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도운의 시네마틱 레버리 [기생충(2)]

지하에서 위로 – 꼽등이 가족의 세계

by 서도운

1. 지하에서 위로 – 꼽등이 가족의 세계


반지하, 혹은 지하보다 조금 더 위에 있는 세계.

빛은 있지만 완전하지 않고, 창은 있지만 그 앞엔 담배꽁초와 오줌 냄새가 진동한다.

『기생충』의 첫 장면은 서울의 한 오래된 골목,

양말이 매달린 창틀과 꼽등이가 기어 다니는 지저분한 집에서 시작된다.


기태, 기우, 기정, 그리고 충숙.

그들은 피자 박스를 접으며 하루를 살아내는 가족이다.

인터넷은 없다.

다른 집 와이파이를 훔쳐 쓰고,

지독한 소독약이 집 안으로 들어와도 오히려 반긴다.

소독도, 괴로움도 무임승차다.

그들은 이미 꼽등이처럼 취급당하는 존재들이고,

스스로도 그렇게 행동하는 데에 익숙해져 있다.


공간은 곧 신분이다.

변기는 가장 높은 곳에 있다.

편리성이 아닌, 공간 압축의 결과물로 태어난 화장실.

가족은 피자박스 알바 수익으로 맥주를 마신다.

그 맥주는 사실 맥주도 아닌,

가장 싼 발포주 – ‘필라이트’다.

자조와 현실 회피가 뒤섞인, 그들의 소소한 사치다.


기우의 친구 민혁이 찾아오고,

‘수석’을 선물한다.


“부와 명예를 가져다줄 거야.”


그러나 이 수석은 이 공간엔 어울리지 않는 장식품이다.

기우의 가족에게 수석은 실질적 도구가 아니다.

기우는 그저 수석을 내려놓고,

더 현실적인 일을 해야 한다.

이는 상징일 뿐 그들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민혁의 제안으로 기우는 부잣집 영어 과외를 할 기회가 생긴다.

기정은 대학 서류를 위조한다.

공문서를 위조하고, 경력을 조작하며,

‘작전’을 수행한다.

이는 명백한 범죄지만,

그들에겐 생존이 먼저다.

"사는 게 죄지, 법이 죄겠나."

이 영화는 도덕이 아니라 구조를 말하는 영화다.


가족은 기우의 첫 진입을 자랑스러워한다.

그들은 말한다.

“우리도 계획이 있다.”

그러나 이들 가족은 원래 아무런 계획 없이 살아온 사람들이다.

계획은 언제나 실패했고,

그 실패 속에서 그들은 적응해 버렸다.


기우가 올라가는 길.

걸어가기엔 높고 넓은 도로, 높은 담장.

그 길은 또 다른 세계로 이어지는 입구다.

『기생충』은 그렇게 위로 올라가는 자와, 그 위를 받치고 있는 자들의 이야기

냄새와 공간의 감각으로 서서히 풀어간다.


2. 선을 넘는 사람들 – 박 사장 집과 기생의 시작


자동문이 열리고,

기우는 처음으로 언덕 위 세상의 문턱을 넘어선다.

넓고 조용한 정원, 세련된 외관, 고요한 햇살.

박 사장 집은 단지 부자의 집이 아니다.

그 자체로 계급이 고정된 이상적 공간이다.

관리인까지 두어 공간을 관리하고,

모든 것은 깔끔하고 정확하게 유지된다.


첫 장면에서,

투명한 유리창사이 연결선 너머 왼쪽에는 문광과 기우가 서 있고,

오른쪽에는 사모님 연교가 누워 있다.

문광은 선을 넘어 박수를 쳐서 연교를 깨운다.

이 작은 ‘선 넘기’는

이후 벌어질 모든 일의 예고편처럼 보인다.


연교는 겉보기엔 까다로운 사람처럼 보인다.

서류를 확인하진 않지만,

사람의 인상을 꼼꼼히 보는 듯하다.

그러나 곧 드러난다.

그녀는 의심을 잘하지 않고,

겉모습과 분위기에 잘 설득되는 나이브한 부류다.


기우는 제법 그럴싸하게 영어 과외를 진행하고,

연교는 바로 계약을 결정한다.

이것이 첫 번째 기생의 성공이다.


박 사장의 딸 다혜는

기우에게 은근한 호감을 보인다.

기우는 연교의 눈을 피해 다혜에게 키스한다.

이건 단순한 연애가 아니라,

지배계급의 일부가 되려는 시도다.

그 순간, 기우는 ‘선’을 넘는다.

자연스럽게 ‘위치’를 옮긴다.


다음 기생자는 기정이다.

연교는 막내 다송이의 예술 교육에 관심이 많다.

아이 그림을 바라보며,

연교는 미술치료가 필요하다는 기정의 말에 쉽게 설득된다.

기정은 등장하자마자

다송을 완벽히 통제한다.

아이의 심리를 꿰뚫고,

그럴듯한 용어와 태도로 부모를 안심시킨다.


기정 역시 서류는 위조되었고, 경력은 조작되었지만

그녀는 연교에게 완전히 먹힌다.

두 번째 기생도, 성공.


이쯤 되면 연교는 이미

기정과 기우를 ‘집의 일원’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그녀는 이 공간의 순도를 유지하고자 하는 이중의 욕망을 품는다.

한편으론 계급 경계에 민감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자신의 ‘선택’이라 믿는 판단에 쉽게 무너진다.


박 사장, 박동익의 첫 등장은 짧다.

그는 아내의 판단에 관여하지 않으며,

자녀 교육엔 무심한 듯 보인다.

그러나 그의 미묘한 태도 속에는

여유와 무관심이 아닌, 명확한 선긋기가 내재돼 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기정과 기우를 바라보지만,

후에 냄새에 반응할 때 비로소

그의 감정이 드러난다.


그날 저녁,

기우와 기정은 기택과 함께

‘박 사장 집에 아버지를 침투시킬 방법’을 고민한다.

기정은 박 사장의 차에 속옷을 몰래 둔다.

불륜처럼 보이게 만드는 작은 장치.

이것은 ‘선’이라는 개념이

도덕이 아닌, 기능으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이제,

기우 – 기정 – 기택까지

하나씩 침투가 완성되어 간다.

『기생충』은 여기서 질문한다.

“이들은 선을 넘은 걸까, 아니면 그저 위로 오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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