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귓속에서 들리는 선율
앞서 ‘나의 성장기’에서 언급했던
‘또 하나의 심장’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내 곁에 없어서는 안 되고, 없다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바로 ‘보청기‘ 를 말한다.
내 귀에 항상 붙어있는 이 자그마한 기계는
내가 일하고, 일상을 보내고, 세상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말 그대로 ‘심장’ 같은 존재이다.
5살 처음 착용했을 때부터 작년 초까지는 귀안에 쏙 들어가는 보청기를 사용해 왔다. 내 귀 안 모양을 본떠 제작된 이 작은 보청기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이다. 실제, 작년까지 같이 일하는 동료도 착용하고 있다는 것을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잘 알아채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 내가 청각장애인이라 하면 다소 놀라워하고 생소한 보청기에 대해서는 신기해하는 반응을 보인다.
그럴 때마다 나는 말한다.
“ㅇㅇ씨가 착용하는 안경과 같은 겁니다”
안 좋은 시력을 보조해 주는 기기, ’ 안경‘
안 좋은 청력을 보조해 주는 기기, ‘보청기’
같은 역할을 해주는,
단지 생김새나 쓰임이 조금 다를 뿐인
아주 기특한 보조기기 일 뿐이다.
이 보청기는 5~7일마다 배터리를 갈아줘야 한다.
배터리가 방전되기 전에 내가 설정한 알림음이 들린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거나, 친구들과 놀거나, 누군가와 얘기를 하고 있거나,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도 이 알림음이 들리면 어디서든 배터리를 갈아야 한다.
보청기 크기와 모양이 다양하지만, 위의 사진과 같이 보청기 옆쪽에 있는 작은 배터리 도어를 딸깍 열면 안쪽에 동그란 쇠 모양의 배터리가 들어 있다.
배터리를 교체하면 재작동을 알리는 알림음이 들린다.
어렸을 땐 이 소리가 너무 싫고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노래방 마이크에서 갑자기 삐- 소리가 나면 좋지 않은 소리에 인상이 구겨지지 않은가. 이처럼 갑자기 찾아오는 알림음은 자다가도 환청처럼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26년이라는 시간 동안 함께하다 보니 언젠가부터 이 알림음 소리에 맞춰 리듬을 타고, 흥얼거리곤 한다. 참 부끄러운 이야기긴 하지만 이 알림음이 이제는 좋은 선율로 받아들여졌다.
귓속에서 들리는 선율
나의 하루를 여는 소리이자, 하루를 닫는 소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