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 다시 만난 소리
작년 초 보청기를 교체할 시기 새로 알게 된 청능사님을 통해 새로운 보청기를 추천받았다.
’EP2. 반복되는 여정‘ 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귀걸이형 보청기였다.
기존 삽입형 보청기와 달리, 귀 뒤에 본체를 고정해 착용하는 방식이다. 음질이 삽입형보다 좋은 편이며
휴대폰과 연동이 가능한 블루투스 기능이 있어 어플을 통해 상황에 맞는 소리조절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 있다.
또한, 이어폰처럼 음악을 들을 수 있고 통화도 가능하다. 청능사님은 이러한 기능들을 소개하며 기존 보청기는 그만두고 좋은 기계 한번 사용해보라며 적극 추천하셨다.
그렇게 이 보청기를 한번 사용해 보기로 결심했다.
여러 검사를 거쳐 나의 청력에 맞게 조정한 뒤 착용하고, 처음 소리를 마주할 때가 잊히지 않는다.
옆에 앉아 계시던 엄마가 움직일 때마다 패딩과의 접착 소리가 들려왔고, 그 소리가 너무 시끄럽게 느껴졌다.
움직일 때마다 나는 소리가 신경 쓰여 가만히 좀 있어달라고 하자, 청능사님은 웃으며 말하셨다.
“움직이는데 당연히 소리가 나는 겁니다. 처음 아셨죠? 기존 보청기보다 성능이 좋다 보니 이제야 들리시는 겁니다. ”
게다가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 건너편 방에서 프린터기가 작동하는 소리 등 멀리서 나는 소리까지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기존 삽입형 보청기를 25년간 착용하며, 이렇게 섬세한 소리들을 모르고 살아왔다는 사실에 놀랐다.
25년간 내가 듣고 살아온 세상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충격에 말을 잃었다.
나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은 듯 울컥하는 엄마의 얼굴을 보며 나는 애써 신기한 척, 밝은 척했다.
집으로 향하는 길, 들리는 소리 하나하나에 마음이 어딘가 씁쓸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편안해졌다.
그리고 이 글을 통해 청능사님께 25년 만에 새로운 소리들을 만나게 해 주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
나는 매일 그렇게,
새로운 소리를 만나며 살아간다.
안녕, 소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