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

습성을 따라 가보며

by 손진일





바삐 서둘러도 번번이 늦게 하는 일련의 행위가 있다. 오늘도 예외 없이 사소한 습관에 잡혀 간발의 차이로 전철을 놓쳤다. 다음 차를 기다리며 무엇이 문제인가 곰곰 생각해보았다. 왜 매번 이럴까? 오늘 같은 경우만 해도 주차장이 널럴하게 비어서 늦어질 이유가 없었으나 차량을 좀 더 반듯하게 세워두려는 일종의 직업의식에 따른 강박관념이 일으킨 해프닝이 문제였다. 속말로 발렛을 하는 사람이 주차를 이따구로 하는가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행동이 초래한 결과였다. 주일예배에 일찍 참석하는 것이 차량을 보기 좋게 세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본질인데 말이다. 본질을 망각하고 엉뚱하게 비본질적인 행위에 매몰되어 일어난 표본이다.

전철 안에서 시종 그 원인이 무엇일까 생각했다. 동시에 이러한 행위가 한 두어 번이 아니라 빈번하게 일어나는 다분히 습관적인 행동임을 깨닫고 나니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무언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실로 심각한 문제며 이러한 삶의 전반에 걸쳐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는 고질적 트러블을 해결해야 삶이 보다 더욱 효율적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마치 수학 공식처럼 자동화된 패턴을 바꾸려면 무엇보다 먼저 원인 파악을 해야 한다.


어떤 지엽적인 문제가 본질을 막고 방해하는 것일까?

교회에 출석하는 본질을 순간적으로 잊어버린 행위의 시발점은 엉성하게 주차하여 옆 차량의 운전자가 얼띠기로 보면 어쩌나 하는 염려였다. 사소한 염려가 본질을 밀어내고 자리를 차지했던 것이다.


일어날 확률이 거의 없어도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여 이륙하기전에 기내에서 비상상황시 안전 교육을 하는데 승무원의 지시를 조건 없이 따라야 하는 매뉴얼의 가장 중요한 요령은 어떤 경우에도 몸만 무사히 그리고 신속하게 탈출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객들이 규칙을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대부분 본능적으로 뭔가 귀중품을 챙기려는 마음이 앞서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거의 본능적인 반응에 가깝다. 선반에 둔 핸드캐리어에 엄청나게 귀한 보물이 있다면 몰 라도 대부분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물건의 가격에 상관없이 거의 무의식적으로 선반으로 손이 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의미가 부여된 모든 것은 본능을 제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 혹은 타인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자그마한 것이라도 의미있는 것은 모두 해당이 될 것이다. 이런 사소한 요소가 감정에 녹아들면 그것이 순간적인 판단 오류를 일으키며 무의식적 행동이 나온다고 한다. 뇌는 이성보다 감정의 지배를 더 많이 받는다는 이론이 타당하게 들린다.

목숨이 오가는 긴박한 시간에 작은 소품이 사람의 의식을 조종하는 것이나 주차장에서 타인의 눈치를 보는 행위나 궤를 같이 하면서 삶을 불편하게 한다. 어떻게해서라도 벗어나면 자유롭다.

이처럼 이해하기 힘든 인간의 사고 패턴을 알기 위해 가끔 뇌에 관련한 책을 읽기도 하지만 인간의 뇌는 이해되지 않는 엉뚱한 면이 많아서 여전히 혼란스럽다. 아무튼 사람은 결코 온전한 판단을 할 수 없다는 점과 특히 위급한 경우에 그 인지능력이 급속도로 떨어진다는 것이 보편적인 상식이다. 따라서 오소독스하지 않는 행태가 흔하게 일어나는 삶의 현장에서 뇌가 불합리하게 작용하여 일으키는 문제는 무시할 수 없는 구조적인 이슈로 남으며 결국 신의 도움으로만 해결이 가능하다.


스마트폰으로 글을 쓰다가 아뿔싸 정차역을 지나쳤다. 짪은 시간에 두번씩이나 두뇌가 엉뚱한 일을 하다가 본질을 놓치고 말았다. 공룡이 서슬 퍼렇게 설치고 다니던 고인돌 시대에 살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They speak without a sound or a word;their voice is silent in the skies, yet their message has gone out to all the earth and their words to all the world.(시편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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