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막. 보름
찰-칵
셔터음이 고요를 가르며 울린다
수많은 변화와 발전 속에서도
언제나 우리 곁을 지켜온 소리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시대 속에서도
그 짧은 울림은 여전히
한순간을 영원으로 바꿔 놓는다
이제는 작은 손 안의 화면 속에서도
세상은 얼마든지 담길 수 있지만,
왜일까.
내 가방 한켠에는 늘
낡은 필름카메라 하나가 자리한다
추억이라는 빛바랜 보정 때문일까
혹은 기다림이 주는 설렘 때문일까
찰-칵
순간은 셔터음과 함께 멈추고
기억은 천천히 빛 속으로 스며든다
오로지 이 얇은 필름 안에 머물며
한 장 한 장,
사진사의 손길을 거쳐
마침내 나의 손끝으로 다가오는 기억
기다림 끝에 만나는 따뜻한 무게
내 삶의 파편들이 종이 위로 눌러앉는다
나의 추억이 잔뜩 묻어난 사진
그리고 그 사진을 빛으로 뿜어낸 필름
그 필름마저도 고이 접어 두며
나는 바란다
시간의 바람 속에서도
나의 추억이 조금이나마 덜 바래지기를
그래서 오늘도
한 장의 사진을
조심스레 내 마음속에 접어 넣는다
찰-칵
또 하나의 추억이 빛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