短歌行. 贈王郎司直(단가행, 증왕랑사직) 단가행. 사직 왕랑에게 주다 (七言古詩)
대종 대력 3년(768) 봄, 두보가 강릉(江陵 : 호북성 형주시)에 머물러 있을 때 지은 시. 이 해 정월에 두보 일가는 기주를 출발해 삼협을 빠져나와 강릉에 도착했다. 늦봄에 우연히 왕랑이란 젊은이를 만났는데, 그는 성도로 가서 지방장관에게 발탁되길 원하였다. 이에 두보는 그를 위해 격려의 시를 지어주고 떠나보냈다. * 단가행은 악부의 가곡 명칭이다. 왕랑의 이름은 미상. 사직은 관직명으로 관리를 규찰하고 탄핵하는 직책명.
王郎酒酣拔劍斫地歌莫哀(왕랑주감발검작지가막애) 왕랑이여! 술 거나해 검 뽑아 땅 치며 애달피 노래하지 말게!
我能拔爾抑塞磊落之奇才(아능발이억색뇌락지기재) 나는 뛰어난 재주 지닌 채 억눌려 있는 너를 추켜 세워주리라.
豫章翻風白日動(예장번풍백일동) 너는 바람에 번드치는 예장처럼 하얀 해를 흔들고
鯨魚跋浪滄溟開(경어발랑창명개) 물결 헤쳐 넘는 고래처럼 푸른 바다를 갈라놓으리니,
且脫劍佩休徘徊(차탈검패휴배회) 잠시 검을 내려놓고 춤추기를 그만 두게나.
西得諸侯棹錦水(서득제후도금수) 서쪽에서 제후에게 기용되어 금강에서 노닐 터
欲向何門趿珠履(욕향하문삽주리) 누구의 문하 찾아가 구슬 신발을 신게 되려는가?
仲宣樓頭春色深(중선루두춘색심) 중선루 앞머리에는 봄빛이 깊어져 가는데,
靑眼高歌望吾子(청안고가망오자) 청안으로 그대 바라보며 크게 노래 부르나니
眼中之人吾老矣(안중지인오노의) 내 눈동자 속 사람이여! 나는 늙어지고 말았네.
* 억색(抑塞) : 억울(抑鬱)과 같음. 뜻을 펴지 못한 채 억눌리고 막혀 있다는 뜻. * 뇌락지기재(磊落之奇才) : 비범한 재능을 지닌 사람을 가리킴.
* 예장(豫章) : 침목(枕木)과 장목(樟木)을 가리킴. 상록 교목으로, 재질이 단단한 좋은 목재임.
* 배회(徘徊) : 춤추며 오락가락하는 것을 가리킴.
* 제후(諸侯) : 촉땅을 다스리는 절도사를 가리킴. * 금수(錦水) : 성도 인근을 흐르는 금강(錦江)을 가리킴. 이 구절은 촉땅에 가서 인정을 받고 노닐 게 될 것임을 말한 것이다.
* 주리(珠履) : 윗부분을 구슬로 장식한 신발. 《史記·春申君列傳》에 의하면 춘신군의 문객이 3천 여명이었으며 그 상객은 모두 주리를 신었다고 함. 이 구절은 왕랑이 촉땅에 들어가 지방장관의 막료가 될 것을 말한 것임.
* 중선루(仲宣樓) : 중선은 건안칠자 중 한 명인 왕찬(王粲)의 자(字). 왕찬이 형주(荊州)의 유표(劉表)에게 의지해 있을 때 〈등루부(登樓賦)〉를 지어, 후인이 형주의 당양현 성루를 중선루라 불렀음. 이후 형주의 치소가 강릉으로 옮겨진 후 별도로 중선루라는 이름의 누대가 지어졌음.
* 청안(靑眼) : 《晉書·阮籍傳》에 의하면, 완적은 반가운 사람을 볼 때는 검은 눈동자를 다 드러내어 청안으로 바라보고 못마땅한 사람은 멸시하며 눈을 작게 떠 백안(白眼)으로 바라봤다고 함.
* 안중지인(眼中之人) : 두보가 청안으로 바라보는 사람, 즉 왕랑을 가리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