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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 대신 받은 건 우울증 진단서였다”(2)

챕터2. “그럴 듯한 계획은 있었다. 그 인간을 만나기 전까지는.”

by But Tier Mar 28. 2025

B그룹에 입사한 후, 나는 처음으로 직장 생활이 즐겁다고 느꼈다.
이전 회사에서 온갖 정치 싸움과 배제를 경험한 후라 그런지, B그룹에서는 모든 게 달라 보였다.

나는 인천공항에 위치한 한지점의 물류파트장으로 발령받았고, 빠르게 자리를 잡아갔다.
경력직 출신답게 업무를 체계적으로 정리했고, 신규 직원들을 위한 교육도 직접 진행했다.
강의 실력도 인정받아 본사 인재개발원에서 입문 교육을 맡게 되었고, 점장님은 나를 신뢰하며 이렇게 말했다.

"너는 남들이 생각하지 않는 걸 제안하는데, 그게 꼭 필요한 거더라."

내 역할이 커질수록, 내 자리는 더 확고해졌다.
부서는 점점 성장했고, 분위기도 좋았다.

어느새 나의 노력은 외부 공공기관으로부터 우수사원 표창이라는 형태로 인정받았다.
그렇게 B그룹에서의 3년은 내 인생에서도 손에 꼽힐 만큼 안정적이고 성취감 넘치는 시간이었다. 

회사생활에 대한 계획도 점점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단 한 통의 전화로 무너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짧았지만 분명했던, B그룹에서의 행복과 안정감짧았지만 분명했던, B그룹에서의 행복과 안정감


누군가의 첫 출발에 작은 길잡이가 되었던 순간.누군가의 첫 출발에 작은 길잡이가 되었던 순간.

 "그날, 나는 조직에서 ‘거절을 ‘저지른 사람’이 되었다."


새로운 지점을 오픈한 지 한 달쯤 지났을 때였다.
물류본부의 간부가 전화를 걸어왔다.


"본부로 자리를 옮기는 게 어떻겠어?"

나는 조금 고민했고, 내 솔직한 의견을 말했다.


"지금 지점이 오픈한 지 얼마 안 돼서요. 이곳이 안정된 후에 이동하면 안 될까요?"

그는 별다른 반응 없이 전화를 끊었다.
나는 그저 의견을 말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며칠 뒤, 물류본부 직원으로부터 이상한 소문을 들었다.


"너, 본부장이 제안한 거 거절했다며?"
 "그 사람 엄청 열받았다고 하던데?"

나는 순간 멍해졌다.
나는 거절한 적이 없었다. 게다가 이 건으로 본부장이랑 직접 통화하거나 대화를 나눈 적도 없다.

단지 내 의견을 그 간부를 통해 전달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내 말은 "본부장의 제안을 거절한 사람"이라는 프레임으로 포장되어 있었다.


"감히 네가?"

그 기류가 느껴졌다.

그날 이후, 나는 조직에서 ‘거절을 ‘저지른 사람’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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