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도 안 받을 확률 99.96%
우리 주변에는 세금에 대한 공포심을 조장하는 콘텐츠들이 많습니다. 이런 콘텐츠의 곁에는 반드시 ‘세금 없이 수억 증여하기’, ‘이제부터 이 것 모르면 나만 세금 내는 바보’ 등과 같은 밑도 끝도 없는 절세 콘텐츠가 함께 합니다. 바야흐로 콘텐츠 홍수의 시대에 걸맞게 도서, TV, 인터넷, SNS,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하여 생성되는 세금 콘텐츠는 공포와 포모(FOMO*)로 가득 차 있습니다.
*FOMO : 자신만 뒤처지거나 소외되어 있는 것 같은 두려움을 가지는 증상 (출처 : 두산백과)
세무조사는 대한민국 0.04%라는 극소수의 개인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죠. 개인당 추징금액도 수억 원에 달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장사하시고, 직장 생활하시면서 재테크하는 개인들 수준이 아니라 주로 고액의 자산가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절세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자극적인 제목을 클릭하여 들어가 보면 사실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세법에 나와 있고, 시중에 많이 나와 있는 내용을 그저 정리하여 설명하고 있는 것들이 많죠.
그런데도 왜 이렇게 세무조사의 공포, 절세 콘텐츠들이 인기가 있는 것일까요? 아마도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시대에 대한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일반 국민들도 알고 있죠. 앞으로 인구가 줄고, 부양할 비용이 많이 든다면 결국 세금이 증가하지 않겠느냐 라는 막연한 증세 불안감. 바로 이러한 증세에 대한 걱정이 세금에 대한 잘못된 관심과 부정적 인식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께서도 이 질문을 드려 봅니다. 그렇게 수많은 콘텐츠를 보고 불안해할 만큼 여러분 주변에 세무조사를 받아 소위 ‘탈탈 털려서’ 세금 폭탄을 맞은 사람이 많은지 둘러보시죠. 절세 콘텐츠를 보고 ‘와! 이런 획기적인 방법이 있었네!’라고 하면서 보기 전에 냈던 세금을 수억, 수천만 원 절감한 친구가 있는지 한 번 살펴보시죠. 저부터 한번 고민해 보았습니다. 저도 일반 직장 생활하면서 재테크에 관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시민이니까요. 그런데 수많은 절세 콘텐츠를 보고 학습하고 연구해 보았지만, 막상 제 인생의 세금이 그렇게 드라마틱하게 줄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세무조사를 받은 적도 없고 세금 폭탄을 맞은 적은 더더욱 없었죠.
분명히 정부는 매년 소상공인과 직장인들을 위한 정책들을 쏟아내면서 세금 부담을 줄여준다고 하였는데, 막상 어쩌다 집이라도 한 번 팔려고 하면 덜컥 세금부터 걱정하는 게 현실이었죠. SNS와 유튜브에서는 집 거래 한번 까딱 잘못하면 세금 폭탄이라도 나올 것처럼 자극적인 콘텐츠들이 제 머릿속에 이미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막상 제 경우와 전혀 맞지 않더라도 불안해졌죠. 왠지 모르게 피로감이 몰려왔습니다. 우후죽순 출처를 알 수 없어 확인조차 어려운 절세 정보가 넘쳐나고, 여기저기서 전문가들이 등장해서 ‘이렇게 해야 한다.’, ‘아니다. 저렇게 해야 한다.’ 의견이 갈리고, 정부는 매년 개정세법을 발표하고, 국회는 또 그걸 바꾸고, 이듬해 이걸 또 반복하고... 발표하고 바뀔 때마다 콘텐츠 제작자들은 각자의 생각을 담아서 또 각자 해석을 내놓는 혼돈이 반복되었죠. 그런데 정작 ‘나는 이 정보 덕에 세금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덕분에 만족할만한 수준의 세금을 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이러이러한 방향으로 바뀌었으면 하네요.’라고 말하는 댓글이나 반응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절세의 본질이 과연 무엇이길래 사람들은 세금은 몰라도 절세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고민되더군요. 절세는 증세의 시대를 살아가야 할 우리가 마음속으로 갈망하는 막연한 소망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막연한 소망이 생기는 것은 내가 어떤 배경과 맥락을 통해 세금을 내는지 알지 못하고, 어떤 원리로 세금 시스템이 작동되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바꾸고, 국회가 또 바꾸고, 법 바뀌고 나면 시행령이 또 바뀌고, 다음에는 시행규칙이 또 바뀌고... 일반인들에게 세금은 그저 내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정부가 ‘자기 마음대로 바꿔가면서’ 가져가는 행위로 느껴지는 것이죠. 그러니 맹목적인 절세가 유행하고, 이 유행에 편승하지 못하고 세금을 낸 사람은 바보 취급을 당하니 반감은 더 해가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세계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말도 어렵고 제도는 더 어려운 세금에 대한 이야기를 최대한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사회적 현상들과 함께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세금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편안하게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행복한 삶을 꿈꿔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