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Ryan Choi
Sep 11. 2023
예의 있는 말과 행동의 중요성
예의는 가식이 아닌, 진심을 담는 도구다.
어린 시절, 옆집에는 나와 또래인 여자애 가족이 살았다. 그 여자애는 초등학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면, 배꼽에 손을 얹고 공손하게 인사하는 것은 물론, 같이 탄 어른들이 다 내릴 때까지 '열림' 버튼을 눌러준 후 본인은 나중에 내리곤 했었다.
아마도 엄한 가정교육의 결과물 같았다. 그리고 그 여자애의 행동은 부모님의 잔소리 가짓수가 더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왔다. "옆집 애 좀 본받아라. 저렇게 행동해야 가정교육 잘 받은 아이란 이야기 듣는다. 너도 따라서 해봐."
하지만 그 당시에는 반발심이 들어 부모님이 하라는 대로 옆집 여자애의 행동을 따라 하지 않았고, 괜스레 그 여자애가 밉기도 했었다. 그리고 이 오래전 기억을 떠올린 것은 얼마 전 예의 바른 한 사람의 행동을 다시금 목격하면서였다.
그 사람은 뒷사람이 들어오려는 것을 보고 문을 잡아주는 것은 기본이고, 상대방이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배려하며, 자신의 배려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을 상대방에게 유머 섞인 따뜻한 말 한마디로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배려와 예의가 몸에 진하게 배어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나는 한동안 그런 '예의 차리는' 말과 행동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곤 했었다. 마음가짐이나 실질이 중요한 것이지 겉으로 보이는 예의나 배려는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왔었다. 심지어 가식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야 어릴 적 어른들이 왜 예의 있는 말 한 마디와 행동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는지, 그리고 부모님의 그때 그 잔소리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뒤늦게 깨닫고 있는 중이다.
예의 있는 말과 행동은 진심과 진정성에 대한 문제다. 한 사람의 배려있는 말과 행동은 상대방의 마음에 감동과 기쁨을 줄 수 있다. 그래서 혹여 진심이 담겨있지 않더라도 해볼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그리고 그 말과 행동이 진심이지 않다면, 아무리 숨기려 해도 다 보일 수밖에 없기에 대부분은 진심일 가능성이 높다.
과거의 나처럼, 예의 있는 말과 행동은 다 가식이라며 진실됨이 더 중요한 거 아니겠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제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예의 있는 말과 행동은 분명 '진심을 담는 도구'로서의 가치가 충분히 존재하기 때문에.
사실 나도 참 이런 것 못한다. 그래서 더더욱 배려심 넘치는 그 직장동료를 지켜보며 반성중이다. 누가 보더라도 이런 친구를 보면, 뭐 하나라도 더 주고 싶고, 도와주고 싶고, 좀 더 정이 갈 수밖에 없는 것이 인지상정일 듯 하다. 그래서 좋은 교육받고, 교양도 어느 정도 있으며 기본 예의가 있는 그룹에 속해서 살아가는 것이 진짜 중요함을 새삼 깨닫는다.
예의도 일종의 지능이다. 그리고 예의 없는 말과 행동은 무식함의 다른 말이다. 이제는 예의 없이 구는 인간과는 점점 더 상종하기가 싫어진다. 예의 있는 말과 행동은 그 사람이 공감 능력과 자기 성찰, 진심과 진정성을 갖추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하나의 지표임이 분명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