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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Choi Dec 26. 2022

회사에 길들여진다는 것

보고 과정에서 느낀 회사생활의 애환

#잘못된_지적


얼마 전, 윗 분께 ㅇㅇㅇ에 대한 보고를 하며 느낀 점을 기록해 둔다. 그 윗 분이 지적한 내용은 사실 맞지 않는 지적이었다. ㅇㅇㅇ에 대한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통계학에 대한 사전지식이 필요했고, 1~2장짜리 요약 보고서와 잠깐의 설명으로는 그 내용을 단번에 이해하기 쉽지 않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분이 너무나도 강하게 이야기하는 통에 일단 알겠다, 죄송하다, 좀 더 알아본 후 다시 말씀드리겠다고 말씀드린 후, 보고하는 자리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내 자리로 돌아와 다시 내용을 살펴봤다. 역시 다시 봐도 그분의 지적은 잘못된 것이었다.



#나의_선택과_고민


시간이 흘러 재차 보고를 해야 하는 시간이 돌아왔고, 나는 고민했다. 이 내용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기에. 그리고 양심을 조금 팔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신의 지적이 맞았다, 역시 예리하신 지적이었다고 말씀드리면 쉽게 보고는 끝마칠 수 있을 것 같았기에.


물론 약간의 위험성이 있었다. 만약 그분의 눈이 갑자기 밝아져 정확한 사실을 알게 된다면 수습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사실대로 말씀드린다면 그분의 자존심을 자극할 수도 있었다. 당신이 틀린 지적을 했으며, 원래 내가 말씀드린 것이 맞다고 한다면 말이다.



#길들여진다는_것


결론은? 나는 양심을 팔았고, 당신의 지적사항을 미리 사전에 발견하지 못한 것에 대해 질책을 조금 받기는 했지만, 보고는 순조롭게 끝났다. 그래서 다음 일처리가 가능해졌다. 사실 그 지적사항은 맞고 틀리고를 떠나 대세에 큰 지장이 없는 것이었기에, 나에게 있어서는 다음 일처리 진행이 더 중요했다.


하지만 아직도 무엇이 맞는 결정이었을지, 만약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지 판단이 서진 않는다. 나는 분명 비겁했고, 이러한 상황이 슬펐다. 그리고 어린 왕자의 사막여우가 말했던 것처럼, 그들의 세계에 길들여져 가는 내 모습이 더욱 슬펐다.


이렇게 나는 조금씩 길들여져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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