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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Choi Jan 24. 2023

아부지도(阿附之道)

타오돤팡 저/유소영 역 | 중앙북스

얼마 전 내가 속한 직장의 리더가 바뀌었다. 중간관리자 입장에서, 리더가 바뀌면 나는 과연 어떤 처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고민 끝에, 몇 년 전 읽고 큰 깨달음을 얻었던 <아부지도>라는 책을 책장에서 다시 꺼내 들었다.



#1_'아부'는 단지 윗사람의 비위를 맞추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아부가 창피한 것이 아니라
아부를 잘 못하는 당신이 창피하다.


이 책의 첫 페이지에는 이런 강렬한 문구가 쓰여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있어, '아부'란 창피한 것이고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상사에게 아부하는 사람들을 뒤에서 욕한다. 나 역시 비슷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중국에서는 황제와 신하 간의 관계에 대한 수많은 사례들이 존재하고 이에 대한 지혜를 담은 책들이 많다. 어떤 신하는 처세를 잘해서 죽기 전까지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았지만, 어떤 신하는 능력이 출중하고 슬기로운 책략을 쓸 줄 알았음에도 잘못된 처세로 인해 황제에게 목숨을 잃었다. 이 책은 이러한 과거의 사례를 바탕으로, 현대 사회에서 리더와의 관계에 대한 가르침을 준다.


주변에서도 능력이 출중하지 않지만, 처세에 능해 유독 잘 풀리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충분한 능력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다. 하지만 동일한 능력을 가졌음에도 처세를 잘하지 못해 불이익을 받는다면, 그만큼 억울한 일이 또 있을까. 바로 이것이 이 책을 읽어야 할 가장 큰 이유다.


저자는 '아부'의 목적에 대해, 리더를 즐겁게 하고 비위를 맞추는 것이 최종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함'이라고 새롭게 정의한다.


<아부지도>는 단순히 아첨하는 말의 기술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상사를 대해야 하는지, 어떻게 이익은 취하고 해는 피할 수 있는지, 어떻게 판세를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는지, 언제 본인이 주도하고 언제 수동적인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언제 총명하게 움직이고 언제 모자란 모습을 보여야 하는지, 무엇을 쟁취하고, 무엇을 양보해야 하는지 관계에 관한 모든 일을 말하고 있다.


역사책을 읽는 이유는 나의 현재의 모습을 이해하고, 미래의 모습을 미리 알아보기 위해서이다. 과거 중국에서의 황제-신하의 관계는 현대 사회에서 직장상사-직원의 관계와 닮은 점이 많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 등장한 먼저 인생을 살아본 사람들의 지혜와 경험들, 그리고 저자의 명쾌한 해석은 현재의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2_'아부'의 구체적인 방법들


이 책은 크게 5개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대화와 설득, 인정과 상벌, 무능한 황제와 유능한 신하, 함정과 선택, 신뢰와 충성이 그것이다.


여러 조언들이 많이 나오지만, 나는 상사가 불편할 내용을 어떻게 하면 슬기롭게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조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저자는 자신의 생각이 상사와 다를 때에는 무턱대고 "No"라고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상사의 성향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즉, 본인의 이야기가 객관적으로 맞는 말이라 할지라도 "황제는 원래 설득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 생각이 백번 옳더라도 고집을 부리게 되면 의견차의 골만 깊어갈 것이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내 의견을 충분히 개진하고 싶다면 상사의 체면을 살리면서도 당신을 인정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차라리 옳고 그름을 바로잡기 위해 미움을 사기보다는 상사의 체면을 살려주고 얻을 수 있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 낫다는 조언이다.


또한 저자는 진정한 아부지도는 상사가 칭찬해 줄 때 기뻐하고, 포상이 걸린 일에는 적극적으로 임하고 욕심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욕심이 없다고 말하며 겸손함을 유지한 채 아무것도 필요 없다는 자세를 취하기보다는 탐욕을 부려야 할 때는 탐욕을 부려야 지금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있음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윗자리에 한 번도 올라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그 자리를 쉽게 말하지 마라."는 조언도 특히나 와닿았다. 무능한 팀장, 답답한 사장이라도 그 자리에 있는 이유가 있고, 그가 그 자리에 있기에 조직이 유지되는 것이라는 말. 당신이 그곳에 오르고 싶다면 그만큼 그 자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궁금했던 새로운 리더에 대한 조언은 2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말랑말랑한 감이 먹기도 좋다."라는 것. 갓 자리에 오른 황제는 눈치를 보게 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그렇기에 바로 그때가 그동안 펼쳐 보이고 싶었던 아이디어를 꺼낼 때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황제는 자리에 오르면 제일 먼저 자기 사람을 앉힌다."는 것. 새로운 리더가 부임하면 인사이동과 조직개편이 항상 부수적으로 따르기 마련이며 자신의 방식대로 업무를 재정비하고 자기 사람을 두어 일의 효율을 높이고자 한다. 그리고 이때 '자기 사람'이 되는 방법은 바로 처음도 끝도 '신뢰'라는 것에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불평불만 없이 첫 미션을 믿음직스럽게 수행하며 자신의 성과와 능력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언 외에도 사회생활에 필요한 주옥같은 조언들이 많다. 직장인이라면, 사회생활을 열심히 해나가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3_'아부'의 기준과 한계 설정하기


리더가 바뀌면, 처신도 당연히 바뀌어야 한다. 조직에서 리더를 대하는 기준은 내가 아니다. 그렇기에 리더의 성향을 빠르게 파악하고 리더의 변화에 따라야 한다. 하지만 이와 동시이 책을 읽으며, '아부'의 기준과 한계는 어디까지 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그것을 했을 때 나에게 좋은 행동일지 아닐지'라는 것이었다.


최소한 조직 내에서는 리더를 대하는 기준은 내가 아닌 리더에게 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삶 전체에서의 모든 기준과 한계를 결정하는 사람은 바로 삶의 주인인 나 자신에게 있다. 내가 한 '아부'가 리더에게만 좋은 것이 아니라, 내 의견을 관철시킬 수 있고, 내가 속한 조직에서 성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면 당연히 그것은 좋은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인내하기 어려운 수준이거나 내가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이라면 그 부분은 리더에 맞출 것이 아니라, 맞서 싸워야 하는 문제이다.


때문에 <아부지도>를 알고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나, 나의 기준과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며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아부'라는 것이 결국 비겁하고 비굴한 행동에 지나지 않게 되어버릴 것이다. 결국 '아부'의 수준과 가치도 자기 스스로 만드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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