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아이를 꽃피우게 하는 어른의 역할

by 주아유

말을 더듬는 아이가 있습니다. 아이는 아침마다 눈을 뜨면 자신을 둘러싸는 낱말의 소리를 듣습니다.


하지만 소나무의 스-는 입안에 뿌리를 내리며 혀와 뒤엉켜 버리고, 까마귀의 끄-는 목구멍 안쪽에 딱 달라붙습니다. 달의 드-는 마법처럼 입술을 지워 버려 그저 웅얼거릴 수밖에 없습니다. 돌멩이처럼 조용한 아이는 말없이 학교에 갑니다. 아이는 맨 뒷자리에 앉아 말을 할 일이 없기만을 바라지만 선생님이 질문을 합니다.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이야기하는 아이는 스스로 위축됩니다.


수업이 끝나고 아빠가 아이를 데리러 옵니다. 속상해하는 아이를 강가로 데리고 가는 아빠.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곳에 있지만 발표시간이 떠올라 괴로워하는 아이에게 아빠는 말합니다.




강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이지? 너도 저 강물처럼 말한단다.


물거품이 일고 소용돌이치고 굽이치다 부딪치는 강물을 아이는 말없이 바라봅니다. 울고 싶을 때마다, 말하기 싫을 때마다 아빠가 해준 이야기를 떠올리면 부드럽게 일렁이며 반짝이는 강물처럼 아이의 입도 움직입니다. 더듬거릴 때가 있는 강물처럼 자신도 말한다고, 그렇게 용기를 얻고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봅니다. 그렇게 강물처럼 앞으로 나아갑니다.


남들과 다른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걸 아버지는 넌지시 알려줍니다. 이 책의 저자인 조던 스콧 역시 어린 시절부터 말을 더듬는 언어장애를 겪었습니다. 그의 자전적 경험이 시드니 스미스의 아름다운 일러스트 함께 녹아있어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탄성을 자아냅니다. 그의 아버지가 건넨 따뜻한 지지가 있었기에 훗날 자신의 이야기를 시와 그림책으로 풀어낼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어른의 역할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아이를 꽃피우게 하는 부모는 어떤 모습을 해야 하는지 돌아보게 합니다.


있는 그대로 자신을 볼 수 있도록 도와준 아버지의 위로가, 불안해하지 않고 아이의 옆을 지켜준 이가 있었기에 주인공은 자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더듬거림은 결함이 아닌 자신만의 고유한 언어적 특성이라는 이야기가 우리에게 울림을 주는 것은, 모든 이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결함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의 부족한 부분이 다른 이들의 눈에 띌까 전전긍긍하기도 하고, 고쳐보려 애쓰다가 좌절하기도 합니다. 나보다 잘난 사람과 나를 비교하게 되고, 남들이 생각 없이 던진 한 마디에도 끙끙대며 잠 못 이루는 날도 있지요. 책을 읽으며 우리가 가진 이런 열등감과 상처를 다그치거나 고치려 하지 않고, 현재 모습을 인정하고 격려해 주는 것만 같습니다. 오히려 약점이 자신만의 개성이 될 수 있다는 용기를 줍니다.



아들러 심리학에서 본 그림책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아이의 불편한 마음을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감정으로 바라봅니다. 아이들은 교우관계, 가족 내 갈등, 자신의 능력이나 외모 등에 대한 고민과 불안을 경험하며, 이는 성장과정에서 겪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아들러는 아이가 느끼는 이런 불편한 마음, 열등감이나 부족함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습니다. 열등감은 누구에게나 있는 정상적인 감정이며, 이를 극복하고 보상하려는 노력이 개인의 성장을 이끈다고 설명합니다.


이런 아이의 불편한 마음을 해소하는 데 있어 '대화'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부모나 신뢰할 수 있는 어른과의 대화를 통해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이해받고,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잘 알게 됩니다. 그림책 속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부모가 해결책을 강요하기보다 아이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안전기지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게슈탈트 심리학과의 연결

게슈탈트 심리학은 전체성, 맥락, 그리고 부분과 전체의 관계를 중시합니다. 책에서 아이의 '말 더듬'이라는 한 부분만을 떼어내어 문제로 보지 않고, 아이의 전체적인 존재와 경험, 성장의 맥락 안에서 바라봅니다. 또한 인간이 자신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그 경험을 통합할 때 치유와 성장이 일어난다고 봅니다. 이는 자신의 결함을 부정하거나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자아의 일부로 통합하는 과정을 통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굽이치고 소용돌이치고 부딪치고 일렁이기도 하며 결국 커다란 강을 이루듯 아이가 느끼는 다양한 감정과 경험들도 결국 자신만의 독특한 존재로 완성된다는 메시지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때 치유도 일어납니다. 이 책은 누군가의 지지를 받기 힘든 어른이 된 우리에게도 같은 위로를 건넵니다. 잔잔하게 흐르다가도 돌부리에 치이기도 하고 소용돌이치기도 하는 우리 인생도 결국 커다란 강줄기가 되어 바다로 나아갈 거라고 말합니다. 모나게 보이는 내 결점도 나의 일부로 받아들일 때 멈추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습니다. 그 속에 돌부리도 있고 움푹 파인 곳도 있겠지만 반짝이는 윤슬처럼 그렇게 우리도 빛날 거예요. 각자만의 독특한 일렁임으로 앞으로 나아갈 거예요.



keyword
토요일 연재
이전 01화상처받을 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