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너진 여자
나는 그때 그 식당에서 느이 아버지 말을 들었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거 같았어.
제정신이 아니었지. 어떻게 말을 했는지도 몰라. 속에서 뭔가가 쿵! 하고 떨어지는 거 같았어.
근데 동건이 엄마는 아무것도 아니었어.
그 예편네가 더 지독했지.
동건이 엄마는 순하기라도 했어.
동주 에미는 아주 고약한 년이었어.
아, 나는 몰랐네.
하늘 같이 믿었던 그 서방이 이렇게 나를 짓밟을 줄은 나는 몰랐네, 나는 몰랐어~
여자는 이제 남편의 외도가 끝났는 줄만 알았다. 동건이를 데려오고 걔를 집안에 들일 때만 해도 이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으려니 철석같이 믿었다.
남편의 마음을 잡을 수만 있다면 이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런데 1년이 채 안되어서 그 난리가 나 버린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집을 쳐들어온 여자랑 육탄전을 벌이던 날, 그날 이후로 여자의 인생은 무너져 버렸다.
그날 이후로 남편은 집에 들어오는 날보다 안 들어오는 날이 더 많아졌다.
여자는 남편을 찾아 회사로 큰고모 집으로 헤맸으나 번번이 미친 사람 형상이 되어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설상가상으로 어느 날인가는 아침부터 웬 남자들이 집안으로 우르르 들어왔다.
"누구세요. 뭐 하는 거예요?"
여자가 놀라서 묻자 남자들은 돌아보지도 않은 채 대답했다.
"딱지 붙이러 왔어요. 차압이에요.
아무것도 건들지 말아요!"
남자들은 거칠게 집안을 오가며 모든 물건에 빨간딱지를 붙였다.
"이게 뭐예요? 이걸 왜 붙이는 거예요?"
놀란 여자는 황급히 달려들어 그들을 말리려 했다. 그러나 남자들은 여자의 존재는 아예 없다는 듯이 이리저리 다니며 텔레비전, 전축, 전화, 장롱, 집안의 모든 가구와 하다못해 진이 철이의 책상에까지 딱지를 붙였다.
"이거 절대로 떼면 안 돼요.
건들면 큰일 나요. 만지지도 말아요."
청천벽력이었다.
이렇게 한꺼번에 밀려오는 검은 광풍들은 다 무엇일까. 어디서부터 이렇게 몰려오는 걸까. 여자는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듯한 기묘한 현기증을 느꼈다.
"어? 아줌마 피 나와요, 피~"
"어? 입술..."
여자는 더 입술을 꽉 물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신이 나가버릴 것만 같았다.
피가 철철 흘러서 여자의 앞섶을 금세 붉게 물들였다.
놀란 남자 한 명이 재빨리 화장실로 들어가 수건을 갖고 나와 여자의 손에 쥐어 주었다.
"아줌마, 꼭 눌러요.
꼭 잡고 얼른 병.. 원에 가세요.
입술이 떨어.. 졌을지도 몰라요. 빨리~"
아까와는 달리 남자들은 어쩔 줄 몰라 말을 더듬기까지 했다.
그러나 여자는 마치 망부석이라도 된 양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런 여자 앞으로 입이 귀 끝까지 찢어진 남편의 얼굴이 여자의 주변을 마구 맴돌았다.
아하하하하하~~
찬장에 들어있던 모든 그릇들이 한꺼번에 깨지는 듯한 날카로운 여자 웃음소리가 귀신같은 남편의 꼬리를 잡고 마구 들려왔다.
내가 미쳐가는 걸까?
두 손으로는 귀를 막고 머리를 마구 흔들며
여자는 휘청휘청 마당으로 나갔다.
수돗가에서 물 한 바가지를 떠서 머리에 붓고
또 붓고...
여자가 눈을 떴을 때 그녀는 병원 침상에 누워있었다.
그녀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여자는 입을 만져보았다.
입에는 두툼하게 붕대가 둘러져 있었다.
갑자기 여자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소리 내지 못하는 입에서는, 웈웈하는 소리가 딸꾹질 소리처럼 들려왔다.
해피마망의 연작 소설,
<소중한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매주 월요일에 발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