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당신의 삶은 누군가의 지하실 위에 있습니까?”
※ 이 글은 영화를 본 분들,
혹은 영화는 보지 않더라도 그 감정의 결을 느껴보고 싶은 분들을 위한 글입니다.
줄거리와 장면에 대한 해석이 포함되어 있으니, 감상 전엔 살짝 주의해 주세요.
2020년, 전 세계가 들썩였다.
그 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 편의 한국 영화가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까지
무려 4관왕을 휩쓴 것이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이는 단지 한국 영화의 성취를 넘어,
전 세계 영화계가 ‘비영어권 영화’의 정점에 깃발을 꽂은 순간이었고,
동시에 한국 사회의 계급 구조와 불평등의 감각이
전 지구적으로 공유되었다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단지 외신의 호평으로 환호받은 작품이 아니다.
『기생충』은
‘반지하와 언덕 위 저택’이라는 명료한 구조를 통해
시각적으로 사회적 위계를 구축하고,
‘냄새’라는 감각을 통해
존재의 분리와 억압을 체화시킨다.
그것은 누군가의 웃음 속에서 누군가가 울고,
누군가의 저녁 만찬 아래 누군가는 숨어 있어야만 가능한
잔혹한 공생의 아이러니다.
이 영화는 물처럼 흐르다가,
어느 순간 균열이 생기고,
그 균열은 피처럼 번져나간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 듯 시작된 이야기.
그러나 결국 누군가가 제거당해야만 마무리되는 서사.
“냄새”
이 짧은 말속에는
존재의 높낮이와 퇴장의 암시가 숨어 있다.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이 쌓아온 모든 영화의 미학과 철학을
한 편에 응축한 총합이자,
우리 시대 가장 날카로운 사회적 질문이 담긴 현대의 비극이다.
봉준호 감독은 언제나 "장르의 외피를 쓴 사회학자"였다.
그는 공포를 통해 정부를 비판하고(『괴물』),
스릴러를 빌려 모성의 광기를 다루며(『마더』),
SF라는 외피로 자본주의의 구조를 해부했다(『설국열차』).
『기생충』은 그러한 봉준호의 세계관이
한 편의 영화에 총체적으로 응축된 작품이다.
그는 계급을 추상으로 말하지 않는다.
공간으로 보여주고,
시선으로 느끼게 하며,
냄새로 체화시킨다.
이 영화는 단순한 ‘빈부 격차’ 서사가 아니다.
사회 시스템 안에서의 ‘기생’과 ‘숙주’의 위치,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공존과 공포로 뒤섞여 가는지를
미장센과 리듬, 서사로 직조해 낸 복합장르 실험이다.
『기생충』은 블랙코미디로 시작해
가족극을 거쳐
재난극, 공포극으로 전환되는
감정적 장르 미끄러짐의 대표작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 위에
“계획이 없는 삶”,
“공존이라는 말의 위선”,
“사회적 냄새의 트라우마”
라는 질문이, 물처럼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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