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철을 타면 보이는 것
오늘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집을 나왔다.
7호선을 타고 중간에 2호선으로 갈아탄다.
환승지인 대림역에서 홍대행 2호선을 타기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간다.
발을 올려놓고 위를 바라보면 저 앞이 너무 높고 멀어서 아득하다.
그 높은 곳을 바라보면, 마치 고지가 저기인 듯 안타깝기도 하고, 꿈이 저 높은 곳에 있는 듯 아련하기도 하다.
어찌 됐든 나는 손잡이를 꼭 잡고 고개를 들어
나의 이상향 같은 꼭대기를 취한 듯 바라본다.
"좀 비켜주세요~"
응? 누군가의 퉁명스러운 이 소리는 무어지?
잠시 어리둥절한 나.
"좀 올라갈게요~"
너무 당당하다. 심지어 내 어깨를 치고 나를 앞질러 나가려고 한다.
"안 돼요!" 나는 낮은 소리로 말한다.
에스컬레이터에서는 걷거나 뛰면 안돼요.
저기 쓰여있잖아요."
지하철의 에스컬레이터를 보면 자연스레 사람들이 오른쪽으로 줄을 선다.
그리고 비어진 왼쪽으로는 바쁜 듯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 사람들이 있다.
분명히 곳곳에
<에스컬레이터에서는 걷거나 뛰지 마세요.>를 붙여놨는데도 사람들은 긴 줄을 서서 기다리면서도 왼쪽을 비워둔다.
비워진 왼쪽으로는 바쁜 듯이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 모습을 보면서 나는, '사람들이 참 관대하다'라고 생각한다.
위험하고 비합리적이라고도 생각한다.
한때 이렇게 한쪽을 비워뒀던 적이 있긴 했다.
바빠서 뛰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한쪽 편을 양보했던 것이다.
그러나 에스컬레이터 사고로 인하여 다시 양쪽으로 서도록 하고 걷거나 뛰지 말라는 안내글을 붙인 지도 꽤 되었다.
두줄로 계단을 딛고 오르면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한 줄 서기를 하고,
빈 한쪽으로는 걷거나 뛰는 사람들을 허용한다.
그리고 그것을 마땅히 여겨 왼쪽에 서있는 사람에게는 당연한 권리를 행사하듯 비키라고 말한다.
그럴 때 나는 그들에게 이야기한다.
"정말 바쁘셔서 여기서도 걸으셔야 한다면 비키라고 하지 말고 부탁을 하세요.
예의를 지키셔야죠."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걷는 것을 사람들은 자기 시간을 효율적으로 지키려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 순간 다른 사람의 안전과 존중은 밀려난다.
그리고 그 '비켜달라'는 말은 부탁이 아니라 마치 당연한 권리처럼 들린다.
바쁜 세상일수록 기본이 더 중요하다.
조금만 더 천천히, 서로를 배려하며
서는 것이 결국은 더 멀리, 더 안전하게
가는 길이 아닐까.
잠깐 멈춰 서는 그 여유 속에서,
세상은 훨씬 더 덜 다치고 더 따뜻해질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에스컬레이터 옆에 붙어있는 글귀가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지금 들어오는 저 열차!!!
여기서 뛰어도 못 탑니다.
제가 해 봤어요.'
에스컬레이터는 속도를 겨루는
경주장이 아니라,
우리가 서로의 안전을 지켜주는
배려의 통로이다.
안녕하세요.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상큼 발랄 해피마망의 인생철학 >은 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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