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마음

네가 매일매일 할머니를 생각하면 나는 매일매일 네 옆에 있어

by 주아유

최근 소복이 작가님을 알게 된 후 그분의 작품들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연필과 색연필만으로 뭔가 단순하면서도 섬세하고, 인물들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그림이 참 좋아 계속 펼쳐보게 됩니다. 때로는 텅 빈 공간을 통해 소외감을, 때로는 따뜻한 색채로 그리움과 위안을, 또 섬세한 선으로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며 글로 담아내기 어려운 아이의 마음을 시각적으로 전달합니다.



'소년의 마음'은 가족 내에서 소외되고 외로운 소년의 내면을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누나와 어울리고 싶지만 누나들은 자기들끼리 놀기 일쑤고, 아빠와 엄마는 물건을 집어던지며 싸우기도 합니다. 홀로 남겨진 소년은 그림을 그리며 외로움을 달랩니다.

소년의 모습을 보며 저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리 사이가 좋지 않으셨던 부모님은 자주 다투셨고, 그때마다 숨 죽인 채 이불속에 누워 자는 척했거든요. 무서울 때면 눈을 꼭 감고 두근거리는 마음에 이불을 꼭 쥐던 어린 저와 동생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이야기의 소년처럼 제게도 할머니가 계셨기에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늘 넘치도록 사랑만을 주셨던 할머니. 그 까칠한 손과 주름진 볼을 한참 동안 부비고 있으면 하나도 무섭지 않았습니다.


그런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 소년의 마음에는 채우기 힘든 구멍이 생깁니다. 처음 소년은 할머니의 죽음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할머니가 어딘가에 여전히 존재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상상 속에서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에서 상실을 경험한 아이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작품의 후반부에 가서는 소년은 할머니의 죽음을 점차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눈물을 펑펑 흘릴 만큼 고통스러운 과정이지만 자신의 감정을 더 깊이 이해하고 표현하게 되는 기회가 됩니다. 꼭 안을 수도 없고 손을 잡을 수도 없지만 자신의 기억과 마음속에 할머니가 영원히 살아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림책이지만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소년의 시선을 통해 순수하고도 깊이 있게 다룹니다.


"네가 매일매일 할머니를 생각하면 나는 매일매일 네 옆에 있어"

눈썹 사이에, 콧구멍 속에, 머리카락에, 겨드랑이 사이에, 아이의 보드라운 두 볼에도 할머니는 있다고 믿게 된 순간 다시 현실로 돌아옵니다. 그렇게 상처와 함께 살아가면서도 자신만의 빛을 찾아가는 소년의 모습은 독자에게도 깊은 공감과 위로를 전합니다. 상상 속 동물과 할머니, 그리고 아빠와 함께 신나게 방안을 누비는 모습을 보며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미움이 담긴 맛없는 카레를 먹지만, 자고 있는 엄마의 눈물을 닦아주는 속 깊은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에게도 안전 기지가 생기기를 바라게 됩니다. 상상 속에서 만나는 할머니 말고도 소년을 꼭 안아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기를 바라며 책을 덮었습니다.


상실과 외로움을 겪을지라도 이를 통해 아이는 한 뼘 더 자라게 됩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하며 내면의 힘을 발견해 나가는 소년의 모습을 보며 제 안의 상처들도 보듬어주게 됩니다.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 소중한 사람의 죽음, 이를 극복해 나가는 소년의 모습을 통해 그럼에도 소년의 세상은 아름다울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더불어 우리 모두가 한때 지녔던 소년의 마음을 되찾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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