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지 않는 옷을 입은 10년

by 잔생각

출산 후 검진에서 처음으로 자궁경부암 이상이 발견되었다. 설을 앞둔 때라, 검사결과를 문자로 받은 뒤 며칠이 지난 후에야 직접 결과를 들을 수 있었다.


처음 문자를 확인했을 때, 나는 중증의 암환자 선고를 받은 듯했다. 문자 속의 병명을 검색해 보니, 목숨에 영향이 있을 만큼 심각한 사례들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멍하니 뒤통수를 세게 맞은 듯했다. 동시에 머릿속에는 두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하나, 어떻게 이 작은 아이를 두고 죽을 수 있을까? 이제 겨우 사람의 모습을 갖춰가는 아이의 얼굴을 보며, 아무도 몰래 몇 번이나 눈물을 닦아냈다.

다른 하나, 내 인생 중 10년 가까이 나에게 맞지 않는 일을 하며 보낸 것이 너무 억울했다. 의외의 순간에 평소 외면했던 마음이 떠올랐다.


설 연휴 동안, 나는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새벽이면 가족들 몰래 휴대폰을 켜고, 같은 검색어를 몇 번이고 반복했다.


길고 긴 설 연휴가 지난 후, 드디어 만난 의사 선생님은 별일 아니라는 대답이었다. 출산 직후 면역력이 일시적으로 떨어진 탓이라는 다행이면서도 허탈한 이야기를 했다.


사실, 나는 전공과 맞지 않는 부서에 배치받아, 충분한 인정을 받지 못하며 10년을 보내고 있었다. 특유의 긍정 마인드로, 겉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그저 평범하게 일하는 사람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10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 속에서, 나는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 내가 하는 일, 내가 가진 의미, 내가 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까지도.


그리고 문자 한 통으로 인해 나는 결심했다. 더 이상은 이렇게 나의 소중한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다고. 나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겠다고.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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