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그만두니 진짜 교육이 시작되었다 연재 중
수진에게도 준서의 아이폰 시위가 그동안 얼마나 격렬한 잦은 싸움과 갈등으로 이어졌는지 그동안 괴로운 경험들을 했기 때문에 리사아버지의 호소와 눈물은 소름 끼칠 정도로 수진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수진이는 준서의 고집적인 조름마다 정말 고민했다.
본인이 그렇게 학교에서 ‘어머니, 아버지들! 스마트 폰은 아이들과 절대 타협거리가 아닙니다. 권위는 그럴 때 지혜롭게 쓰셔야 합니다. 이 말씀을 새겨듣지 않으시면 나중에 분명히 후회하십니다. 되돌아갈 수 없는 강을 넘게 되시니 명심하십시오!’라고 주장해 왔는데...
내 아들의 이런 시위와 부탁으로 지칠 대로 지치게 되자, 본인도 별수 없구나, 이게 어차피 안 되는 싸움인가 보구나, 시대가 세대가 변해도 너무 변한 것인데 내가 너무 이러나. 이런저런 별별 가지 생각이 계속 올라오면서 아들을 너무 심하게 제재하는가 싶고, 아들에게 너무 윽박지르는가 싶고, 아들이 이렇게까지 안쓰럽게 오랜 기간 지칠 줄 모르고 눈물까지 보이며 얘기하는데 내가 너무 매정한 건가 얼마나 하루에도 수십 번 그냥 사주자 그 대신 룰을 정하자 이런 생각을 해왔던 시절이 있었다. 얼마 전 일이지 않은가.
타협을 하지 말라던 수진이는 타협만이 답이구나로 맘이 왔다 갔다 하던 차에 터졌던 사건이 바로 담배사건이었던 것이다. 담배사건이 오히려 좋은 트리거가 되어 수진이의 신념과 교육철학에 힘을 엄청 실어주게 되었던 셈이다.
리사아버지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리사가 더 이상 책을 읽지도 않고 공부도 하지 않고 맨날 아이돌 노래와 춤만 추고, 점점 사춘기가 시작되었나 싶었다고 했다. 아버지랑 대화도 안 하고 대화 좀 할라치면 귀찮아하고 지 방에 쑥~ 들어가 버리고, 너무 서운하고 딸의 태도 변화에 서운하고 눈물이 날 것 같았는데 선을 점점 넘는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다 얼마 후 알게 된 것이 바로 스마트폰을 딸아이가 가지게 되었다는 것인데 아무리 그제야 아버지가 달라고 윽박지르고 타협을 시도하고 별별 짓을 다해봤지만, 아버지 없이도 살아도 폰 없이는 못 살 테니 절대 폰을 가지고 타협을 할 생각을 말라는 것이다. 이제 리사는 더 이상 책을 만지지도 보지도 않으며 부모한테 찬바람 쌩쌩거리는 시베리아 보다도 더 찬 바람이 되어 버렸다고 한다.
딸아이를 한 순간에 잃은 기분이라 어찌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고 자기 좀 살려 달라, 방법을 좀 알려 달라고 수진이에게 호소하며 연신 눈물을 훔치신다. 수진이가 아이의 증상을 이래저래 묻고 상황에 희망점을 찾아보려고 애썼지만 리사의 양상은 이미 강을 멀리 건너간 것처럼 느껴졌다. 간담이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사랑스럽게 대화를 했던 부녀는 온데간데없고, 아버지의 말은 딸에게 스쳐가는 공기처럼 지나간다고 한다. 에어팟을 하루 종일 귀에 꽂고, 화면을 응시하는 딸의 눈 빛은 예전에 알던 그 빛이 아니라고 한다. 딸아이를 잃었다고 표현하는 리사 아버지의 눈빛도 빛을 잃은 불쌍한 50대 아저씨의 근심만 가득해 보였다.
딸의 방 앞에서 문고리를 붙잡고 매일 밤 서성인다고 한다.
선생님, 저는 정말이지,
그 손바닥 안의 작은 기계에게
내 소중한 딸, 하나밖에 없는 딸자식을
빼앗겼습니다.
리사 아버지의 눈물호소가 자기의 호소가 될 수 있었다.
리사의 어머니도 이럴 줄 알고 사줬겠는가.
리사인들 이렇게 자신이 통제 불가능한 상태에 갈 줄 알았겠는가.
누구의 책임을 묻기에는 자녀를 너무 사랑하고 잘 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한결같고, 그렇게 원하는 자식의 부탁과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더 괴로운 건 사실 부모들이다. 수진이는 리사 아버지에게 말씀을 들으니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얘기하면서 기회를 만들어서 리사를 직접 만나보고 면담을 해보고 부모님과 다시 얘기해 보겠다고 했다.
그래도 폰을 가지게 된 시간이 아주 오래된 것은 아니니 아이와 잘 얘기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은 정말 스마트하게도 밤낮 쉬지 않고 자신들의 세상을 빼앗아 오고 있다. 인간들은 속수무책으로 여기저기서 참패를 당하고 있고.
수진이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수진이는 스마트폰이 정말 훌륭하다고 여기지는 사람들까지 얼마나 비참하게 무너뜨리는지 가까이에서 본 경험들이 있다. 수진이의 친구 중 하나는 정말 착하고 똑똑한 친구 하나가 대학병원의 의사와 결혼해서 잘 사는가 했는데 남편이 게임에 중독되어 병원에도 출근하지 않고 임신한 친구를 제대로 돌보지 않아서 정말 심각한 지경에 까지 이르러 가정이 파탄이 난 경우도 봤고, 예전에 가르치던 조나단의 이야기도 동시에 떠올랐다.
조나단이라는 학생이 있었는데 그 학생은 어릴 때부터 정말 말도 잘하고 언어에도 능숙하고 글도 잘 쓰는 활발하고 영재라고 불릴 정도로 정말 영리한 아이였다. 그런데 중학교에 올라가고 아이폰을 갖게 되고 그 아이 역시 리사처럼 변해갔다. 한순간이었던 거 같다. 그 아이의 명석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학교에 제출해야 하는 숙제조차도 스스로 해결을 못했다. 숙제를 제시간에 제출하기 위해 숙제 선생님까지 둬야 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그 스마트폰으로 옥신각신 엄마와 말다툼이 일어나고 폰을 빼앗는 과정에서 이미 많이 커서 힘이 커진 아들의 저항을 이기지 못한 조다난의 엄마는 넘어지고 안타깝게도 넘어지면서 테이블 모서리에 머리를 크게 부딪혀 119에 싣려 가게 되었던 사건을 접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가 거의 8년 전쯤 일이니 이제 조나단도 성인이 되었을 터이다. 그때 조나단의 어머니께서 병원에서 했던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연신 눈물을 흘리셨던 그 모습과 함께.
선생님, 정말 제 가슴이 미어져요.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어떻게 해야 제 아이를 지킬 수 있을까요?
저 나름대로는 할 수 있는 건 다 한 것 같아요.
이젠 정말 방법을 모르겠어요.
내가 키운 아이가 아니라, 낯선 사람 같아요.
아시죠? 얼마나 총명했었는지.
얼마나 똘망똘망했는지.
그래서 맘이 더 미어져요.
그 모습은 이젠 거짓말 같고,
이젠 제 아들의 눈빛은 희미해졌고,
표정은 없어지고, 대화도 안 하고...
저 열심히 했는데요.
제가 뿌린 사랑과 헌신은 다 어디로 갔나요?
제가 쌓은 시간은 무엇이 되었나요?
아이를 잃어가는 기분, 그 아픔은 말로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선생님.
저는 아들 손을 다시 잡으려 애쓰지만...
아들을 빼앗겼어요.
할 수가 없어요. 할 게 없어요. 더 이상.
그런데 이렇게 그냥 둘 수는 없는 거잖아요.
제가 그래도 엄만데.
그때가 벌써 8년 전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강적은 같다. 그리고, 부모들과 아이들은 희생양이 되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정말 강력한 적이다. 부모들은 같은 맘이다. 나도 안다. 리사 아버지 말씀, 조나단 어머님의 말씀이 딱 내가 했던 말이었다.
스마트폰과의 싸움이 얼마나 헷갈리고 힘겨운 것인지 나도 잘 안다. 교육자로서 스마트폰에대해서는 아이들에게 협상하지 마시고 쥐어주지 마세요라고 부모님들께 주장했던 당사자인 나도 그 싸움에서 참담하게 패하기 바로 직전까지 가지 않았던가.
그 싸움이 자기가 잘해서가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아이폰전쟁에서 협상카드를 내밀기로 했던 때, 반전의 맞불 작전을 놓듯, 담배사건이 터지면서 전쟁의 태세가 바뀌었더랬지. 정말 예기치 못한 맞불작전. 그리고 수진이는 자신의 공로 없이 승리를 거머쥐게 된 것임을 알고 있다.
아이들이 화면 속 세상이 전부가 아님을, 진짜 세상이 얼마나 눈부신지를 우리 어른들이 알게 해 줘야 하는데... 수진이는 계속적으로 이런 문제들을 바라보게 되면서, 교육자로서, 부모로서, 어른으로서, 어떻게 풀어갈지 숙제를 풀어야 함을 가슴 깊숙이 새기고, 빛을 찾아가는 여정을 해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하루빨리 리사 아버지의 두 눈에 리사의 사랑스러운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하는 날이 오길. 리사의 빛나는 두 눈과 아버지의 두 눈이 만나서 예전처럼 사랑의 대화가 오가길.
15화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