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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Choi Jan 11. 2024

팀장을 위한 보고서 검토 기술

김철수 저 | 새로운 제안

#1_팀장은 보고서를 검토하는 사람이지 작성하는 사람이 아니다. 


옆 부서 팀장이 추천해 준 책이다. 이 책의 첫 장에는 아예 대놓고 이런 말이 적혀있다. "팀장은 보고서를 검토하는 사람이지 작성하는 사람이 아니다."


사실 지난 1년간 초보 팀장 티를 벗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일부 보고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직접 쓰고 임원진께 보고하는 등 팀장과 실무자 역할을 병행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팀원의 일을 줄여주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책의 서두에 있는 문장보고 다시금 팀장의 역할을 명확하게 인식하게 되었다. 책에도 쓰여있는 것처럼 팀장의 본업은 보고서 작성이 아니다.


팀원이 써온 보고서를 보고 논리를 검증하고 상사의 입장을 반영함으로써 보고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 그것이 바로 팀장의 역할이다. 거기에 추가로 팀원의 보고력을 향상시키는 것까지 지원한다면 금상첨화다. 


이 책에는 팀장의 본업인 '보고서 검토'를 제대로 하기 위한 여러 기술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물론 이런 책을 읽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능숙하게 잘 해내는 팀장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의구심을 갖는 사람을 위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35~36p) "운전을 잘한다고 다 운전 강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운전 강사가 되려면 운전하는 법을 가르치는 기술을 배워야 한다. 운전 강사가 된다는 마음으로, 보고서를 잘 검토하기 위해 검토 기술을 배워보자."



#2_보고서 검토 기술 4가지


보고서 검토 기술은 크게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팀원의 논리를 검증하라. 둘째, 상사의 입장을 반영하라. 셋째, 상사에게 자주 보고하라. 넷째, 팀원의 보고력을 키워라.


먼저 팀원의 논리를 검증하는 기술로 소개된 것은 '로직 체인'이다. 보고서는 자료, 사실, 판단, 주장으로 이루어지는데, 팀장이라면 보고서의 각 요소들이 서로 오류 없이 차례로 연결되고 어느 한 가지라도 누락되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보고서에 쓰인 자료는 정확하고 적절한 것인지, 사실은 자료로 확인할 수 있는 진짜 사실인지, 판단의 기준을 상사가 인정할 것인지, 그리고 그 판단을 토대로 한 주장이 상사가 수용가능한 것인지를 검증하는 것이 바로 팀장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팀장의 진짜 역할은 자료, 사실, 판단, 주장 중에 '주장'에 가장 큰 방점이 찍혀있다고 볼 수 있다. 팀원이 작성한 보고서를 면밀하게 검토해야 하지만 결국 마지막 '주장'에 이르러서는 논리가 아닌, 팀원들은 보지 못하는 정치적인 판단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논리는 하나의 답을 향해 나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주장에 이르러서는 팀원, 팀장 본인, 상사, 그리고 기타 이해관계자들 각자의 주장이 있다.


때문에 이 중에 최적인 하나의 주장을 선택해야 하고 이것은 오롯이 팀장의 몫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에서 말하는 '잘못된 상식'에 크게 공감했다.


(81p) "팀원이 오해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보고서를 논리적으로 쓰면 설득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런 오해는 상사가 보고서를 합리적으로 검토하고 판단하고 수용한다는 '잘못된 상식' 때문이다. (중략) 팀장은 팀원의 비논리적 보고서를 논리적으로 바꿀 수 있지만, 상사의 비합리적인 결정을 합리적인 결정으로 바꿀 수는 없다. 따라서 팀장은 상사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3_상사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라.


<제3장 - 상사의 입장을 반영하는 기술>에는 실무적으로 써먹기 유용한 팁들이 굉장히 많았다. 저자의 과거 경험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여러 사례들을 읽으며, 그 현실이 너무도 공감되어 웃음이 나는 대목도 있었다.


(93p) "상사가 다음과 같은 행동을 보이면 의지가 강한 것이다. 정기회의 외에도 수시로 회의를 자주 소집한다. 새로운 일이나 아이디어가 있는지 자주 물어본다. 점심이나 저녁에 밥이나 술을 먹자는 제의를 자주 한다. (중략) 상사가 의지가 약해질 때면 보고받는 것을 귀찮아하고 피하는 경향이 있다. 자기 자리에 앉아 신문을 보거나 스마트폰을 자주 만지작거린다. 지각이 잦고 조금 일찍 퇴근한다. 흡연자라면 혼자 담배 피우러 자주 나간다."


이 책에서는 상사가 처한 3가지 상황과 그 상황에 따른 9가지 변수를 구조화하여 보여준다. 상사의 상황은 개인적 상황(의지, 경험, 여유), 조직적 상황(지위, 인사, 목표), 관계적 상황(상하, 동료, 후원)으로 구분되는데, 저자는 각각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야만 상사에게 보고를 원활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먼저 개인적 상황이라는 측면에서 저자는 상사가 일하고 싶을 때 보고하라는 팁을 준다. 상사도 일하려는 의지가 강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그래서 상사의 의지가 강할 때는 좀 더 공격적인 주장을, 의지가 약할 때는 상황을 주시해 보고 다시 논의해 보자는 식의 결론이 자연스럽다는 팁을 준다.

 

또한 상사의 경험은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끼친다. 과거에 유사한 사업의 성공 경험이 있다면 그 내용을 적극적으로 찬성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공 경험이 있는 대안인 경우 강점을 강화하고, 실패 경험이 있는 대안인 경우 약점을 보완하는 방향의 보고서 작성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여유있는 상태인지 아닌지도 중요하다. 저자는 상사가 여유가 넘치면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따지려 들기 때문에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좋고, 여유가 없는 경우에는 크게 문제 되지 않을 단일 안으로 보고하는 것이 좋다는 팁을 제시한다.


직적 상황이라는 측면에서는 상사의 지위, 인사의 유불리, 목표의 달성 여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상사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경우에는 그 사실을 강조하며 지위를 이용하게 하는 팁을 제시하고 지위가 낮은 경우에는 책임을 강조하는 이다.


또한 상사가 당면한 인사의 측면에서 인사의 상황이 유리할 때는 장기 전략 위주로, 불리한 경우에는 단기 전술 위주의 보고가 좋다는 팁을 준다. 목표 달성여부도 마찬가지다. 이미 상사가 목표치를 초과 달성한 경우에는 신사업을, 미달한 경우에는 단기 응급책을 제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관계적 상황이라는 측면에서는 상사에 대한 정치적인 고려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저자는 상사가 윗선과 관계가 좋을 때는 과감한 지원을, 관계가 좋지 않을 때는 자구책을 마련하는 방안으로 보고해야 하며 이해관계자나 후원자의 요구 등의 경우에서도 마찬가지로 정무적 판단 하에 일을 처리하는 것이 좋다고 제안한다.



#4_상사의 문제 접근방식을 고려하고 자주 보고하여 완성도를 높여라.


팀원의 접근방식과 상사의 접근방식은 사뭇 다르다. 때문에 서로 간의 접근방식의 차이를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보고서를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팀원은 부분을 모아 전체 그림을 그린다. 하지만 상사는 전체를 보고 부분으로 접근하는 방식으로 이해한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팀원은 사례에서 개념으로, 상사는 개념에서 사례로 접근하는 것이다.


실제 현실 세계에도 그렇다. 팀장이나 상사는 세부적인 내용을 일일이 파악하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 그리고 그 방법은 효율적이지 못하다. 실무자는 세부적인 내용을 점검하고, 팀장이나 상사는 전체 그림을 이해해야 상황에 대해 판단하고 의사결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자의 중요한 조언 중 하나는 자주 보고하여 완성도를 높이라는 것이다. '린 보고법'이라고도 말하는 이 방법은 '학습 → 상황 파악 → 보고서 작성 → 보고서 완성 → 보고 → 판단의 결과 → 학습'의 과정을 짧은 주기로 반복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차례 돌다 보면, 보고서는 점점 완벽해지기 마련이다.


(121p) "원래 정상적인 보고는 상사가 한 번에 OK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의견을 주고받고 제일 나은 선택을 하는 과정이다. 보고서는 의사결정의 시작이지 의사결정의 끝이 아니다."


예전에 어떤 상사가 술자리에서 이런 말씀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때 그 말씀이 얼마나 통찰력 있는 말씀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본인이 아무리 똑똑하다고 해서 완벽한 보고서를 작성해서는 안돼. 상사가 그 보고서에 기여할 수 있는 여지를 반드시 남겨둔 채로 보고서를 가져가야 해. 그래야 상사도 한 마디 얹을 거리가 있게 되고 자기가 기여한 부분을 생각하며 자기 것으로 여기게 되는 거야. 그럼 훨씬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기 마련이거든."



#5_팀원의 보고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


사실 이 부분을 읽기 시작하면서는 팀원의 보고력 향상까지 팀장이 챙겨야 한다는 저자의 말이 조금 버겁게 느껴졌었다. 하지만 결국 팀원의 보고력 향상은 팀장의 업무 효율을 더 높일 수 있는 것이기도 하기에 마음을 다시 고쳐먹고 책 내용에 좀 더 집중해 보았다.


이 책에서는 팀원의 보고력을 높이기 위한 6가지 능력을 소개하고 있다. '문해력, 조사력, 분석력, 기획력, 표현력, 전달력'이 바로 그것들이다. 그리고 이 중에서는 특히 '문해력'과 '전달력'에 대해 주의깊게 읽어보았다. 


먼저 문해력은 상사의 지시를 정확하게 해석하는 능력을 말한다. 일을 함께 해보면 문해력의 차이는 명확하게 드러난다. 흔히 이야기하는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사람'을 팀장이나 상사들은 좋아한다. 이런 팀원은 팀장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까지 찾아내어 보고서에 쓴다. 


하지만 문해력은 결국 상호작용이다. 문해력을 설명하며,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은 봤을 '똑게 똑부 멍게 멍부' 표가 등장한다. 그리고 각각의 유형에 따른 접근방법을 설명하며 이상적인 팀장의 역할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문해력의 훈련을 위해서는 팀장은 '똑부'가 되어야 하고, 팀원은 '질문하는 사람'되어야 한다.


(156p) "팀장은 똑부가 되어야 한다. 팀원이 팀장의 지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만큼, 팀장과 상사의 지시를 이해하고 정확히 전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문해력은 팀원뿐만 아니라 팀장에게도 필요하다."


한편 전달력은 상사가 의사결정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건 말 잘하는 것과는 다르다. 말을 아무리 유려하게 하더라도 상사의 속도를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속도로 내달리면 안 된다. 


그래서 전달력 향상을 위해서는 이 책에서 제안한, '팀장이 상사에게 보고하는 자리에 팀원을 자주 데려가기' 방법이 유용하다고 생각했다. 자기가 쓴 보고서가 어떤 식으로 전달되고 어떻게 상사에게 받아들여지는지 직접 보게 되면 보고서 쓰는 방법도, 그것을 전달하는 방법도 스스로 깨우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처음 팀장이 된 사람이거나 팀장이 된 지 꽤 되었지만 여전히 본인의 역할에 대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사람, 또는 갑자기 새로운 업무를 맡아 힘들어하는 팀장이 보면 좋을 책이다. 물론 실무자 때부터 읽고 팀장의 입장을 이해하며 일할 수 있다면 더더욱 좋을 듯하다.


무엇보다도 각 개별 상황에 맞게 어떻게 보고해야 하는지에 대해 여러 가지 팁들이 사례와 함께 나와 있어 실제 업무에서도 활용하기 좋다. 해외 서적이나 실무를 잘 알지 못하는 교수님들이 쓴, 이론적이고 고차원적인 내용이 아닌, 대한민국 직장생활의 실제가 잘 반영되어 특히나 공감이 많이 되는 책이다.


다음에는 이 책의 저자가 공저한 책 <감으로만 일하던 김 팀장은 어떻게 데이터 좀 아는 팀장이 되었나>도 함께 읽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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