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가 분노한 피자, 세계가 사랑한 파인애플'
피자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는 파인애플을 올린 피자는 흔히 "쓰레기"라는 혹평을 듣는다. 그들은 그런 피자를 보면 화를 내며 당장 집어던지고 싶을 만큼 화를내며 거부감을 드러낸다.
우리가 즐겨 먹는 하와이안 피자를 두고서 하는 말이다.
그러나 그 한 조각을 떠올려 보면, 풍미 깊은 나폴리식 토마토소스를 부드럽게 펴 바르고, 신선한 모짜렐라 치즈를 듬뿍 올린다. 그 위에 스모키 한 햄과 황금빛 파인애플을 얹어 화덕에 넣으면, 오븐 속의 열기가 재료들을 하나로 끌어안는다. 갓 구운 피자를 집어 한입 베어 물면 치즈가 길게 늘어나며, 파인애플의 상큼한 단맛이 혀끝에서 가볍게 춤춘다. 그 사이로 퍼지는 햄의 은은한 훈연향은 달콤함과 짭조름함의 경계를 절묘하게 잇는다. 이 순간, 잠시 세상 걱정이 멀어지는 기쁨이 입안에 펼쳐진다.
하지만 이탈리아인들에게 파인애플 피자는 단순한 낯선 조합이 아니다.
그들에게 피자는 전통과 자부심의 결정체다. 토마토와 바질, 모짜렐라처럼 그 땅의 햇살과 공기가 길러낸 재료로 완성되는 한 장의 역사. 그 위에 열대의 과일이 올라왔을 때, 그들은 자신의 문화가 가볍게 변형된 듯한 불편함을 느낀다.
어쩌면 그 감각은 우리가 해물파전 반죽을 콜라로 만들고, 설탕을 듬뿍 넣어 달콤하게 구워낸 파전을 상상했을 때의 충격과도 닮아 있다. 맛의 호불호를 떠나, 오랜 세월 이어온 음식의 정체성이 한순간 희미해지는 듯한 낯섦 말이다.
1962년, 캐나다의 한 피자 가게에서 처음 등장한 '하와이안 피자'는 당시 신문과 잡지를 통해 "달콤•짭조름의 기막힌 조화"라는 제목으로 보도되며 북미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인쇄된 사진 속 반짝이던 노란 과일은 곧 세계 곳곳의 식탁을 점령했고, 이탈리아까지 소문이 전해졌다. "파인애플 피자는 범죄다", "우리 음식으로 장난치지마라!" 라는 농담 섞인 탄식이 기사와 라디오 토크쇼에 실리며, 전통을 지키려는 그들의 자부심은 오히려 더 단단해졌다.
그러나 세월은 변화를 데려온다. 젊은 세대 중에는 "맛있으면 됐지!"라며 파인애플 피자를 즐기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 달콤함과 짭조름함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이들의 웃음 속엔, 음식이 결국 개인의 선택이자 즐거움이라는 단순한 진리가 담겨 있다.
나는 그 두 가지 마음 모두를 이해한다. 오래된 전통을 소중히 지키려는 열정, 그리고 새로운 맛을 향해 마음을 여는 호기심. 파인애플 한 조각 위에 얹힌 논쟁은 결국 자신이 사랑하는 문화를 어떻게 지켜내고, 또 어떻게 나누어야 하는가에 관한 대화일 뿐이다.
우리가 할 일은 누가 옳은가를 가르는 것이 아니다. 각자의 피자에 담긴 역사와 취향, 그 배경에 깃든 시간을 존중하는 것...
달콤한 파인애플이 들어간 피자든, 순수한 마르게리타 피자든, 한 조각을 입에 넣는 순간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는 마음이야말로 가장 깊고 진한 풍미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