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시계추처럼 흔들리고...

-아무도 없어서 다행이야

by 해피마망


노크소리가 들리고 간호사가 들어왔다.

여자는 얼른 눈물을 훔치면서 누운 채로 바르게 자세를 고쳤다.


"안정제 놓아드릴게요."

여자의 손등에는 이미 주삿바늘이 꽂혀있었으므로 간호사는 여자를 옆으로 누우라고 했다.

"한 시간 전에 여기 오신 거 기억 안 나시죠?"

"정신을 잃으셔서 업혀 오셨어요."

"입술 한쪽이 떨어져서 꿰맸는데 기억나세요?"

간호사는 주사를 놓으면서 여러 가지 얘기를 한꺼번에 쏟아냈다.

"피를 많이 흘리셨어요."

"지금은 마취약 때문에 아프시진 않을 거예요."

여자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뭔가 머릿속에 희미하게 맴도는 거 같기도 했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일주일 정도는 계셔야 할 거예요."

"답답해도 당분간은 말씀을 안 하시는 게 좋아요."

간호사는 링거병을 한번 만지고는 병실을 나갔다.

여자는 다시 모로 누워서는 눈을 감았다.

두어 명의 남자가 와서는 집안에 붉은 딱지를 붙이던 광경이 떠올랐다.

여자는 그들이 왜 왔는지 왜 빨간딱지를 붙이는지, 나더러 어떡하라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뭔가 불길한 일이 닥쳤다는 것만은 짐작할 수 있었다.

여자는 깜깜한 밤에 절벽 앞에 서있는 듯한 두려움을 느꼈다.

애들은 어떻게 됐을까?

불현듯 애들이 떠올랐다.

애들 생각을 하자 마음이 복받치고 다시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여자는 다시 웈웈소리를 내며 울기시작했다.

그때 다시 병실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여자는 더욱 소리를 낮추어 웈웈 울었다.

"여보~"

남편의 손이 여자의 어깨를 짚었다.

여자는 눈을 떴다.

남편이 침대 옆에 선 채로 여자를 내려다보았다.

"여보, 미안해... "

남편은 고개를 떨구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당신한텐 무서워서 말을 못 했어. 미안해요."

여자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당신은 왜 집에 안 오는 거야.

빨간딱지는 다 뭐냐고~

여자는 내뱉을 수 없는 말들을 속으로 외쳤다.

"보증을 잘못 섰다가 부도를 맞았어.

보증을 서는 게 아닌데. 아니 사업을 하는 게 아닌데... 미안해..."

"집도 곧.. 넘어갈.. 거야.

집이라도 먼저.. 팔.. 팔았어야 했는데.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어. 미안해..."

드문드문 말을 이어가는 남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웈웈...

여자는 마구 도리질을 칠 뿐이었다.

여자가 웈웈소리를 내며 마구 도리질을 치자 남편은 놀라서 여자의 어깨를 두 손으로 눌러 잡았다.

"여보 진정해 여보... "

남편은 다급한 목소리로 여자를 달래려 했으나 여자의 도리질은 멈추질 않았다.

남편은 보조 침대를 끌어내서 자리에 앉으며 여자의 가슴에 머리를 파묻었다.

"여보 미안해 이러지 말아요. 제발 제발..."

반울음이 섞인 남편의 낮은 목소리가 파편처럼 병실에 흩어졌다.

문득 여자는, 병실에 아무도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갑자기 그 순간에 왜 그런 느닷없는 생각이 떠올랐는지 모르지만 아무도 없는 병실이 참말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여자는 도리질을 멈췄다.

모든 게 허무했다.

악을 써본들 무슨 소용이 있나.

죽고 사는 게 아무것도 아니란 생각이 여자의 헝클어진 가슴을 마구 후비며 들어왔다.

여자는 그대로 큰 대 자로 늘어졌다.

반쯤 남은 링거병이 시계추처럼 흔들렸다.





소중한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해피마망의 연작 소설은

매주 월요일에 발행합니다.




이전 16화15화: 빨간딱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