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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중입니다, 여전히>

Ep.1 – 실패한 결과 속에서도 시작된 인생

by 안정현 AJ Mar 28. 2025
실패 속에서도 계속되는 믿음의 기록



중고등학교의 철없는 시절을 지나,

성인이 되어 처음 사회라는 큰 틀 안에 발을 디딘 후부터

그때의 자신감은 온데간데없었다.

세상 속에서 나는 늘 작았다.


잘한다고 믿었던 것들은

막상 나와 보니 모두가 다 하는 것 같았고,

그조차도 못한다고 느껴질 때는

평범함도 지키는 게 버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꿈은 마음에 있었지만, 꺼내는 법을 몰랐다.

그래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가는 곳에 나도 휩쓸려 갔다.

거창한 꿈도 아니었는데

‘목사가 되고 싶다’는 나의 꿈은

가족도, 주변도 지지하지 않은

외로운 꿈이었다.


누군가의 눈에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목사의 길을 가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를 간절히 바랬고

오히려 사명과 소명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그 길을 붙잡고 싶었다.


그렇게 이 길이 맞을까, 분명 이 길이라고 마음에 받았는데 

신학대학원 입학은 할 수 있을까? 내 성정에 그 길이 맞을까?

잠깐 주저하다 보면

다른 사람들은 앞서가 있었고,

나는 그저 멈춰 서서

“왜 나는 안 되지?”를 반복했다.


그래서 그런지 수많은 꿈들이 모였지만 

절대 푸르지 않았던 노량진으로 향했다.

일단, 학벌부터 바꿔야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막연히 편입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그 시절, 영어가 답인 줄 알았다.


무작정 학원에 등록했고,

하루하루를 살아내듯 공부했고 

꿈을 되내이며 살아갔다.


"언젠가 잘하게 되면,

언젠가 편입만 하게 되면

언젠가 이 벽을 넘으면

그때는 나도 괜찮아질 거야."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나는 영어라는 하나의 문제만 뛰어넘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사실 내 전체적인 변화가 필요했었다. 

단순히 종교적 깨달음과 감정적 카타르시스를 넘어

내가 누구인지, 나를 지으신 하나님은 누구였는지를 명확히 알아

어떠한 삶을 살지에 대해서 알았어야 했던 거 같다.


물론, 노량진에서 꿈을 키우고자 치열하게 공부하는 이들을 보며 

나의 인생에도 변화가 있던 건 사실이다. 

공부로 성공한 이들의 명언과 공부방법을 보며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그 당시의 강의 중 확실히 생각나는 건 

지금의 메가스터디 손주은 회장의 강의였다.


목숨 걸고 공부해라.
공부가 뭔지 알고 삶을 근본적으로 바꾼 사람은 
이런 일들이 다 쉬워 재밌어.
이렇게 지독하게 공부해 낸 놈을 본 적이 없다고.
17시간의 환희를 맛볼 수 있는
이 엄청난 고통스러운 과업을 수행했기 때문에
지금 우리 사회에서 최고의 엘리트가 됐단 말이야.

목숨을 걸고 공부하면

엘리트가 되어 내가 바뀔 거라 믿었다.


그래서 매일 책상 앞에 초시계를 세워두고,

진짜 공부한 시간만을 측정했다.

화장실을 가든, 잠시 눈을 감든, 딴짓을 하든

공부가 아니면 ‘Pause’.

그렇게 하루 12시간의 순수 공부 시간을 만들기 위해

나는 나 자신과 싸우듯 공부했다.


잘하고 싶었다.

이 길 외엔 없다고 믿었고,

‘잘하는 줄’ 알았고, ‘할 수 있는 줄’ 알았다.


나름 학원에서는 상위권에도 들고,

예전과는 달라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과정은 치열했는데

결과는 허무했다.

편입도 실패했고,

토플 점수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래서 어디 가서 한 번도 나의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었다.

성공이 없는 과정은 실제 했던 내 인생의 일부인
노력과 눈물 그리고 고군분투가 
부정당하는 것 같아 괴로웠다.


이런 이야기를 하려면

이 정도를 적었으면 성공하고 합격하여
누군가에게 희망과 본이 되어야 하니 말이다.

결국 성공이라는 마침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돌아보면,

그때부터 내 안에서는

어렴풋한 변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그 변화는

‘간절함’이었고,

‘열등감 속에서 피어난 작은 자신감’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나라는 한 사람의 진짜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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