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 반복되는 여정
청각장애인은 이비인후과 병원에서 청력 검사를 받고 청력 상태를 확인한 뒤, 청능사가 있는 보청기 제조업체에서 보청기를 구매해 나의 청력정도에 맞게 소리를 설정하여 착용한다. 때로는, 이비인후과 병원이 아닌 보청기제조업체에서 청능사가 검사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보청기는 기계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수명이 보통
최대 5~7년 정도라고 한다. 매일 착용하다 보면 귀
안에서 땀이나 습기가 많이 차기도 하는데, 그런 환경에서 기능이 저하되거나 고장이 날 수가 있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보청기를 점검받고 청소하며 깨끗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도 5살부터 지금까지 5-6년마다 새 보청기로 교체해 왔는데, 작년 2월이 그 시기가 되었다.
기존에 쓰던 보청기는 사용 2년 정도부터 성능이 좋지 않음을 느꼈다. 26년간 다녔던 보청기 제조업체를 방문해 청능사에게 이상 증상을 몇 번을 가서 이야기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렇게 변화 없이 3년을 착용하고 살아왔다.
3년간 명확히 들리지 않는 소리에 예민해졌고, 하필 바쁜 시기에 일을 하면서도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다른 지점의 보청기 업체를 찾아갔고, 그곳에서 알게 되었다.
내 보청기가 이미 수리도 불가능할 정도로 성능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는 것이다.
어쩌면 처음부터 기계가 하자가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착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상을 느끼고 여러 번 찾아가 문제를 이야기했음에도, 왜 기존 업체에서는 알지 못했으며 방치만 했을까, 너무도 화가 났다.
지난 3년 동안, 고장 난 심장을 달고 살아온 셈이었다.
새 보청기에 나의 소리를 설정하고 착용한 뒤,
늘 점검을 받으면서 느낀 것이 있다.
그 자리에서는 이 소리가 나에게 맞는 소리라는 것을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사무실처럼 조용한 공간에서 청능사와 나누는 대화만으로는 이 소리가 일상을 살아가는데 맞는 소리인 건지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
그래서 며칠간은 일상생활을 하며 새로운 소리에 적응을 한다. 그 과정을 통해 불편한 부분을 느끼고 다시 소리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새 심장과 친해지는 것이다.
청능사들은 청각장애인이 겪는 진짜 고충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기에, 보청기를 맞추기 위해 하루하루 집중하는 것은 결국 나의 몫이었다.
나에게 맞는 소리를 찾기까지 반복되는 점검과정이 늘 예민하고 뭔가 답답하다고 느껴졌다.
그렇기에 청능사분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청각장애인의 작은 변화와 이야기에 섬세하게 귀 기울여야 한다.
그렇게 작년 2월,
고장 난 심장을 대신할 새 심장을 만났다.
나는 이 새 심장과 함께,
또다시 소리를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한다.