이 터졌다.


그 순간 라크는 두 번째 방의 중간에 서 있었다.

페로는 말했다.

“라크 앞에 있는 상자를 열어요.”

페로에게서 내린 라크는 상자에 다가가 조심스레 열었다.

거기엔 책이 한 권 있었다.

제목은 ‘별의 병법’

“라크 그 책은 전쟁에서 이기는 방법이 담겨 있는 책이에요.

갈릴로스 제국의 전설적인 장군이 쓴 병법서예요.

단순한 전술 책이 아니라, 리더로서 자질,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지혜까지 가르쳐 줘요.”

페로의 그 말에 라크는 그 책을 꼭 껴안았다.


라크는 마지막 문을 열었다.

묵직한 문짝이 삐걱거리며 열리는 순간, 싸늘한 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안은 어둡고 고요했다.

오직 한 줄기 빛이 천장 위에서 내려와, 정중앙의 제단 위를 비추고 있었다.

그곳엔 한 자루의 칼이 놓여 있었다.


라크는 천천히, 발끝으로 소리가 나지 않게 다가갔다.

칼은 황홀할 만큼 아름다웠다.

날은 은처럼 빛났고, 손잡이와 칼집에는 푸른 보석들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

마치 오랜 시간을 기다리며 주인을 기다린 듯, 묵묵히 그 자리에 있었다.


그 순간, 낮고 울림 있는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갈릴로스 제국이 다시 서기 위해서는… 그 칼로 여기에 있는 한 사람이 죽어야 한다.”


라크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너는 희생자를 선택해라.”

라크는 조심스레 칼을 들었다.


조금 있으니, 방이 환하게 되었다.

아버지, 어머니, 에스마, 카이르가 있었다. 그리고 페로도 그자리에 있었다.


그들 모두가 밧줄에 묶여 있었다.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라크를 바라보며 한 목소리로 외쳤다.

“라크… 살려다오… 제발…”


라크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손에서 칼이 덜덜 떨렸다.

‘안 돼… 나는 누구도 해칠 수 없어… 누구도…!’


그 순간, 다시 그 목소리가 들렸다.

“제국의 부활에는 희생이 필요하다.

네가 그 대가를 치를 수 없다면, 이 모든 것은 끝이다.”


라크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누구를 죽여야 한다는 거지…?

아버지? 어머니? 스승님들? 친구 페로…?’

눈물이 차올랐다.

그때, 그의 마음속에 오래전 어머니가 해준 말이 떠올랐다.

“진짜 용기는, 다른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내던지는 거란다.”

그리고 꿈에서 들었던 ‘희생’도 함께 떠올랐다.


조금의 시간이 흘렀다.

라크는 칼날을 자신의 가슴 앞으로 가져왔다.


방 안의 모두가 동시에 외쳤다.

“안 돼, 라크!!!”


하지만 라크는 웃었다.

“괜찮아요… 여러분 덕분에 여기까지 왔으니까…

그리고 이제는… 내가 지켜야 할 차례예요.”


라크는 단숨에 칼을 자신에게 찔렀다.

순간, 강한 빛이 폭발하듯 터지며,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모든 시험을 통과했다.”

칼날이 라크의 몸을 뚫지는 않았고, 빛으로 둘러싸인 칼이 그의 손에 고요히 안겼다.


페로만 있고 나머지는 사라졌다.

그들이 정말로 거기에 있는지 알았던 라크는 갑자기 그리움에 오열했다.


“라크… 제가 라크 라면 저를 죽였을 거예요.

저는 첫 번째 시험에서 라크를 죽이려 했고, 다른 분들은 인생에서 라크에게 소중한 분들이니까요.”

페로의 그 말에 라크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아니야. 너는 지금 나의 소중한 친구인 걸.

하지만 아마 내가 모르는 사람이 거기에 있었더라도 나는 같은 선택을 했을 거야.

제왕이 되자고 죄 없는 사람을 희생할 수는 없으니까.”


페로는 무릎을 꿇으며 단호히 말했다.

“당신 이야말로 내가 기다려온 주인이예요.

갈릴로스 제국이 여기에 남긴 유산은 세 개예요.

저, 병법서, 그리고 칼….

자 이제 집으로 가셔야죠?”


둘은 성밖으로 나왔다.

라크는 페로에 올라탔고 페로는 날개를 펼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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