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도운의 시네마틱 레버리 [기생충(3)]

계획과 알레르기 – 기생의 완성, 그리고 선의 본질

by 서도운

3. 계획과 알레르기 – 기생의 완성, 그리고 선의 본질


기택의 가족은 기사식당에 앉아

박 사장 가족을 조롱한다.

연교는 단순하고, 박 사장은 무딘 사람이라고.

그들은 웃으며 말하지만,

실상은 박 사장 가족에게 완벽히 기생하고 있는 기생충일 뿐이다.


기정의 속옷 작전은 치밀하게 계산되어 있었다.

속옷은 박 사장의 자가용 안,

그의 자리에 몰래 남겨진다.

그 자리는 단순한 좌석이 아니다.

사적 공간이자 권위의 상징이다.


박 사장은 말한다.

“선을 넘었지.”

그는 불쾌해하며

오랜 시간 함께했던 윤기사를 해고한다.

말속엔

계급의 경계에 대한 철저한 감각이 들어 있다.


그 자리에 기택이 들어선다.


자동차 매장에서 사전 연습까지 하며

자신을 ‘전문 운전기사’로 포장한 기택은

실제로도 운전 실력은 능숙하다.

다년간의 대리운전 경력은

그의 기술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실력은 계급을 보장하지 않는다.

이 세계에서 중요한 것은

‘어디에 있는가’이지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다.


연교는 다시 한번,

깊은 검증 없이 기택을 고용한다.

이로써 세 번째 기생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


이 시점에서

‘기우 – 기정 – 기택’ 세 사람이

모두 박 사장 집 내부에 침투한 셈이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이 집의 일원이 아니다.

그들은 철저히 분리된, ‘기능’으로서 존재하는 타자들이다.


그 진실은

기택과 박 사장의 대화에서 드러난다.


기택은 묻는다.

“그래도 사랑하시죠?”

그의 말은 단지 일상적인 농담이 아니다.

인간 대 인간의 교감,

가장으로서의 동질감을 확인하려는 시도다.


하지만 박 사장은

미묘하게 불편해진다.

그는 대답 대신 표정으로

"그건 네가 묻는 질문이 아니야"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던진다.


그 순간,

기택은 본능적으로 깨닫는다.

이 집엔 보이지 않는 선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 선은

넘어선 안 되는 금지선이라는 것.


기택은 기사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언제나 박 사장보다 아래에 있어야 한다는 위치의 감각이다.


박 사장은 말한다.

“문광이 선을 잘 지켜서 좋았지.”

그는 문광을 정으로 기억하지 않는다.

그녀가 '선을 잘 지키는 도구'였기에 기억하는 것이다.


이것이 이 집의 룰이다.

선을 지켜야 존재할 수 있고,

선을 넘는 순간 사라진다.


그 선 너머에

충숙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그 문은 열리지 않았다.


4. 기생의 정점과 균열의 예감 – 그날 밤, 초인종이 울렸다


결국 충숙도 들어왔다.

그럴싸한 과정을 거쳐,

이제는 이 집의 가정부로 고용되었다.

연교는 이미 철저히 분석된 인물이었다.

의심은 없고, 검증은 없으며,

무조건적인 신뢰만이 있다.


이로써 기우, 기정, 기택, 충숙.

네 명 모두가 이 집 안에 완벽하게 기생한다.


박 사장은 가족에겐 다정하다.

다송에겐 특히 유하다.

그러나 그 다정함의 바깥에 있는 자들에겐

그는 늘 거리감을 유지한다.


그러던 어느 날,

다송이 말한다.

이 사람들, 다 냄새가 비슷해.”


그 말은 아무렇지 않게 흘려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반지하의 흔적,

지워지지 않는 계층의 증거다.

네 사람은 다른 공간, 다른 시간에 이 집에 존재하지만

같은 냄새로 연결된다.


기택은 웃으며 넘기지만

그 말은 그들의 뇌리에 깊이 박힌다.

그들에게선

가난의 냄새, 좁은 집의 곰팡이 냄새,

그리고 바닥에 가까운 삶의 흔적이 난다.


하지만 박사장 덕에 그들도 나름 돈을 번다.

오늘 밤, 고기를 구우며

이젠 발포주가 아닌 수입 맥주를 마신다.

가짜의 호사지만

잠시나마 진짜처럼 느껴지는 순간이다.


그들은 마당에서

노상방뇨를 하는 취객을 쫓아낸다.

기우와 기택은 물을 뿌리며 쫓아낸다.

그리고 기정은 "완전물바다"라 언급한다.

이 장면은 후에 등장한 현실을 자각해 주는 장면을 암시한다.


박 사장 가족은

다송의 생일을 맞아 캠핑을 떠난다.

이제 집은 텅 비었고,

기택 가족은 그 자리를 완전히 차지한다.


그들은 양주를 꺼내 마시고,

거실 소파에 눕고,

하우스 와인의 맛을 논한다.

그리고 말한다.

“부잔데 착하다.”


하지만 충숙은 말한다.

“부자니까 착한 거야.

그리고 내가 이 집주인이었으면, 더 착하지.”

그 말 뒤,

그녀는 강아지를 발로 밀쳐낸다.

작고 귀엽고 조용한 존재.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하대하는 충숙. 과연 그 본질은 부유함에서 나오는 걸까?


그 착함은 조건부라 말한다.

여유가 있고, 권력이 있을 때,

우리는 착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진짜 착함은

가질 수 없는 자에게는 전혀 적용될 수 없는 것인가?


불편한 현실이다.


그리고,

천둥소리.


충숙은 말한다.

“박 사장님이 돌아오면, 우리는 바퀴벌레처럼 숨겠지.”

그 순간,

이 모든 게 일시적 착시임을 인지한다.


그러자 울린다. 초인종.

이 집의 진짜 구조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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