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바로 이런 도발로 시작한다. 게으르고 나태한 것은 비난과 탈피의 대상이어야 하는데,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목적 없이 게으르기만 한 사람에게는 이 책이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바쁨에 매몰되어 있는 사람이 보면 더 값진 책이다. 그런 사람들이 읽게 된다면, '게으름 = 나태함'이라는 강박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야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1_게으름이라는 거짓
저자는 게으름이라는 거짓이 우리가 충분히 노력하지 않고, 충분히 일하지 않고 있다는 죄책감을 가지게 만든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가 두려워해야 한다고 배웠던 게으름이란 사실상 존재하지 않으며, 게으름은 사실상 강력한 자기 보존 본능이기에 휴식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에너지나 동기를 잃고 피곤하고, 집중하지 못하고, 게으르다고 느끼는 것은 우리의 몸과 마음이 평화와 고요함을 찾고 있는 신호라고 말한다. 몸과 마음이 알리는 경고를 무시하고 자기 비난으로 본인 스스로를 괴롭히며 벼랑 끝으로 몰고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느끼는 피로감과 게으름은 우리에게 휴식 시간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주어 자기 자신이 소진되어 버리지 않도록 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그렇기에 휴식의 필요성을 부정할 필요도 없고, 게으름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게으름이라는 것은 단순한 시간 낭비가 아니라, 반성하고 재충전하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교감으로 새롭게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그런 행위이기에.
#2_성취는 그 사람의 가치가 아니다.
게으름을 죄악시하고, 성취만을 바라보며 살게 되면, 항상 피곤하고, 버겁고, 자신에게 실망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애써도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무리 많이 성취해도 혹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만족감이나 마음의 평화를 느낄 만큼 충분히 해내지 못했다고 여긴다. 그래서 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한계를 갖는 것은 우리를 '게으르게' 만들기에.
이런 모습은 사실 얼마 전까지의 내 모습과도 닮았다. 그리고 아직도 이런 삶의 태도를 완전히 버리지 못했다. 하지만 저자는 이야기한다. 성취는 덧없는 것이며, 진정한 만족을 줄 수 없다고. 결승선을 지나 트로피를 받자마자 경주의 기쁨은 끝나고 마는 것이다. 게으름이라는 거짓은 우리들 옆에서 결코 만족해서는 안된다고 지속적으로 말하지만, 이런 식으로 성취에만 집착하게 되면 삶에서의 보람과 즐거움은 사라져 버리고 마는 것이다.
#3_삶을 음미하는 자세
결국 저자의 주장은 이것이다. 우리 인간의 가치는 그 사람의 활동 수준이나 그 사람이 어떤 일에 기여하고 성취하는 것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것, 삶의 가치는 바로 아름답지만 불완전하게 살아 있는 데에서 온다는 것이다. 작디작은 동물과 식물의 삶이 그것이 무엇을 하든 말든 상관없이 본연의 가치가 있고 아름다운 것이라면, 인간인 나의 삶도 성취로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 본연의 가치가 있다는 뜻일 테니.
게으름이라는 거짓에 저항하려면, 끊임없는 내적 노력이 필요하다. 자기 연민과 친절을 계속해서 실천하고, 변화가 바로 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완벽하지 않더라도 지금 그대로의 당신으로도 충분히 괜찮다는 것, 그리고 다른 모든 사람도 그렇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필요하다.
이 책은 이렇게 결론 맺는다. 개인의 생산성을 선량함과 동일시해서는 안되며, 이제는 게으름이라는 거짓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연민과 친절을 베풀고 삶을 음미하라고 말이다.
게으름을 두려워하는 것을 멈출 때, 재충전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교감하고 좋아하는 취미를 다시 시작하고 느긋한 속도로 세상을 헤쳐 나아갈 시간을 찾을 수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책은 결코 단순한 게으름을 옹호하는 책이 아니다. 그동안의 게으름을 바라보았던 시각을 바꿔보자는 이야기다. 성취에 목매지 않고 삶을 음미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음미하는 것은 성취만을 추구할 때랑은 보는 시선이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대상을 해치워야 할 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천천히 마음을 쓰며 제대로 인식하고 경험하고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삶의 중요한 순간, 그 순간의 삶을 음미했던 한 남자의 사진이 떠올랐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바로 내 눈앞에서 결정적 샷을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어떻게 할까? 휴대폰을 꺼내 촬영할 것이다. 두 번은 없을 찰나의 순간을 영상으로 간직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사람은 그 순간을 오롯이 자신의 눈에만 담았다. 그리고 이 사람은 다음의 문구와 함께 광고까지 찍으며 화제가 되었다.
It’s only worth it if you enjoy it.
타이거 우즈의 결정적 샷을 보고도 사진을 찍지 않고 그 순간을 즐겼던 남자 (Source: 게티이미지코리아)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매일의 순간을 쉼 없이 달리는 사람과 이 사람처럼 인생을 음미하며 천천히 여유 있는 삶을 즐기는 사람의 차이란 무엇일까. 자신의 삶에 부끄럽지 않은 '열심'은 필요하지만, 게으름이라는 거짓에 매몰되어, 삶의 본질을 잃어버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