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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by 여온빛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참 열심히 산다


당장의 재미쯤은 뒤로 미루고

해야 할 일들을 하고

얼마나 많은 새벽잠을 희생시켰던가


정말 하고 싶어 했었던 일들을

얼마나 많이 절제의 바다로 잠식시켰던가


다음에 하면 된다고

스스로에게 언제 올지 모를

그날을 얼마나 많이 약속했던가


참으로 열심히 살았다

그게 맞다니까

열심히 살면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고

더 행복하고 재미있는 그날이 올 거라고

철석같이 믿고 살았다


최대한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운동하고

열심히 먹기 싫은 채소도 먹고

열심히 돈도 모으려 하고

그날이 온다니까


열심히만 하면 모자란다

잘 버텨야 한다


그렇게 십 년 또 다른 십 년

그래도 그날이 안 왔다면

또 열심과 버팀으로

그다음을 기약하면 되겠지


하지만

문제가 있다


솔직히

지친다

의심이 들기도 한다

이게 아닌가


괜찮은 척해 보려 애쓴다

나오는 눈물은 약해 보일까 두려워

꿀꺽 삼킨다

가슴이 아려온다.


다른 건 모르는데

아는 게 그것밖에 없는데

어떡하지


길을 잃은 것 같을 때

그래서 멈춰야 하나

옆길로 가봐야 하나 헷갈릴 때가 온다


누군가에게 묻고 싶고

기대고 싶을 때가 온다


그런데


그 사이 난 어른이 되었다


어디다 물어봐야 하지

그럴 때가 참 외롭다


정답을 안다면

난 다시 열심과 버팀으로

또 다른 십 년이고 오십 년이고

살 수 있을 거 같은데


정답이 뭔지도

정답을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도

몰라서 먹먹하다.


그래서 하늘을 또 올려다본다.

저 파란 하늘 아래

나처럼 정답을 찾는 자들이 있을까

하늘은 높으니까

볼 수 있지 않을까

알 수 있지 않을까

내가 가야 할 길을

하늘을 기댈 수 있는 거라면 참 좋겠다


그 하늘이 정답을 알게 해 준다면

언제까지라도 바라보고 싶다

하늘의 공기를 내 폐 한가득 채우고

다시 숨을 쉰다

하늘의 공기를 한껏 내 폐에 담으니


아버지 어머니 목소리가 듣고 싶고

내 자식들에게 살가운 얘기를 들려 주고 싶고

사랑한다고 말해 주고 싶다

그 하늘 아래

나 같은 이웃들에게 친절하고 싶다


이 마음은

왠지 꼭 따라가야 후회할 것 같지 않다

후회하는 삶은 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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