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에서 시작하는 AI 플랫폼 도전기 1화
"김 팀장, 이번 프로젝트 어때요? 우리가 만드는 AI 플랫폼이요."
회의실 문을 열고 나오시는 대표님의 목소리에 나는 모니터에서 눈을 떼었다. 대표님은 언제나처럼 활기찬 발걸음으로 내 책상 옆에 다가왔다.
뒤에는 L이 따라 나왔다. 홈페이지 제작 수강생이었던 그는 최근 자신의 사업 실패 후 한동안 연락이 없었다.
"우리 회의 한 번 해요. 잠깐 회의실로 모이세요.”
대표님, L 그리고 나는 회의실에 모였다. 대표님은 앉자마자 나에게 바로 질문했다.
“AI 플랫폼 만들어보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요?”
“AI 플랫폼이요..?”
“이전부터 우리도 관심 많았고, 확실히 요즘에 대세니까 시도해 보면 어떨까 한데?”
“요즘 AI에 모두가 관심이 많기는 한데, 제로에서 플랫폼 진행하기에는 어렵지 않을까요?”
“처음부터 크고 완벽하게 진행하지 않아도 좋아요. 시작은 작고 가볍게 하는 게 중요하니까. 도메인 몇 개 정해서 리스트 전달해 주면 체크하고 알려줄게요. 기본 세팅만 일단 먼저 진행해요.”
보통 같으면 며칠이나 몇 주에 걸쳐 기획하고 준비할 일이었지만, 대표님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즉시 실행에 옮기는 스타일이었다.
"네, 도메인 리스트 만들고 기본 세팅 하겠습니다."
"좋아요! 그럼 바로 시작하죠. 그리고 오늘부터 우리는 모든 과정을 기록할 거예요."
대표님은 갑자기 책상 위에 작은 액션캠을 올려놓았다. 나와 L은 서로를 바라보며 눈빛을 교환했다.
"네? 지금요?"
"그럼요. 왜 안 될까요? 요즘은 과정이 중요하잖아요.《프로세스 이코노미》에서도 나왔듯이, 결과물만큼 만들어지는 과정도 가치가 있어요."
그리고 대표님은 L에게도 바로 지시를 내렸다.
“L군은 AI툴 전체적으로 사용해 봐요. 지금은 어떤 게 좋은지 모르니까 비교를 해봐야 해요.”
“네. 전부 사용하면서 비교해 보겠습니다.”
대표님의 말투는 항상 확신에 차 있었다. 결정이 내려지면 그 자리에서 즉시 실행으로 옮겨졌다.
"아 그리고 L군, 카메라 보고 소개 한번 해볼까요?"
L은 당황한 듯 머뭇거렸다. 얼마 전까지 자신의 사업체를 운영하다 실패를 맛본 그는 여전히 자신감이 조금 부족해 보였다.
"안녕하세요... 저는 L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AI 교육 플랫폼의 강사를 맡게 되었습니다."
웹에이전시에서 일하며 수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나에게도 이런 즉흥적인 시작은 생소했다. 하지만 대표님은 이미 계획을 세워둔 듯했다.
그날 밤, 사무실이 조용해지고 혼자 남아 플랫폼의 기초 작업을 진행했다. 정해진 도메인을 연결하고 기본 서버 환경을 설정하는 일은 단순했지만, 마음 한구석이 불안했다.
'과연 이렇게 갑작스럽게 시작해서 될까?'
AI 분야는 매일 새로운 기술과 플랫폼이 쏟아져 나오는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다. 더구나 L은 강의 경험도 없고, 사업 실패의 상처도 있었다. 하지만 대표님이 그를 선택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열정 많고 실행력 좋은 수강생들에게 새 기회를 주고 싶었던 것이다.
할 일 목록을 정리하기 전 L군이 어떻게 갑작스럽게 플랫폼 강사까지 하게 되었는지 잠깐 생각해봤다.
최근 수강생 대상으로 오프라인 모임을 가졌는데, L군도 모습을 보였다. 이전에 홈페이지 제작을 누구보다 열심히 했었는데 갑자기 사라졌었다. 그리고 자신이 모임에서 그동안 한 일에 대해서 간략하게 이야기를 했다. 결과가 크게 좋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전 태도나 현재 가지고 있는 생각 등이 대표님의 마음에 들었는지 바로 다음주부터 출근 제안을 하셨다. 이렇게 바로 제안한 부분은 나로서도 굉장히 이례적인 부분이긴 했지만 대표님의 뜻을 일단 따르기로 했다.
역시나 인생은 모든 부분이 생각한대로 다 진행되지는 않고 예상 밖의 일이 훨씬 더 많다.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 목록을 작성했다.
1. 서버 세팅 (완료)
2. 도메인 선정 (대기)
2. 결제 시스템 구축
3. DB 수집을 위한 기본 세팅
창밖으로 밤 풍경이 보였다. 약간의 고민과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빌딩 불빛 속에서 또 다른 AI 창업가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겠지? 그 사이에서 우리의 플랫폼이 어떻게 빛을 발할 수 있을까?
다음 날 아침, 화상 미팅이 시작됐다. L이 여러 AI 툴을 이용해 보고 느낀 점을 간단히 말했다.
"어제 밤새 공부했어요. 미드저니, 레오나르도... 여러가지 써봤습니다. 생각보다 힘들더라고요."
그의 눈에는 피곤함과 동시에 열정이 보였다. 실패에서 회복하려는 의지가 느껴졌다.
"웨비나는 어떻게 준비할 예정이에요?" 내가 물었다.
"웨비나요? 웨비나가 뭐죠??" L의 표정이 굳었다.
“웨비나는 웹세미나를 말해요. 온라인에서 세미나 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요. 요즘 온라인에 보면 무료특강 많이 하잖아요? 그런거죠.”
대표님은 나에게만 이야기하고 L에게는 따로 이야기하지 않으셨다.
"아, L군 오늘 말하려고 했어요. 웨비나로 판매하려고요. 우리가 진행하고 있던《마케팅 설계자》러셀 브런슨 방식으로요."
L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저... 판매 경험이 많이 없는데요.. 웨비나는 한 번도 안 해봤고요.."
나도 속으로는 같은 생각이었다. '세일즈의 끝판왕' 웨비나를 첫 판매 방식으로 선택하는 건 높은 산을 등반하는 초보자와 같았다. 하지만 대표님의 생각은 달랐다.
"바로 그래서 웨비나예요. 처음부터 끝으로 도전해 봐야 성장이 빠르죠."
대표님은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가 지금 하는 모든 과정이 콘텐츠가 될 거예요.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 여정 자체가 가치가 있죠."
그리고 바로 언제 하면 좋을지 바로 의견을 물으셨다.
“김팀장은 전체 일정 확인하고, L군이 언제 웨비나 하면 좋을지 정해 보세요.”
홈페이지 제작자로서 AI에 대한 아직까지는 큰 열정은 없지만, 이 프로젝트에서 내 역할은 분명했다. 기술적 기반을 탄탄히 만드는 것. 그리고 어쩌면... 이 모험을 기록하는 것.
미팅에서 L이 자신의 화면으로 다양한 AI 도구들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의 설명을 들으며, 나는 이 프로젝트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졌다. 웨비나에서 처음 강의할 L의 모습, 그가 넘어야 할 장벽들,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AI 플랫폼의 미래...
모든 것이 불확실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 여정은 0에서 시작하여 1을 향해 가는 긴 과정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존재했다.
화면 속 할 일 목록 페이지를 바라보며, 나는 조용히 다짐했다.
모든 과정을 기록하자. 실패하더라도, 그 경험 자체가 가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