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Ryan Choi
Aug 05. 2023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이유
작은 실수를 지적할 것인가 말 것인가
남의 실수를 알면서도 모른 척한 경우가 몇 번 있었다.
특히 직장생활에서 얄팍한 수를 쓰는 사람을 지켜보며, 그 사람의 얇디얇은 그 수를 다 알면서도 몇 번 그냥 넘어간 적이 있었다. 나중에 시간이 흘러, 그때의 일을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면, 아니 왜 그때 따끔하게 이야기를 하거나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냐며 뭐라 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 역시도 과거에 회사에서, 나의 실수를 가리기 위해 손바닥으로 하늘 가릴 정도의 속임수를 몇 번 써본 적이 있었다. 내 나름대로는 열심히 머리를 굴린 것이었지만 결국은 상대방이 다 알게 된다는 사실을 그때는 미처 몰랐다. 시간의 문제일 뿐, 상대방을 잠깐은 속일 수는 있지만 영원히 속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리고 나중에서야 나의 속임수가 들통이 났다는 사실과, 그럼에도 상대방이 눈감아주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얼굴이 화끈거리고 너무나도 부끄러워 한동안 그 사람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었다.
이제 40대가 되고, 회사에서도 조금 연차가 쌓이니, 전에는 잘 보이지 않던 사람들의 그런 모습들이 이제야 슬슬 구분이 된다. 얄팍한 수를 쓰는 사람과 진실되게 하는 사람.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줄 알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왜냐, 선배들도 예전에 다 해봐서 알거든. 다만 알고도 말을 하지 않는 것일 뿐.
작은 잘못이든 큰 잘못이든, 모두가 그것을 지적해주진 않는다. 강하게 질책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알면서도 모른 척 넘어가 주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잘못을 지적당했을 때의 태도 또한 제각각이다. 자신의 실수나 거짓을 지적받은 후에 진정으로 부끄러워하고 반성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적한 상대방에게 반감을 가지고 그 사람은 정녕 잘못한 것이 없는지 도리어 꼬투리를 잡으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어차피 발전 가능성이 있는 선한 사람이라면, 스스로 본인의 잘못을 깨닫게 될 것이다. 반면 이미 태도가 틀려먹은 사람이라면 지적을 해봤자 반성하지 않을 것이기에 지적의 효과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때로는 모르는 척 해주는 것도 지혜로운 행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어린 아이가 그런 짓을 한다면 앞으로를 위해 따끔하게 혼을 내는 것이 맞다. 그러나 다 큰 성인이라면 그 사람의 작은 실수나 잘못은 최소 한두 번은 눈 감아주고 감싸주는 것이 그 사람을 위한 길이다.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측면에서.
사실 잘못은 스스로 깨닫는 것이 제일 낫다. 유튜브 영상을 보며 자신의 문제점을 반성하거나, 정신과를 찾아 자책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선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어차피 진짜 나쁜 사람들은 본인이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반성은 더더욱 하지 않을 것이기에.
한편으로 남의 작은 실수를 비웃고 놀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건 분명히 고쳐야 할 나쁜 버릇이다. 특히 인터넷상의 많은 글들을 보면, 남이 한 실수를 물고 뜯고 맛보며, 비웃고 비꼬는데 시간을 허비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럴 시간에 나는 완벽한 인간인지 되물어보자. 그리고 남의 실수를 비웃기 전에 남들이 잘하고 있는 것들, 그 탁월함에 집중해보는 것이 어떨까.
작은 실수는 최소한 한두 번은 그냥 눈 감아주고, 잘한 일은 칭찬하고 격려해주는 것이 그 사람을 위해서도, 그리고 나를 위해서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나른한 주말 오후의 혼자만의 시간, 평소 생각했던 어쭙잖은 생각을 이렇게 기록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