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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넷, 선택이라는 이름의 공간>

by 김예지

스물넷.
나는 처음으로 ‘내가 문을 여는 공간’을 갖게 됐다.


가게를 인수한다고 말했을 때,
사람들은 반짝이는 눈으로 물었다.
“사장님이야?”


그 물음이 어색해서
나는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때의 나는
‘사장’이라는 말이 어떤 감정인지 몰랐다.
그저, 한 걸음 내디딘 느낌뿐이었다.


매일 아침 문을 열고,
오븐을 예열하고,
테이블을 닦고,
음악을 켜고,
다시 문을 연다.


그 반복은 처음엔 단순한 루틴 같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내 삶의 가장 섬세한 리듬이 되어 있었다.


이 가게는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다.
간판도, 조명도, 테이블도
모두 누군가의 손을 거친 것들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처음 그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을 때,
나는 이 공간이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 같았다.


이름 모를 식물 하나,
모서리가 닳은 나무 테이블,
창가에 고요히 내려앉은 오후의 빛.


그 모든 것이 낯설면서도
이상하게 익숙했다.


사장이 된다는 건
매일 선택의 연속이었다.


어떤 음악을 틀지,
어떤 향을 쓸지,
어떤 조명을 켤지,
어떤 말을 손님에게 건넬지


그 모든 결정은
결국 내 마음이 기준이 되었다.


그게 무서웠고,
한편으로는 설레었다.


“정답이 없는 선택을
매일 반복할 수 있을까?”
그 물음을 안고
하루하루를 살아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건 단순히 가게를 인수한 이야기가 아니다.

공간을 통해 나를 책임지기 시작한 이야기다.


이전까지의 나는
주어진 것들 속에서 움직였지만,
이 공간에 들어선 순간부터는
내가 만들어가는 삶이 시작되었다.


스물넷,
이 공간을 선택했다는 건
결국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선택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생각보다 꽤 단단하고,
꽤 근사한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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