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일'이라는 것을 제대로 해보고 싶거나, 지금껏 일을 열심히 해오다가 잠시 슬럼프에 빠진 사람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런 말을 한다. 열심히 하지 말자고 외쳐대는 이 시대에, 열심히 하려는 의지는 있지만 요즘 시대가 그렇지 않아 헷갈리고 자신 없는 사람들을 향해, 당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고 꼭 말해주고 싶었다고.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내내, 인생에서의 일의 의미와 그동안 애써 온 시간에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에 대해 묻고 대답한다. 책을 읽으며, 유독 와닿았던 몇 가지 내용을 중심으로 재구성하여 정리해 보았다.
#1_일과 인생의 의미
"일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일이 주는 선물을 충분히 누리고 있는가." 저자는 독자에게 이렇게 묻는다. 사실 우리는 일한 대가로 돈을 받는다. 그리고 그게 전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에는 우리를 위한 선물이 여럿 들어있다. 성취감, 자신감, 기쁨, 인정, 팀워크, 성공 등이 그것들이다. 물론 얼마나 많은 선물을 가져갈 것인가는 각자의 몫이다.
하지만 일을 하는 것은 늘 즐거운 것이 아니기에, 저자는 일에서 내가 느끼는 기쁨과 즐거움의 요소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것은 일을 놓고 고민할 때, 혹은 퇴사나 이직에 대한 생각이 깊어질 때 중요한 선택의 기준을 갖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
또한 저자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일의 의미 찾기' 작업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저자는 일의 즐거움을 찾아 일하면서도 일의 의미를 찾는 고민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일의 의미를 치열하게 고민했기에 자기의 일을 붙들고 조금이라도 더 잘하고 나아지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며 자기만의 관점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한다.
본인이 하고 있는 업의 본질을 자기만의 언어로 정의할 때 힘이 생긴다는 이야기도 울림이 있었다. 치열한 고민이 없이는 내가 하고 있는 업을 나만의 관점을 담아 나만의 언어로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2_문제는 회사가 아니다.
"문제는 회사가 아니다." 짧은 한 문장이지만, 나의 마음속을 파고드는 문장이었다. 여러 번의 이직을 했던 나로서는 그동안의 직장경험을 가지고 회사들을 비교하는 습관이 있었다. 그래서 차마 회사 동료들과는 이야기 못하는 것들을 와이프에게 이야기하며 불평불만을 쏟아내곤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와이프가 이렇게 말했다. "넌 어떤 대단한 회사를 가서도 만족하지 못할 거야."라고.그 말을 듣고 깨달음이 있었다.회사가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지금껏 잘못 생각해 왔던 나에게 문제가 있었던 것.
저자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회사 일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내 일을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일에 임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올바른 질문은 이것이다. "이곳에서 내가 원하는 일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할 수 있는가?"
저자는 또 이런 말을 한다. "ㅇㅇ기업에서 10년 차"라는 것이 의미하는 바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이다. 같은 회사에서 똑같이 10년을 일했다 하더라도 사람마다 시간의 밀도는 다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이 맡은 일을 열심히 고민하고 해법을 찾으려 애쓰지만 어떤 사람은 회사에 몸만 가서 그저 주어진 일만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시간의 밀도 차이는 결국 10년 뒤 능력과 퍼포먼스의 차이로 드러나기 마련이라는 것.
시간의 밀도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계산은 정확하다. 연차는 쌓였으나 역량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역량을 갖지 못한 채 직위만 높아지다 보면, 코모디티로 전락하게 된다.그래서 일은 결국 자신을 위해 하는 것이다. 창업가나 자영업자만 그런 게 아니라, 직장인도 스스로를 위해 일하는 것이다.내가 일의 주인이라 여기는 태도와 노력으로 시간의 밀도를 높여야 한다.
늘 주인의식을 가지라는 말을 들어왔지만, 저자는 이 말의 의미도 새롭게 고쳐준다. 회사의 주인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자신이 맡고 있는 일의 주인이 되라는 뜻이라고.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내가 맡아하고 있다면 나의 일이다. 그저 회사 일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의 일을 하는 것이다."
결국, 저자는 이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누가 나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나를 위해 일하고 결과로써 기여하라. 애쓰고 애쓴 시간은 내 안에 남는다."
#3_일의 딜레마와 자신만의 브랜드
저자는 요즘 직장인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사실 대부분의 회사가 비슷하겠지만, 대부분 일 잘하는 사람에게 일이 몰리기 마련이다. 특히 중요한 일일 수록 더욱 그렇다. 하지만 잘하는 사람은 언제나 부족하고 일부에게 일이 몰리게 되면 당사자 입장에선 고달픈 생활이 계속된다. 그러면서 딜레마를 겪게 된다. '내가 너무 바보같이 사는 건 아닌가.'라는 식의.
특히 이런 현상은 아마도 사기업보다는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더욱 심할 것이다. 성과에 대한 보상 차이가 크지 않고 호봉제와 같은 제도로 인해 시간이 흐르면 연봉이 올라가는 구조인 경우에 더더욱.
저자는 일 잘하는,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다른 사람들보다 일이 많다고 비교하며 괴로워만 할 게 아니라 일을 통해 가급적 많은 것을 다양하고 깊게 경험하며 배우는 것이 이롭지 않을까요? 시시한 이유로 일에 대한 열정을 꺼트리지 말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코모디티로 전락하지 말고 자신만의 브랜드를 갖추라는 따끔한 일침도 있지 않는다.본인은 엉망인 상태로 스스로를 존중할 수 없고 다른 사람의 존중을 얻어낼 수는 없다는 말에 매우 공감한다. 일터에서는 실력과 태도를 갖추는 것이 존중을 받을 수 있는 첫걸음이다. 그것 없이 본인에 대한 존중만을 바라는 것은 헛된 욕심에 불과하다.
"개인이 의미 있는 브랜드가 되는 일은 자신이 맡고 있는 일을 잘해보려고 애쓰는 것, 거기서 작더라도 성과를 거두는 것을 시작으로 합니다. (중략) 일을 잘하지 않고선 일터에서 존중받는 것은 물론 인정받는 브랜드가 되는 것도 어렵습니다. 그러니 일로써 승부를 보시고 그것으로 브랜드가 되십시오."
#4_태도가 경쟁력이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그 무엇보다 태도가 중요하다는 이야기.
"씨앗 없이 꽃이 피진 않지만 씨앗을 심었다고 다 꽃을 피우진 않는다. 씨앗이 죽지 않고 자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하려면 물을 주고, 바람과 햇볕을 쬐어주며, 때로는 비료도 주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태도'다. 즉, 태도는 우리 안의 재능이 도중에 꺾이거나 사라지지 않고 활짝 꽃피게 한다."
태도가 경쟁력이다. 그것은 재능보다, 능력보다, 태도가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 세상에 나올 때 자신의 선택과 무관하게 부여받은 재능을 살리기 위해 기울인 노력이 퍼포먼스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단언한다. 예를 들면, 끈기, 도전을 피하지 않는 담대함, 작은 일에 안달복달하지 않는 강한 심장, 그리고 직장에서 동료들과 지켜야 하는 예의 같은 것들.
나 역시도 이러한 태도의 중요성을 깊이 느끼고 있는 중이라 특히 공감이 갔던 내용이었다. 만약, 내가 같이 일할 사람을 선택할 수 있다면, 실력이 조금 모자라지만 태도가 좋은 사람과, 실력이 뛰어나지만 태도가 좋지 않은 사람 중 과감히 전자를 택할 것이다. 실력은 모자란 부분을 여럿이 함께 채워줄 수 있지만 한 사람의 태도와 삶에 대한 자세는 쉽사리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5_마흔의 슬럼프, 그리고 새로운 길로 떠나기
이 책에는 유독 '마흔'이라는 단어가 자주 나온다. 그래서 흠칫흠칫 놀랄 때가 많았다.
"지나고 나서 보니 마흔이란 그런 나이더군요. 생을 받아 나올 때 이미 정해져 있던 것들과 결별해 그 이후의 인생은 자신의 노력과 수고로 만들어가야 하는. 말하자면 '존재의 독립'을 이뤄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존재의 독립이라... 마흔이 지나면 자기 얼굴(인생)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도 같은 뜻일 테다. 어떤 부모를 만났는지, 어떤 재능을 타고났는지는 마흔 이전의 인생에는 결정적일 수 있다.하지만, 그 이후의 인생은 자신의 노력과 수고로 만들어가야 하는. 말하자면 '존재의 독립'을 이뤄야 하는 것. 그것이 마흔의 의미라는 저자의 말이 유독 쓰리게 다가왔다.
저자의 산티아고 순례 경험도 인상적이었다. 마흔다섯. 저자는 회사를 그만두기로 마음먹지만 회사에서는 1년간의 휴직을 제안한다. 그리고 떠났던 산티아고 순례에서 저자는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좀 더 가보자. 조금만 더 가보자.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는 귀한 것들이 있다. 그런 시간을 보낸 후의 나는 지금보다 한결 나아져 있을 거다."
그리고 그 경험에서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결정'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적어도 반생 정도를 살고 나면 그때부터의 결정은 유리한가 불리한가 외에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 혼자만의 시간과 그 시간에서의 고민 끝에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단단한 생각. 그리고 그 생각에 의지해 앞으로의 시간을 또 살아가는 것이다.
저자가 회사에 사표를 내던 순간이 책에 묘사되어 있다. 물러나야 할 때를 깨달으며 제일기획 부사장에서 떠나던 날 저자가 썼던 편지를 읽으며 왠지 모를 전율을 느꼈다. "...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자유, 아무것도 안 할 자유, 제가 서른 살 무렵 썼던 카피인데 이제부터야말로 자유를 누려보겠습니다. 자유, 안식, 평화를... 고맙습니다!"
이 책은 '일'에 대한 책이다. 또한 '인생'의 의미를 찾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내용은 다소 꼰대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내용의 전달은 부드럽고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평생을 일을 하며 살아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어떤 기여를 하며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나만의 관점'을 찾도록 돕는 책이다.
이 책의 대부분은 직장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만, 사실 꼭 그러한 방식이 아니더라도 인생에서 의미를 찾으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많다. 그래서 저자가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느꼈던 그 경험이 궁금해졌다. 순례길에서의 경험과 그 이후의 삶, 새로운 도전을 위한 고민은 또 어땠을까.
나의 50대는 어떻게 맞이해야 하고, 어떻게 하면멋지게 떠날 수 있을까. 고민이 더욱 깊어지는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