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수고가 바삭함으로 돌아왔다
바삭한 음식이 유난히 당기는 날이 있다.
거창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 그냥 집에서 튀김 한 번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드는 날이다.
그럴 때면 모듬 텐동이 먼저 떠오른다.
재료는 여러 가지이고, 막상 만들어보면 쉬운 요리는 아니지만
들인 수고만큼은 분명히 맛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모듬 텐동은 그런 날에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메뉴다.
모듬 텐동을 처음 배운 건 요리학원에서였다.
기름 온도를 맞추고, 튀김옷을 입히는 것을 배우며 문득 일본 여행에서 먹었던 텐동이 떠올랐다.
바삭한 튀김 위로 소스가 살짝 스며든 밥 한 그릇.
그러다 자연스럽게 더 오래된 기억 하나가 따라왔다.
어릴 적 제사나 명절 차례가 다가오면, 집에서는 온 가족이 함께 튀김을 만들었다.
부엌은 늘 분주했고, 튀김 냄새가 집 안 가득 퍼졌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튀김은 제사상에 오르고,
제사가 끝난 뒤엔 온 가족이 둘러앉아 나눠 먹는 즐거움이 있었다.
튀김 음식은 내게 그런 시간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하는 음식이다.
텐동에 들어가는 재료는 다양하다.
새우, 단호박, 깻잎, 꽈리고추, 김, 연근까지.
하나하나 신경 써야 해서 조리는 단순하지 않다.
텐동의 중심인 새우는 내장을 제거하고 배 쪽에 칼집을 넣어야 곧게 선다.
야채는 무엇보다 물기 제거가 중요하다.
이 기본만 지켜도 튀김의 절반은 이미 완성된 셈이다.
자주 접하지 않는 요리인만큼, 몇몇 단계는 늘 고민을 남긴다.
튀김옷을 어느 정도로 입혀야 할지,
눈꽃처럼 가볍게 흩날리는 튀김옷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지금 이 기름 온도가 적당한지 판단하는 일까지.
설명은 이해가 되는데, 실제로 해보면 늘 다르게 나온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고 나서야 감이 조금씩 잡힌다.
그래서 튀김은 여전히 고수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집에서 텐동을 자주 해 먹기엔 아무래도 부담이 된다.
준비 과정도 번거롭고, 튀김가루와 기름은 어김없이 사방으로 튄다.
조리가 끝나면 주방은 한바탕 전쟁을 치른 흔적처럼 어수선해지고,
사용한 식용유를 처리하는 일도 늘 큰 숙제다.
그럼에도 가끔은 이 모든 과정을 감수하고서라도 텐동을 만들게 된다.
# 재 료
새우, 오징어, 표고버섯, 깻잎, 양파, 연근, 꽈리고추, 고구마, 단호박 등
. 고로모(튀김옷) : 튀김가루 2컵, 얼음물 2 컵, 달걀노른자 2개
. 소스 : 물 1컵, 간장 반컵, 알룰로스 반컵, 생강 소량, 양파 반개, 실파 소량
# 요리 과정
<새우 다듬기>
생새우를 준비한다.
새우 내장을 제거한다.
새우 물총을 제거하고, 꼬리를 손질한다.
굽은 새우가 바로 펴지도록 힘줄을 제거한다.
손질이 끝난 새우
손질이 끝난 새우
연근, 양파, 단호박, 고구마를 준비한다.
연근, 양파, 단호박, 고구마를 썰어 준비한다.
<브로콜리 세척과정>
밀가루, 소금이 담긴 물에 15분간 담가 둔다.
식초물에 담가 헹군다.
브로콜리, 깻잎, 표고버섯을 준비하고. 꽈리고추는 칼집을 낸다.
튀김가루를 얇게 묻힌다.
튀김가루를 묻힌 야채들
<고르모(튀김옷, 반죽물) 만드는 과정>
달걀노른자 2개를 볼에 담는다.
얼음물을 준비한다.
달걀노른자, 얼음물, 튀김가루를 넣는다.
글루텐 생성을 막기 위해서 젓가락을 튕기면서 섞는다.
튀김재료 넣는 타이밍
식용유에 튀긴다.
눈꽃튀김(튀김 반죽을 기름에 흩뿌려 눈꽃처럼 붙게 해 바삭함을 극대화함)
튀긴 새우, 오징어, 야채
<튀김소스(덴쯔유) 만드는 과정>
물, 간장, 설탕을 4:1:1 비율로 섞고, 양파 생강을 넣고 끓으면 1분 후에 불을 끈다.
체에 밭쳐 건더기를 분리한다.
실파를 넣는다.
완성된 튀김소스(덴쯔유)
그릇에 밥을 담고 튀김을 올린다.
완성된 모듬 텐동과 소스
집에서 만든 텐동은 식당의 그것보다 완벽하지 않다.
모양도 제각각이고, 바삭함의 균일함도 부족할지 모른다.
하지만 재료를 손질하고, 튀기고, 한 그릇에 담아낸 시간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모둠 텐동 한 그릇을 비우고 나면,
조금 귀찮았던 준비 과정도 함께 사라진다.
바삭함은 잠깐이지만, 그 여운은 생각보다 오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