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의 시행착오 끝에 깨달은 것
33살. 금의환향은 아니었다.
5년 전 "해보겠다"며 뛰어든 일들이 하나씩 무너져 내렸다. 터무니없는 객기였을까, 아니면 필요한 도전이었을까. 이제 와서 그런 걸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지만, 분명한 건 그 시간이 나를 많이 바꿔놓았다는 것이다.
사업을 한다는 것, 정책 사업에 뛰어들면서 예상과 다른 현실을 마주하는 일. 책으로만 알던 것들을 몸으로 겪어내는 시간이었다. 때로는 사기 아닌 사기를 당하기도 하고, 때로는 도와줄 것이라 믿었던 곳에서 문을 닫히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하나 깨달았다. 혼자서는 답할 수 없는 질문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
"이 길이 맞는 걸까?"
"언제까지 이렇게 버텨야 할까?"
"내가 놓치고 있는 건 없을까?"
불교에 '시심마(是甚麽)'라는 화두가 있다. '이것이 무엇인가?'라는 뜻이다. 참선할 때 끊임없이 던지는 근본적 질문. 나 역시 끊임없이 질문하고 있었다.
"나는 내 행복을 지키며 어떻게 돈을 '살 것'인가?"
책에서는 찾을 수 없는 답들이었다. 성공 사례만 가득한 자료들 사이에서, 정작 내가 마주한 현실과 비슷한 이야기는 찾기 어려웠다.
그래서 자주 생각했다.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을까. 혹시 내가 모르는 다른 방법이 있을까.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을까.
지금도 여전히 많은 질문들과 씨름하고 있다.
돈을 벌어야 한다. 많이, 절실하게. 하지만 33살에 내세울 스펙도, 화려한 경력도 없는 현실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다. 할 수 있는 건 지금처럼 "잔머리 굴리는" 것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런 막막함 속에서 하나의 깨달음이 생겼다.
나만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아니라는 것.
30대 초중반, 뭔가 해야 할 것 같은데 정작 무엇을 할지 모르는 답답함. 안정을 원하면서도 도전하고 싶은 모순된 마음. 주변 사람들은 다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듯한데, 나만 제자리에 멈춰 있는 불안감.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질문들과 마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각자 다른 분야에서, 다른 상황에서,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같은 고민을 하며 살아가고 있을지도.
5년의 시행착오가 가르쳐준 가장 큰 교훈이 있다면, 혼자 끙끙 앓는 것보다 함께 머리를 맞대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내가 놓친 부분을 다른 사람이 보기도 하고, 내가 막혔던 지점에서 다른 관점을 제시해주기도 한다.
이런 고민들을 혼자 품고 있기에는 너무 무겁다.
때로는 해답보다 공감이 더 필요할 때가 있다. 때로는 새로운 질문이 기존의 고민을 다른 각도에서 보게 해줄 때가 있다.
5년의 시행착오가 헛되지 않으려면, 그 경험이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어야겠다. 완벽한 성공담이 아닌, 현실적인 시행착오의 이야기들을 나누며 각자의 길을 찾아갈 수 있다면.
혼자서는 답할 수 없는 질문들이 있다.
그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완벽한 답을 찾기보다는, 함께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나 역시 여전히 질문 속에 살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질문들이 두렵지 않다.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소통의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