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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탈(下) - 도리어 죽여줘

1막. 삭


내 옆에서 손을 잡아주던 네가 사라지고,

이제 너는 다른 사람 옆에서 웃고 있을 때,

내 가슴은 서서히 무너져 내릴 거야.


행복을 다시는 그리지 못한 채,

미래는 점점 암담해지며,

너를 끝내 그리워하다가,

기억의 늪에 잠겨 그리움이란 감정마저

희미해질 때쯤.


그 모습을 나는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너 없는 내가 살아갈 수는 없어.

내 인생, 너 있는 곳에서 살 수 없다면,

도리어 날 죽여줘.

마지막 순간만큼은 네 손에서 사라지고 싶어.

먼지 한 줌만큼은 네 곁에 남고 싶어.


만약 날 죽일 수조차 없다면,

멀리서 피눈물 흘리며 홀로 사라지는 나를 위해

기도 한 번만 해줘.

그리고 문득 내 생각이 날 때면,

우리 함께 봤던 그 벚꽃나무 아래에서

가끔은 나를 떠올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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