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 야
텅 비고 아득히 넓은 들
텅 비어 외로운 곳
아득히 서러운 곳
넓디넓어 무서운 곳
나를 몰라주는 곳
내가 부서지는 곳
나의 교만과 오만이 벗겨지는 곳
내가 세운 계획이 무산되는 곳
죽을 것 같이 목마른 곳
서럽게도 배고픈 곳
끝없는 공격이 있는 곳
무자비하게 광활하고 거대한 곳
아무것도 내 것이 아닌 곳
아무것도 내 것이 될 수 없는 곳
막막하고
외롭고
서럽고
무서운 곳
광야
난 아무것도 아니다
공기 빛 공간 사람 물한방조차 거저가 아니었다
당연한 것 아무것도 없다
감사하지 않을 것이 없다
용서하지 못할 것이 없다
사랑하지 않을 것이 없다
욕심이 없어지는 곳
교만이 없어지는 곳
미움이 없어지는 곳
오만이 없어지는 곳
더 사랑할 걸
더 베풀고 살걸
더 감사하고 살걸
다 용서하고 살걸
나를 훈련시키고 깨닫게 하고
사람다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곳
꼭 쥐고 있던 내 세상을 내려놓게 만들어 준 스승
숭고한 광야
광야의 가르침이
아직도 생생하게 무화과 열매처럼 떨어지고
그 과즙이 목마른 광야의 학생을 살린다
얼마나 아름다운 광야인가
하지만
아름다운 광야를 만나고
새로 태어난 자가 말한다
더 이상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