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당신은 어떤 핑을 세상에 보내시나요?

by 주아유

탁구채를 들고 있는 빨간 캐릭터가 참 귀엽습니다. 아니 카스티요(Ani Castillo)의 그림책『핑』은 세상과 맺어가는 관계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탁구 게임에 빗대어 간결한 그림으로 그려냅니다.


탁구를 칠 때 내가 보낸 공이 어떻게 돌아올 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탁구 초보자인 저는 네트를 넘기지 못하고 떨어뜨릴 때도 많지요. 받기 좋게 공을 보내더라도 상대방이 강하게 받아칠 때도 있고, 아슬아슬하게 보낸 공도 살려내기도 합니다. 어떤 마음으로 받아칠지는 온전히 상대방의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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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도 이와 같지 않나요? 누군가에게 진심을 담아 건넨 한 마디가 무덤덤한 반응으로 돌아올 때는 속상해집니다. 나의 재미없는 농담에 환한 웃음이 돌아올 때면 마음 속이 기쁨으로 가득찹니다. 이처럼 따뜻한 미소, 작은 배려 하나하나 모두 내가 세상으로 보내는 공입니다. 공은 항상 내가 원하는대로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상대방의 반응은 오로지 받는 사람의 몫이니까요.


하지만 중요한 건 어떤 결과로 돌아왔느냐가 아니라 내가 어떤 마음으로 공을 보냈느냐가 아니겠냐고 그림책은 넌지시 말합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건 오로지 그것 밖에 없으니까요. 결과를 염려하며 움츠러들기 보다는, 내가 보낼 수 있는 최선의 공에 집중해보세요. 말 한마디에 정성을 담고, 작은 행동에 진심을 실을 수 있어요. 다양한 도전을 하고, 일상의 순간을 의미있는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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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으로부터 풍성한 반응을 기대하고 타인에게서 따뜻한 마음을 받기를 원한다면, 먼저 내가 더 많이, 진심을 담아 공을 보내야 합니다. 수 많은 핑을 보낼 때에만 퐁을 받을 수 있어요. 한 번의 시도로 실망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꾸준, 묵묵히 최선을 대해 보내다보면 언젠가는 아름다운 퐁을 받게될지도 모릅니다. 예상치 못한 선물같은 순간도 만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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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도 인생도 혼자서는 완성되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있어야 게임을 할 수 있고, 관계를 통해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어떤 반응이 올 지 몰라 불안해질 때면 핑과 퐁을 떠올리셨으면 좋겠습니다. 수 많은 핑을 보내다 보면 어떤 퐁이 돌아오더라도 단단한 마음으로 자신을 지킬 수 있습니다. 타인의 반응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자신만의 핑을 계속해서 보낼 수 있습니다.


내가 받은 퐁이 공격적이고 날카로워서 핑을 보낼 용기마저 꺾여버린 적이 있습니다. 내 진심이 무시당할 때면 "어떻게 그럴 수 있어!"라고 온종일 화를 내기도 했습니다. 오해를 풀어보려고 보낸 핑이 상황을 더 악화시킬 때면 무기력한 마음을 안고 침대에 누워 쇼츠를 보는 것으로 시간을 허비하기도 했습니다. 모든 핑에 퐁을 받을 수도 없고 원하는 퐁을 받을 수도 없습니다. 상처받은 마음으로 모든 것을 그만두고 싶어질 때는 다시 『핑』을 꺼내 읽어야겠습니다. 상대방의 반응은 언제나 상대방의 몫이라는 걸 쉽게 잊어버리니까요. 내가 할 수 있는건 핑을 멈추지 않는 것 뿐이라는 걸 기억해야겠습니다.


오늘 당신은 어떤 공을 세상에 보내시나요?




심리학적 관점에서 본 '핑'

감정표현과 자기효능감

『핑은 감정표현과 자기 효능감에 대한 통찰이 담겨있습니다.


"세상에 보내는 메시지와 행동은 내 책임이지만, 그에 대한 타인의 반응은 내가 조절할 수 없는 영역이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내가 이렇게 표현하면 저 사람은 꼭 이렇게 반응해야만 해’라는 기대를 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는 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상대가 무관심하거나 원치 않는 반응을 보일 때도 종종 있지요. 그림책은 이런 상황을 “핑을 보내는 것은 나, 퐁이 오는 것은 상대의 자유”라는 비유로 담담히 풀어냅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과 행동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주체성을 강조하는 것은 물론 그 결과에 지나치게 연연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자기-타인 경계’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습니다.


특히 아이들은 타인의 반응에 민감하게 흔들립니다. 그림책을 통해 ‘누군가 나에게 퐁을 주지 않는다 해도 내 핑은 가치 있고 소중하다’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관계에 지치고 자신에게 실망한 어른들에게도 위로가 됩니다. 완벽하게 남을 설득하고, 모두에게 인정받으려 애쓰는 과정에서 삶은 불안해지고 자기 자신은 점점 작아집니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핑을 계속 보내는 것밖에는 없습니다. 그리고 퐁이 온다면 고마움으로, 오지 않는다면 흘려보내는 태도를 통해 자기 신뢰와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런 자기표현과 경계에 대한 주제를 다루는 그림책을 아이들과 나눌 때 사회정서 발달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그림책을 읽으며 어린이들은 다양한 감정 인식과 표현 방법을 접하게 되고, 나아가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을 기르게 됩니다. 아이들은 이야기 속 주인공을 통해 ‘내가 내 마음을 말해도 괜찮다’, ‘상대방의 반응은 나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또한 부모나 교사와 함께 그림책을 읽으며 나누는 대화는 아이에게 기다림, 실망, 용기, 자기신뢰와 같은 복합적인 감정에 대해 들여다볼 수 있게 도와줍니다. 이런 과정은 감정 조절 능력과 자기효능감—즉 ‘나는 내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다’는 믿음—을 키우는 데 크게 기여합니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스스로를 돌아보고 감정 표현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자신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어른들, 친구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어린이들이 꼭 읽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림책을 통해 예상치 못한 퐁을 받게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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