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한 Ⅱ

저자의 브런치 북 『습작』의 수록된 「원한」 ¹과 짝을 이루는 글.

by 벗곰

⚠본문은 강한 어조와 극단적인 표현, 욕설, 불쾌한 사회적 상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독자 스스로 판단 후 주의 깊게 감상해 주세요.



―이것은 아주 오래된 글.


이것은 잊힌 사람, 기억되지 못한 이름, 사라진 영혼들을 위해 씌었다.


나는 때때로 생각에 잠긴다. 언론이나 방송에서 내 동생과 비슷한 사연 ¹이나 뉴스가 보도될 때마다 생각에 잠긴다. ‘죽지 않은 그 아이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졌을까?’라고.


때때로 혼자 거리를 걷는다.


나는 내가 걷는 거리를 용서할 수도 없고, 사랑을 그만둘 수도 없어서 우울하다.


나는 때때로 또 생각에 잠긴다. 언론이나 방송에서 내 동생과 비슷한 사연 ¹이나 뉴스가 보도될 때마다. ‘죽지 않은 그 아이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졌을까?’ -라고.


여전히 10대의 마음에 머물러 있는 늙수그레한 우리 남매의 행복지수는 얼마일까.


여전히 그 모든 일이 일어나기 이전의 시간을 꿈꾸는 우리는, 참으로 미련스럽다.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사랑할 수도 없고, 용서할 수도 없어서 우울하다.


나는 아무라도 붙잡고 묻고 싶었다.

내 동생의 죽음과 나의 죽음에 어떤 차이가 존재하는지.


신앙심 깊은 나의 부모는 결국 두 자식을 모두 잃었다.


때때로 나는 쓰게 웃었다.

그래, 이제는 잊었다, 아무렇지도 않다, 흥미롭다, 재미있다 –모조리 허세다.


그러나 때로 또 다른 두려움 속에서 나는 당신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말도 하고 싶었다.


우리는 조용하게 살아간다.


우리는 나약해서 ‘제거’ 당했으므로, 살인마가 되기 전에 기꺼이 ‘자신을 먼저 파괴’할 것이다.


당신이 구태여 삭제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우리는 자동으로 사라질 것이다.

만족스럽지 않은가? 이 편리하고 자동화된 시스템의 최신 기능이.


십여 년 전 이미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나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있었는지도 알고 있었다.


나는 내가 결국 어떤 식으로 소비될 것인지도 잘 알았다. 그래서 입을 다물었고, 이번에는 입을 연다.



「너는 결국 내가 백발의 늙은 창녀가 될 거로 추측할 거야.

주름진 보X값을 흥정하기 위해 기꺼이 상냥하게 웃으리라 상상하겠지.

오래된 돼지고기 마냥 스스로를 거침없이 헐값에 팔아넘길 것이라고.


나는 알아. 당신이 나 같은 부류에게 아무런 흥미도 없다는 것을.

나는 내가 속한 이 세상에서 조용히 사라지게 될 -

나의 운명을 알아.


내가 무슨 짓을 하든, 무슨 발광하든, 무엇을 하든, 하지 않든 -

달라지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도 알아.


나는 알아.


내가 어떤 선택을 하든 당신의 부와 영광은 영원히 지속되리라는 것,

심지어 당신이 그 사실에 상당히 큰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까지.


나는 알아.

영원히 만족할 수 없는 당신의 욕망, 욕망, 욕망, 덧붙인 또 다른 욕망까지도.


나는 알아.

당신도 언젠가 결국 천국의 문을 두드리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나는 알아.

나의 목소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반복되었으며,

세상에 나를 닮은 쌍둥이가 얼마나 수도 없이 많다는 사실을.


나는 알아.

결국 우리의 죽음은 그저 통계에 불과하다는 사실까지도.


‘가뜩이나 출산율도 낮은데 재수 없는 소리나 하고 앉아 있네. 저년이 몇 살이라고? 시발 그러면 이제 돼지 새끼 하나 못 싸지를 년이잖아? 처 지껄이는 소리 보아하니, 밭도 못 매, 애도 못 봐, 저년은 뭐야? 저년은 그냥 미쳤어. 미친년이 건방져. 늙은 돼지 같은 년.’


그리고 당신은 당신의 부하에게 가볍게 한마디,

‘삭제해.’ 」




오래된 서랍에서 다시 찾은 나의 이 서툰 낙서는 기꺼이 나를 두 번 삭제시킬 것이다.


그러나 나는 잊고 있던 지난 슬픔에 대해 기꺼이 사과하기로 했다. 부정하지 않겠다.


담아 두었던 조악한 물감을 다시 꺼냈다. 자 끝으로 약간의 덧칠을.



「유생(儒生)이 둘 죽었다.

하나는 어린 소년이고 하나는 그의 누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이미 십여 년 전 인터넷에 게시했다.


백여 개의 소란스러운 댓글이 달렸다.

나는 목숨을 가벼이 여기지 않았기에 그 보시(普施)를 받지 않았다.


나는 참았다.


나는 사라지고 잊혔으며 이제 다시 한번 깊은 바닷속으로 돌아왔으니,


군자의 복수는 십여 년이 지나도 늦지 않을 것이다. ²


늙은 왕 대소 ³야

나는 너의 목숨을 너의 자식과 너의 두 눈으로 받을 것인데,


어린 소년의 누나는 기꺼이 기다렸다.

백 년 동안의 고독⁴을.」



¹「원한」: 작가의 브런치 북 『습작』에 수록되어 있다.

https://brunch.co.kr/@icynight/10


² 군자보구 십년불만(君子報仇 十年不晩)

도광양회(韜光養晦) 이덕보원(以德報怨)


³ 대소왕 : 부여의 늙은 왕. 만화가 김진의 작품『바람의 나라』의 등장하는 인물. 기존의 권위와 억압, 몰락하는 구 세대 권력의 상징.


⁴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José de la Concordia García Márquez)의 작품, 『백년 동안의 고독』에서 표현을 빌렸다.

keyword
이전 05화혐오스러운 청과부의 인생 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