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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Choi Jan 20. 2023

로지컬 씽킹 + 로지컬 라이팅

오카다 게이코, 데루야 하나코 저/김윤경 역 | 비즈니스북스

거의 20년 정도 됐던가. 대학시절, 경영 컨설턴트를 꿈꾸며 읽었던 이 책이 최근에 다시 편집되어 나왔다. 살펴보니 출판사도 바뀌고 잘못된 번역 몇 가지도 바로 잡혔다. 원래는 두 책이 서로 다른 출판사에서 나왔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엔 하나의 시리즈로 만들어진 듯하다.


책도 그 책을 읽는 사람과 함께 나이를 먹는다. 분명 내용은 같을 텐데,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읽어보니 느끼는 바가 정말 다르다. 이제 직장생활을 한 지도 거의 15년 남짓 되었다. 그 시간 동안 내가 알게 된 것, 배웠던 것, 깨달았던 것들을 한 번쯤 정리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때론 내가 하고 있는 이 방식이 맞는지 누군가에게 확인받고 싶을 때도 있었다. 당연한 내용도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확인해보고 싶었다.


비단 나뿐만 아니라, 직장인들 누구나 이런 순간이 찾아올 수 있다. 바로 그런 때, 이 책의 책장을 하나씩 넘기며 다시금 본인의 생각을 정리해 보면 좋을 책이다.



#로지컬 씽킹_메시지를 전달받을 사람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직장생활에서의 대부분의 일은 동료나 상사, 또는 다른 조직의 상대방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상대방에게서 내가 원하는 반응이 나오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상대방에게 정확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되어야 한다는 것에 있다. 저자 역시도 바로 이 부분을 강조한다. 


<로지컬 씽킹>은 내용이 크게 3가지 부분으로 나누어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부분은 논리적인 사고방법을 설명하기 앞서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두 번째 부분은 논리적으로 사고한 내용을 정리하는 기술과 정리된 내용을 논리적으로 구성하는 기술에 대한 내용이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부분은 구성된 논리를 패턴화 하여 실무에 활용하는 방법을 실제 비즈니스 예시와 함께 설명한 내용이다. 


이 중 첫 번째 부분인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에 대해 설명한 부분은 너무나도 중요하고 기본적인 것이지만, 매너리즘에 빠져 놓치기 쉬운 부분이기도 했다. 나 역시 소홀했던 부분이 분명 있었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어떻게 정리하고 말하고 쓸까를 생각하기 전에, 과제와 상대방이 기대하는 반응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저자는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메시지에는 상대방에게 답변해야 하는 과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상대방에게 기대하는 반응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내용의 답변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반드시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답변에는 결론, 근거, 그리고 구체적인 실행방법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특히 왜 상대방에게 자신의 답변이 통하지 않는지, 그 이유에 대해 분석한 부분에서 저자의 통찰과 숙성된 경험이 엿보였다. 

<'결론'이 전달되지 않을 때>
1) 과제에 대한 답변의 요약을 해야지,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의 요약을 해서는 안된다.
2) '상황/경우에 따라서는'이라는 조건을 달아 여러 가지로 해석되는 애매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근거'가 전달되지 않을 때>
1) "A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A가 없기 때문이다."라고 해서는 상대방이 납득하지 않는다. 
2) 사실인지, 본인의 판단인지를 애매하게 하면 신빙성이 반감된다. 
3)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전달자 본인뿐이다.

<'실행방법'이 전달되지 않을 때>
1) 다른 회사에서도, 그리고 10년 전에도 통할만한 당연한 내용에는 상대방이 움직이지 않는다.
2) 실행방법의 구체성이 없다면, 수식어만으로는 실행이 어렵다.   


두 번째 부분에서 논리 구조를 짜는 방법론으로 소개된 MECE, 관찰과 통찰의 So What?/ Why So?, 병렬형 / 해설형에 대한 내용들은 그 당시에는 꽤 신선한 것이었지만, 지금은 컨설팅 업계의 클리셰처럼 되어버린 부분이 없지 않다. 하지만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내용이라, 만약 이 부분이 아직 낯설게 느껴진다면 다시 한번 주의 깊게 읽어볼 필요가 있다.


세 번째 부분에서는 대부분이 흔히 실수하는 예시들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답변을 해주는 내용이 유익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사고 과정이나 작업 경과를 시계열로 제시하는 경우에 대해서 저자는 자기 사고나 검토 과정의 우여곡절을 모두 메시지 전달의 상대방에게 끼얹게 되면 받는 입장에서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소화불량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답변한다. 


사실상 이런 식의 사고나 문서 작성은 커뮤니케이션 마인드의 부족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식의 사고나 문서 작성은 과거의 나도 했었고, 이렇게 잘못된 방식의 보고서를 작성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봐왔다. 하지만, 답변을 하기 위해 검토하는 것과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은 전혀 다른 작업이다. 


전체적으로 컨설팅 회사 출신이 쓴 책답게, 텍스트를 꼼꼼하게 읽지 않아도 도표와 그림이 너무 잘 표현되어 있어 이해하기가 수월했다. 이 책을 읽으며,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것, 작성자 중심이 아니라, 메시지를 전달한 대상자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업무의 기본 원칙을 되새겨볼 수 있었다. 



#로지컬 라이팅_글쓰기의 기본 요소를 재점검해라. 


직장생활도 결국 글쓰기의 연속이다. 대부분의 업무가 글쓰기와 관련되어 있다. 저자가 전작인 <로지컬 씽킹>에서 논리적인 사고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로지컬 라이팅>에서는 '글쓰기'라는 실제 비즈니스 활동 속에서 논리적인 사고방법을 어떻게 실천할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에서의 글쓰기 기본 요소를 '주제, 대답, 기대반응, 쓰는 사람, 읽는 사람'으로 구분하고 '무엇에 대해, 무엇을 위해, 누가, 누구에서 쓰는가?'를 제대로 확인하는 것이 문서 작성의 기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문서의 주제를 명확히 하고, 읽는 사람에게서 이끌어내기 위한 3가지 기대반응(이해, 피드백 요청, 행동)을 고려하며, 읽는 사람과 쓰는 사람의 입장(실무자, 담당 부서, 최고경영자)에서 주제를 다시 생각해 보는 등의 점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상 대부분의 잘못된 비즈니스 문서들은 바로 이 기본 요소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목적지도 확인하지 않은 채 무조건 차에 시동을 걸고 출발하는 격이다.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말도 있듯이, 비즈니스 글쓰기에서도 기본이 중요함을 새삼 느끼는 대목이었다. 


특히 저자가 비유로 사용한 '하늘, 비, 우산'의 설명도 인상적이었다. 

'우산'(결론, 대책)을 갖고 나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설명하려면, '하늘'(대책의 대전제가 되는 상황이나 객관적인 사실)을 확인해서 '비'(결론이나 대책의 기준)가 올지 안 올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본론을 실제 구성할 때 점검해야 하는 것으로, 1) 읽는 사람의 Why So?에 충분히 대답하고 있는지, 2) 핵심 메시지는 명확한지, 3) 결론을 먼저 전달할 것인지, 근거를 먼저 전달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는 3가지 체크포인트도 도움이 되었지만, 결론을 먼저 전달하는 것이 효과적인 경우와 근거를 먼저 전달하는 것이 효과적인 경우를 사례를 들어 구분하여 설명했던 부분이 특히 유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을 먼저 전달하는 것이 효과적인 경우>
1) 읽는 사람이 주제를 설정하고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경우
2) 읽는 사람이 이미 결론을 알고 있어, 확인만 받으면 되는 경우
3) 본론의 전체상을 신속하게 이해시켜야 하는 경우

<근거를 먼저 전달하는 것이 효과적인 경우>
1) 쓰는 사람이 스스로 주제를 설정한 경우
2) 결론에 대해 읽는 사람의 반발이 예상되는 경우
3) 읽는 사람에게 스스로 So What?을 해보게 하면서 결론을 이해시키고자 할 경우


또한 늘 직장에서 보고서를 쓸 때마다 고민스러운, 첫인상을 결정하는 도입부 작성에 대해 2가지 팁을 이야기하고 있다. 첫 번째 팁은 앞서 언급한 글쓰기의 기본 요소인 주제, 기대반응, 읽는 사람과 쓰는 사람을 간단히 공유하는 방법이며, 두 번째 팁은 읽는 사람 입장에서 의문을 가질 수 있는 이 기본 요소의 결정 이유에 대해 부연 설명을 하는 방법이다. 이 중 두 번째 팁에 대해, 읽는 사람의 시점에서 기본 요소들을 체크할 수 있도록 도입부를 작성한다면, 보고서의 전체를 조망할 수 있게 되므로 이 방법을 적극 활용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신정과 구정이 있어, 신정 때 세운 계획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구정 때 다시 확인해 볼 수 있어 좋다. 올해도 늘 그랬던 것처럼 야심찬 목표를 준비해 놓았었다. 그리고 구정 때 쉬면서 그중 몇 개를 지웠다. 이젠 의욕만으로 세운 목표들은 버리고 달성가능한 현실적인 목표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올해 목표 중 하나는 일의 기본기를 다시 점검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처럼 2023년에 '일'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새롭게 해보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추천드린다. 


일의 기본을 다시 기억하고 싶을 때, 일의 기준이 흔들리고 있는 것 같을 때, 두고두고 읽어 볼 책이다. 아직은 부족한 신입사원은 물론, 중간관리자나 리더급, 그리고 아무리 자칭타칭 '일잘러'라는 분들도 이 책을 보면, 분명 자기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보일 것이다. 이런 부분을 점검하고 메꿀 수 있는 좋은 책이다.


비단 직장생활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는 것은 일상생활에서도 동일한 부분이 많다. 좀 더 효율적으로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정도의 차이일 뿐 비즈니스 분야뿐만 아니라, 속에서 커뮤니케이션 때도 이 책에서 배운 것들이 여러모로 쓸모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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