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보카도여도 괜찮아
며칠 전 '나에겐 비밀이 있어'라는 이동연 작가의 그림책을 아이들과 함께 읽었습니다. 겉으로는 망고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보카도인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인데, 과일 캐릭터들의 모습이 귀엽게 그려져 있어 좋아하는 그림책 중 하나입니다.
아보카도는 자신의 울퉁불퉁하고 못생긴 외모가 싫어 매일 망고로 변장하고 다니며, 친구들에게 진짜 모습을 숨깁니다. 노랗고 말간 망고가 실제로는 울퉁불퉁 아보카도였다는 장면을 보면서 몇몇 아이들은 "윽, 못생겼다." 혹은 "어! 어떻게 변장한 거지?"와 같은 반응을 보입니다.
이런 아보카도는 비가 올까 봐 일기 예보를 확인하고 친구들을 만나러 가거나, 갑자기 날씨가 흐려지면 재미있는 놀이에 맘껏 참여하지도 못하고 서둘러 집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신나게 자전거를 타던 수박이 다른 친구들과 부딪치면서 수영을 못하는 체리가 물에 빠지게 됩니다. 망고는 체리를 구하고 싶지만,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날까 봐 잠시 망설이다가 바로 물어 뛰어듭니다.
망고로 변장하고 다녔다는 사실이 발각되어 도망치려는 아보카도에게 친구들은 "네가 망고든 아보카도든 우리 친구야"라고 다정하게 이야기를 건넵니다.
결국 아보카도는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망고의 모습에 작별 인사를 하며 스스로를 인정하게 됩니다. 그런 아보카도의 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손뼉을 치며 환호합니다. 자기를 인정하고 결점까지도 껴안고 사랑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아이들은 이미 알고 있었나 봅니다. 진정한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게 된 아보카도를 아이들은 온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응원해 주었습니다. 그 모습에 저도 괜히 마음이 울컥하더라고요. 용기를 낸 주인공을 위해 손뼉 쳐주는 그 모습이 참 예쁘고, 내가 아이들의 응원을 받은 것만 같았습니다.
아이들에게 망고처럼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나만의 비밀이 있는지 물어보니,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혹시 용기를 내어 발표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니 절 보고 씩 웃으며 아무도 손을 들지 않습니다. 저조차도 오랫동안 묵혀둔 콤플렉스가 있는데 그림책 한 권 읽었다고 단번에 그 알을 깨고 나오긴 쉽지 않으니까요. "아직 말하기에는 용기가 좀 더 필요한 거죠?"라고 물으니, 고개만 끄덕입니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우리 모두에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해 주는 이들이 곁에 많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부터 아이들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책을 덮으며 다짐합니다. 지금의 모습 그대로도 충분히 반짝반짝 빛난다고, 너만의 장점이 있다고 아주 많이 말해줘야겠습니다. 나에게도 그렇게 다정하게 대해주자고 결심합니다. 다정의 시간이 쌓이다 보면 언젠가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내 모습도 웃으며 떠나보낼 수 있는 날이 올 거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